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김창수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IT 산업 화두로 꼽히는 메타버스(가상세계) 생태계 참전을 선언한 가운데 업계에서 성공 가능성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이미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이 나서 여러 차례 언급한 만큼 회사의 메타버스 사업 구현 의지는 강해 보인다. 

일각에선 온라인 가상세계가 이미 오래된 개념인 데다 코로나19발(發) 봉쇄가 풀리며 소비자 관심도도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메타버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축적된 하드웨어 부문 경험을 십분 활용해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달 실무진과 가진 ‘원테이블’ 간담회에서 “삼성만의 메타버스를 만들려고 한다”며 “여러분이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실행까지 이어지게 주도해달라”고 당부했다. IT 산업계 대표적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모양새다.

한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도 메타버스와 로봇을 대표적 신성장 사업으로 꼽으며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 메타버스 경험을 할 수 있게 최적화된 디바이스(기기)와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부회장은 2월 말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 전시장에서도 “메타버스 기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메타버스 플랫폼 디바이스가 요즘의 화두다. 잘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후 한 부회장 직속 신사업 태스크포스(TF)를 신설, 메타버스를 비롯한 다양한 신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IT·빅테크 기업들의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 경쟁은 나날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회사 페이스북은 향후 메타버스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지난해 사명을 메타(Meta)로 바꿨다. 애플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결합한 혼합현실(MR) 개념을 내세워 최근 관련 제품 시연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포스코·카카오·직방 등이 가상 공간에서 근무하는 ‘메타버스 근무제’를 시행 중이거나 도입 예정이다.

신사업 발굴 수요를 타고 유행처럼 번지는 ‘메타버스 광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상세계라는 개념은 ‘아바타’ 등의 용어와 함께 이미 나온 지 10여 년이 넘었다”며 “현재까지 구현된 메타버스 플랫폼 내 그래픽이나 애니메이션도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코로나19 발발 후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이 빈번해지며 메타버스가 급격히 주목받았지만 팬데믹이 지나며 소비자 관심이 식고 있는 것도 변수”라고 말했다.

시장에 갓 뛰어든 삼성전자가 메타버스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기존 강점인 하드웨어 부분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해외 IT 매체 ‘샘모바일’은 “삼성전자는 초기에 VR 개념을 받아들인 기업 중 하나다. 윈도우에서 구동하는 오디세이 VR,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기어 VR 등을 개발했다”며 “삼성전자가 다년간 다진 VR 및 AR 플랫폼 활용 경험을 통해 빠르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