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이유빈 수습기자] # 개발자로 일하던 A(26)씨는 직장에서 인간관계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중 호기심으로 챗GPT와 상담을 시작했다. 가족과 친구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운 감정을 AI가 들어주면서 오히려 마음 정리가 됐다고 했다. A씨는 "처음엔 장난처럼 시작했지만 이제 고민이 생기면 친구보다 먼저 챗GPT한테 이야기하게 된다"며 "이름도 상담 선생님으로 저장했다"고 말했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에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AI 정신건강 상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만 AI의 무조건적 신뢰 보다는 주체성을 잃지 않고 신중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6일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 인포메이션(GII)에 따르면 전 세계 정신건강 분야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15억 달러(약 2조1900억원)에서 오는 2030년까지 51억 달러(약 7조47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22.3%에 달한다.

AI 심리 상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데는 AI가 경제적·심리적 부담이 적은 '가벼운 대안'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태도 조사'를 보면 지난 1년간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응답자는 73.6%로 2022년(63.8%) 대비 9.8%p 증가했다. 하지만 응답자 4명 중 3명(73.0%)은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도 상담 혹은 병원을 방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과 진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취업 등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항목에 응답자의 69.4%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A씨 역시 "아니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취업할 때 불이익받는다는 이야기가 괴담처럼 퍼져 있다보니 상담센터에 내 정보를 알려주는 게 좀 그렇다"며 상담 전문 기관 방문에 대한 부담감을 내보였다.

AI 상담이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심리적 부담이 적다는 평가도 있다. A씨는 "AI는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쓸 필요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끝까지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부분에서 위안을 얻는다"고 했다.

비용 부담이 적다는 점도 AI 상담의 강점으로 꼽힌다. 직장인 B(26)씨는 "이전에 상담받았던 곳은 1회에 가격이 15만원 씩이나 해서 부담스러웠는데 챗GPT는 무료다"며 "무료 서비스를 사용해도 답변이 나쁘지 않아 가벼운 고민 상담용으로 종종 이용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 정신건강 상담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전망하면서도 AI 상담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백재순 명지전문대 AI빅데이터학과 조교수는 "현재 전통적 형태의 상담을 인공지능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알고리즘의 편향에 따라 AI도 잘못된 답을 내릴 수 있기에 윤리적 부분들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AI를 이용한 심리 상담 시장은 사용 편리성과 익명성을 강점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며 "다만 AI가 항상 전문가만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맹신하기보다는 여러 조언 중 하나로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