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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0대 싱글 맘이 불법추심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살려고 빌린 돈이 삶을 옥죄어 죽음으로’라는 제목의 글을 올라왔다. 수십만 원이 불과 한 달도 안 돼 1000만 원 넘게 불어나 삶을 옥죄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어린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나는 절망의 무게가 얼마나 컸을까. 가늠조차 어렵다”고 피력했다. 지금도 “사채업자들의 폭리와 악질 추심은 끝을 모르는데 ‘채무자 대리인’ 제도처럼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파제에는 구멍이 숭숭”이라며 “여전히 법은 멀고, 주먹만 가깝다”고 지적했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빚 독촉에 시달리는 불법 추심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변호사를 지원하는 제도로, 대리인이 선임된 경우 대부업체는 채무자가 아닌 대리인에게만 연락할 수 있다. 다만 대리인 제도를 이용하려면 상대방 전화번호를 필수로 제출해야 하는데, 최근 불법 추심이 대부분 카카오 톡 오픈채팅방 등을 이용해 익명으로 이뤄지다 보니 현실적으로 피해자가 상대 전화번호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너 나 만나서 불행했니?” 그러곤 곧장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저쪽에서 긴 침묵이 이어졌다. “아니.” “……” “그런 거 아니었어.” “……” “힘든 건 불행이 아니라…… 행복을 기다리는 게 지겨운 거였어.” 저는 지난 10년간 여섯 번의 이사를 하고, 열 몇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두어 명의 남자를 만났어요. 다만 그랬을 뿐인데. 정말 그게 다인데. 이렇게 청춘이 가버린 것 같아 당황하고 있어요. 그동안 나는 뭐가 변했을까. 시시한 어른이 돼버린 건 아닌 가 불안하기도 하고요.
이 시대의 아픔과 비극을 공감하는 김애란의 『비행운』에서 새로운 삶을 동경하는 ‘비행운(飛行雲)’과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지친 이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사람들은 ‘비행운(飛行雲)’의 꿈을 꿀수록 ‘비행운(非幸運)’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취업을 했어도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인, ‘이전에도 채무자 지금도 채무자 좀 더 나쁜 채무자’가 된 처지의 사람들. 자기 세대를 넘어 다른 세대까지, 아파하기는 주인공들의 영역을 확대 심화하고 있다. 이뿐인가 노인의 90퍼센트가 하류로 전락하는 시대, 당신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세계적인 경제 불황, 기대수명의 증가, 가족관계의 붕괴 속에서 고령 사회가 진행되는 선진국에서의 노인빈곤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의 고령화 문제는 더하다. 우리나라보다 노인복지 체계가 잘 구성되어 있다는 일본에서는 요즘 ‘하류노인’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며 노인빈곤이 사회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연명장치와 돈’과 관련된 생명에 대한 존엄성 문제, ‘빈 집의 증가’와 관련된 문제, ‘노인에 대한 투자, 보이스 사기 유형’과 관련된 범죄까지. 고령화에 따르는 여러 사회 문제를 다양한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한다. 특히 불평등의 양상은 노년에도 적용되어 부자노인들은 좋은 요양시설에 들어갈 수 있지만 가난한 노인들은 쪽방에서 다리도 채 펴지 못하고 잠든다. 그나마 기초생활지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근로소득이 단절되면 빈곤으로 전락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게다가 한국 사회의 스트레스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부동산, 자녀교육 등 여러 측면에서 생존원가가 높아 유병비율마저 높아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가족해체와 청년층의 실업률은 독거노인의 양상을 한층 부추기는 실정이다. 하류로 전락하는 노인들이 늘어가는 것은 단순한 개인적 빈곤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 최근30대 싱글 맘은 세상을 안타깝게 떠났다.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불법 채권 추심을 뿌리 뽑고, 금융당국은 서민 금융 지원 정책을 전면 재점검해 서민들이 불법사채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매번 경찰은 채무자에 대한 맞춤형별도 관리한다고 홍보했다. 말 뿐이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뒤에도 유족이 사채업자들의 협박에 노출된 채 방치되었다. 뒤늦게 '불법 사 금융 특별 전담팀'을 꾸리겠다고 한다. 사후 약방문인가? 자살한 다음에 해결하면 무엇 하겠는가? 취약계층은 계속 불법 사 금융으로 밀려나고 있는데 말이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 사 금융으로 떠밀린 저 신 용자 만 최대 9만1000명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거듭된 엄포에도 효과는 신통치 않다. 지금 우리사회의 각 분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아프다. 서민의 고통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가난하면 부자의 지배를 받고, 빚을 지면 빚쟁이의 종이 된다.”<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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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아시아타임즈 논설실 논설실 atmedia@asiatime.co.kr
입력 : 2024-12-01 05:00 수정: 2024-1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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