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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최근 국내 증시에서 고려아연을 필두로 '경영권 분쟁'이 화두다. 자본시장이 발달할수록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일각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보다 더욱더 효과적인 자본시장 활성화 방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는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내용을 차치하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은 기업가치를 재평가하고, 주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라며 "M&A는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주주 가치를 증대하는 중요한 도구로 작용할 수 있지만, 경영권 방어와 기업 문화에 대한 지나친 우려로 인해 국내에선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이런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며, M&A를 통해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증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재계를 비롯한 경제계는 이런 M&A 활성화를 두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는 듯 하다. 우는 소리를 내는 이유도 다양하다. '기술유출 우려', '단기 차익 노리는 투기자본 혹은 기업사냥꾼 사모펀드', '기업 해체 우려', '일자리 감소 우려', '쩐의 전쟁 과열' 등이다.
하지만 그들이 신조처럼 여기는 '자본 다수결 원칙'은 일체 언급하지 않는다. 이 원칙에 따라 출자 비중이 높은 주주가 경영권을 갖는 것이 당연한 주식회사의 체계라며 소액주주 앞에서 폼을 잡는 모습과는 상반된다. '자본 다수결 원칙'은 '투기자본'인 사모펀드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반면, 경제계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주주로 확대,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의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자본 다수결 원칙'을 다시 꺼내든다. '지배주주 맘대로 하고 싶은데, 소액주주가 걸리적거리게 된다'는 말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모순적인 아전인수격 행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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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들이 '자본 다수결 원칙'을 당당하게 주장할 만큼 지분율이 높은 것도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 소유현황'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집단) 78개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3.5%에 불과했다. 3.5%의 지분율을 갖고 사실상 무소불위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이야 말로 '자본 다수결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가 아닌가.
스티브 잡스는 지난 1985년 매킨토시 판매 부진으로 자신이 공동 창업한 애플에서 해고됐다. 트위터(현 X)도 2008년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를 불성실한 근무 태도를 이유로 내보냈다. 지난해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기습 해고되기도 했다. 물론, 이들은 모두 다시 회사로 복귀하기는 했지만.
기업이라는 것이 원래 '자본 다수결 원칙'에 따른 '쩐의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 아닌가. 그게 싫으면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거나 자진 상장폐지를 하면 되는 것이다.
오히려 사모펀드는 기업사냥꾼이나 투기자본이 아닌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기업 총수의 오만한 생각을 바꿔주는 치료제나 다름이 없다. 잡스도 "애플에서 해고된 것은 제 인생 최고의 사건이었다"며 "매우 쓴 약이었지만, 환자에 반드시 필요한 약이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남의 돈으로 기업 경영을 내 맘대로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는 소망은 자본시장에서는 '망상'에 불과하다. 이제는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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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김지호 증권부 better502@asiatime.co.kr
입력 : 2024-10-16 18:28 수정: 2024-10-1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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