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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이번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자본시장에 진심입니다. 진심으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을 하회하는 낮은 자본시장 수익률은 궁극적으로 실물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로도 이어집니다. 반대로 자본시장 수익률을 제고한다면 많은 투자가 따르고 또 성장과 재투자로 이어져 선순환 구조 형성이 가능하고 결국 저성장 극복을 위한 우리 경제 체질 개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특유의 졸린 목소리 톤으로 한 발언이다. 실제로 이번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한 릴레이 정책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까지 나서 해외에 한국 금융산업에 대한 투자를 홍보하는 등 자본시장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잘 하는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여전히 국내 증시는 극심한 저평가 현상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이달 15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0.87배와 1.92배 수준에 그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한국 우량주를 담은 MSCI Korea Qulity지수의 PBR은 지난달 말 기준 1.2배로 겨우 순자산의 20% 수익 수준이다.
이에 비해 India Qulity(인도, 8.65배), ACWI(전 세계 6.86배), Switzerland Qulity(스위스, 5.39배), EM Qulity(신흥국, 4.25배), Taiwan Qulity(대만, 3.99배), Japan Qulity(일본, 3.60배), China Qulity(중국, 3.07배), USA Qulity(미국, 2.31배), Mexico Qulity(멕시코, 2.29배), Brazil Qulity(브라질 1.94배) 등 대부분의 국가가 우리나라 증시의 PBR을 크게 앞서고 있다.
물론, 정부나 금융당국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기업들에 주가를 올리라고 압박할 수단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배당을 늘리라거나 자사주를 소각하라는 등의 주주환원 확대는 기업들의 고유 권한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의 주주환원율은 겨우 26.7%로 니케이225(108.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84.3%), 대만 가권(49.6%) 등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일부 금융사에 배당 축소를 압박하는 사례는 있지만, 일반 기업에 정부가 무조건 높은 배당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또한 국내 재벌기업 특유의 순환출자 구조를 통한 중복 상장 역시 국내 기업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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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는 높은 상속세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더불어민주당 등 좌파 세력의 반발을 이겨내야 하는데, 쉽지 않은 문제다. 누군가가 단식에 나설 수도 있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대 6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에 속칭 '오너'로 불리는 최대주주들도 상속을 위해 주가를 올릴 실익이 별로 없는 상태다. 여기에 50%에 달하는 배당소득세율도 오너들의 적극적 주주환원을 막고 있다. OECD 평균은 각각 27.1%, 28.3%에 그친다.
국내 증시는 사실상 방치된 상태나 다름 없다. 단순히 '증시에 진심'이라는 짝사랑 고백으로는 이 상태를 바꿀 수 없으며 은행과 부동산 중심 경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극단적 대책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PBR 1배 기업은 코스피에서 퇴출시키는 방안을 제안한다. 아무리 시가총액이 큰 기업이라도 PBR이 1배 이하가 평균 2년 연속 계속되면 상장폐지해 코스닥이나 코넥스시장으로 보내는 것이다.
이미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의 도쿄증권거래소가 지난 3월 PBR 1배 이하 기업에 개선 방침과 구체적 목표 공개를 요구하면서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지난 2월 28일 2만7445.56으로 마감했던 니케이225지수는 이달 15일 3만3533.0로 상승했다. 지난 7월 3일에는 3만3753.33까지 오르면서 종가 기준 지난 1990년 3월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올 4월에는 도쿄증권거래소와 금융당국이 '기업지배구조 백서 2023'을 발간하고 기업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을 제시했다.
PBR 1배 이하가 지속되는 기업은 사실 코스피 뿐 아니라 코스닥, 코넥스 등 증시에 상장할 가치가 없는 기업들이다. 예를 들어, PBR이 0.3배 수준인 금융주의 경우 1만원을 투자하면 투자금은 3000원으로 수렴하게 된다는 의미다.
돈을 잘 버는 회사를 '돈 복사기'라고 하는데, PBR 1배 이하 기업은 '돈 먹는 하마'라고 부르기도 하마에 미안해지는 수준이다. 해당 기업의 오너나 대표 등 경영진이 얼굴을 들고 다니는 것도 참 뻔뻔하기 그지 없다. 주주의 돈을 날로 먹겠다는 얘기다.
PBR 1배 기업의 코스피 퇴출은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규정과 시행세칙만 바꾸면 되기에 법률 개정에 비해 손쉽게 할 수 있다.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일단은 코스닥이나 코넥스로 보내고 그 이후에도 PBR 1배 이하가 3년 이상 지속되면 아예 증시에서 상장폐지 시켜야 한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007년 7월 2000선을 넘은 뒤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2000선을 맴돌고 있다. 좌우를 막론하고 자본시장의 중요성을 모르는 정부가 증시를 그냥 지켜 보기만 한 결과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오너'인 재벌들도 주가 상승을 별로 바라지 않으니 정부도 굳이 나설 이유가 없었다.
지금까지는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있었기에 부동산과 은행 중심 구조로 버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저성장·저출산·고령화가 덮치면서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 증시에서의 낮은 기업 가치는 결국 자금 조달의 고비용으로 이어지게 된다. 높은 자금 조달 비용에 기업은 투자나 고용을 두고 망설일 수 밖에 없게 된다. 김소영 부위원장의 지적대로 낮은 자본시장 수익률은 궁극적으로 실물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국내 기업의 주가를 높이면 고갈 우려가 큰 국민연금 적립금 소멸도 늦출 수 있다. 올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전체 기금의 14.6%로 143조3000억원에 달한다.
정부의 증시를 살리기 위한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 증시를 경제의 중심으로 보고 사활을 걸어야 한다. 코스피 전체 평균 PBR 1배 이하가 1년 이상 지속되면 아예 금융위원장을 경질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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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김지호 증권부 better502@asiatime.co.kr
입력 : 2023-09-20 16:26 수정: 2023-09-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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