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한 시장 상황 속에서도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수익을 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35조9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2013년(37조7900억원)과 2017년(53조6500억원), 2018년(58조8900억원)에 이어 네 번째로 좋은 성적이다. 연간 매출은 236조8070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2.78%) 증가해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 ◇롤러코스터 실적, 상반기 '주춤' 하반기 '활짝' 지난해 상반기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TV·생활가전(CE)과 모바일(IM)이 예년보다 부진했다. 그러나 3분기 들어 펜트업(억눌린) 수요가 폭발하면서 주력인 반도체는 물론 스마트폰과 가전 모두 살아났다. 지난해 4분기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8%, 26.35% 늘어난 매출 61조5515억원, 영업이익 9조470억원을 내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분기 최대 실적을 낸 전 분기보다는 둔화됐다. 메모리 가격하락, 세트 사업 매출 감소와 마케팅비 증가, 부정적 환율 영향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결과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달러화∙유로화 및 주요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 통화 대부분이 원화 대비 크게 약세를 나타내면서 부품사업 위주로 전분기 대비 약 1조4000억원 수준의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문별로 보면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8조1800억원, 영업이익 3조8500억원을 달성했다. 메모리 사업은 4분기 모바일 시장이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데이터센터와 PC 시장도 양호해 수요는 견조했다. 다만, 가격 하락 지속, 달러 약세 및 신규 라인 초기비용 영향으로 이익은 약화됐다고 삼성은 설명했다. 파운드리 사업은 5G 모바일칩, 센서, HPC용 칩 등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분기 최대 매출을 경신했으나, 달러 약세 영향으로 실적은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 신형 갤럭시 시리즈로 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던 모바일(IM) 부문은 지난해 10월 말 출시한 애플의 신형 아이폰12 흥행과 연말 마케팅 비용 증가로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2조4000억원까지 감소했다. 반면, 디스플레이 사업은 4분기 스마트폰, TV 등 주요 제품 수요 회복에 따라 분기 최대 실적인 1조7500억원의 수익을 냈다. TV·생활가전(CE)도 지역별 탄력적인 성수기 프로모션 운영과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집중해 영업이익 8200억원의 양호한 성적을 냈다. ◇올해는 더 좋다…삼성 "방심은 금물" 전문가들은 올해 삼성전자가 D램 가격 상승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에 따라 반도체를 중심으로 작년 실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증권가에서는 올 한해 영업이익이 반도체 25조∼27조원, 전사적으로는 5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날 실적을 공개한 삼성전자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코로나19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도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요 응용처 중심으로 수요가 상승해 상반기 내에 D램의 ASP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아직 코로나19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수요 변동 가능성이 존재해 2017년에서 2018년 걸친 (반도체 호황) 빅사이클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투자에 약 38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사업별로는 반도체가 32조9000억원, 디스플레이가 3조9000억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