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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위원장 "우수대부제도, 자금조달 한계"
고금리 속 '연 20%' 고정…대부업 쇠퇴 불보듯
불법 사금융, 중저신용자 겨냥…"제도 개정 시급"
[아시아타임즈=신도 기자] 대부업의 붕괴 속도가 눈에 띄게 가속화되고 있다. 대부업은 시중은행을 비롯한 제도권 금융사에서 자금을 빌리기 어려웠던 중저신용자들의 급전 창구 역할을 해왔는데, 조달금리 상승과 극심한 영업규제로 문을 닫고 있다. 중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법정 최고금리를 조달금리 변동에 연계하는 안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법정 최고금리를 인상하면 어려운 소비자의 부담이 더 늘어난다는 의견이 있어 여러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 도입한 우수 대부업자 제도(대부업 프리미어 리그)에 대해서도 "대부업의 조달금리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었다"면서도 "최근 금융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대부업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며 제도에 한계가 있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대부업의 존폐 문제를 의식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대부업은 중저신용자들이 필요한 자금을 공급해주면서 성장했지만, 조달금리 상승과 과도한 영업규제로 현재는 업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대부업 존폐 기로는 최근 저축은행 계열 대부업체들이 철수하면서 본격화됐다. 지난 2021년 웰컴금융그룹이 웰컴크레디라인대부 등 대부 계열사의 철수를 단행했고, OK금융그룹도 아프로파이낸셜대부의 라이센스를 금융당국에 곧 반납할 예정이다.
저축은행 계열 대부업체는 오는 2024년까지 시한을 두고 철수가 예정된 사안이었다. 지난 2014년 OK금융그룹과 웰컴금융그룹은 제2금융권 저축은행 사업에 진출하면서 10년 안에 대부업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금융당국과 약속을 맺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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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이 대부업 철수를 위한 준비를 하는 사이 대부업의 상황이 걷잡기 어려울 정도로 침체됐다. 상황을 침체시킨 직접적 요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다. 지난 2016년 34.9%에서 27.9%로 인하된 법정 최고금리는 지난 2018년 24.0%, 지난 2021년 20.0% 순으로 인하 조정됐다.
법정 최고금리는 개인 간 자금거래를 포함한 모든 대출상품과 거래에서 청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금리다. 쉽게 말해 규정된 금리 이상의 대출이자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하는 이자 계약은 원칙적 무효고, 초과 부분은 재판에서도 이를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취지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서도 드러나듯 중저신용자의 어려움을 보다 덜어주자는 것이다. 고금리로 인해 고통받는 서민들의 애로사항을 경감하는 차원에서 순차적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낮춰온 것인데, 취지는 좋았지만 금융권 입장에서는 보다 원활한 자금 통로를 막아버리는 역기능을 발생시켰다.
이는 대부분의 금융권이 자금을 채권시장이나 다른 금융권,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차입해오기 때문이다. 대부업계의 경우 현행 분류상 제2금융권에도 포함되지 않는 제도권 금융권의 말단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그동안 금리가 비싼 제2금융권에서 주로 자금을 차입해 소비자에게 대출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했다.
해당 자금 차입구조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낮아지면서 치명타를 가져왔다. 법정 최고금리가 30%대인 상황에서는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차입해도 대출상품을 운영할 수 있었지만, 현행 법정 최고금리 제도에서는 대출상품을 운영해도 벌어들일 수 있는 이자율에 제한이 있어 자금을 내주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게다가 기준금리마저 높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자금을 내주는 제2금융권도 높은 금리로 대부업 등에 자금을 공급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대출을 운영해도 대부업이 벌 수 있는 마진이 크게 줄어든 배경이다.
대부업은 최근 중저신용자 관련 대출을 극도로 줄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해 말 대부업 대출잔액은 15조8678억원으로 6개월 전(15조8764억원)과 비교해 86억원 감소했다. 사실상 신규대출을 전혀 내주지 않은 수준이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도 서민금융진흥원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지난 상반기 대부업 신규 가계신용대출 규모는 6000억원으로 집계했다. 대부업계는 지난해 연간 4조1000억원의 대출을 취급했는데, 올해는 그 절반(2조500억원)에도 한참 못미치는 금액을 내준 것이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대부업 프리미어 리그를 만들고 대부업이 제2금융권을 건너뛰어 은행권에서 직접 자금을 차입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지만, 효율성이 없다는 지적만 듣고 있다. 대부업계가 지난 4월 시중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은 1460억원으로 지난해 3월(2100억원)의 3분의 2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마저도 기준금리 인상에 저렴한 자금조달은 기대도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금융당국의 소극적인 대응 앞에 대부업은 사라지고, 자금을 구하려는 중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는 우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지난해 12월~올해 1월 사이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불법 사금융으로 향한 저신용자는 최대 7만1000명으로 추산했다.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이용한 사례도 77.7%, 열 중 여덟에 달한다. 제도권 금융사에서 소비자권리와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금을 구하고자 불법 사금융을 택하고 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업은 전체 금융권의 기준에서 바라봤을때는 고작 15조원의 대출잔액을 보유한 중소규모 업권이지만, 중저신용자 금융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중요도가 매우 높다"며 "지금처럼 불황인 시기에는 더더욱 자금을 확보하려는 중저신용자 움직임이 커지는 만큼 대부업의 중요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되려 대부업체들이 영업을 포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제도권 대부업은 찾아보기 어려워지게 되고 불법 사금융만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연동형 최고금리 제도 전환에 대한 논의에 나서거나, 대부업 영업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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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유승열 경제부 ysy@asiatime.co.kr
입력 : 2023-10-12 14:19 수정: 2023-10-1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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