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시아타임즈=윤진석 기자] 1996년 10월 2일 페루 리마의 호르헤 차베스 국제공항을 출발해 칠레 산티아고 코모도로 아르투로 메리노 베니테스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페루항공 603편(보잉 757-23A)이 추락합니다.
이날 자정을 넘겼을 무렵 호르헤 차베스 국제공항에서 승객 61명과 승무원 9명이 탑승한 사고기가 이륙했습니다.
그러나 이륙한 직후, 갑자기 비행계기들이 전부 오작동되기 시작했죠. 비행관리 컴퓨터는 저속 경보와 과속 경보를 연속해서 내보내는 등 오류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조종사들은 바로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즉시 공항으로 돌아가기 위해 관제탑에 통보했습니다.
그러나 이륙 직후라고 해도, 이미 사고기는 상공으로 날아올랐고, 당시 시간은 자정을 조금 지난 시점으로 한밤중이었습니다. 심지어 리마 호르헤 차베스 국제공항은 바닷가에 하고 있었죠. 건물이나 산이 있다면 그나마 보이는 것으로 고도라도 추정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사고기는 이미 바다 위를 날고 있었습니다.
조종사들은 한치 앞도 안보이는 어둠 속에서 고장난 나침판을 들고 비행기를 조종해야했죠.
이에 조종사들은 관제탑에 비행기의 속도와 고도를 물어 비행기를 조종하기 시작했습니다. 관제탑에서는 레이더를 통해 비행기를 추적하기 때문에 당시 관제탑은 정확한 속도를 조종사들에게 알려주었죠. 그러나 고도는 비행기에서 측정한 값을 관제탑으로 전송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오작동으로 잘못된 고도값을 관제탑에서 받아서, 다시 사고기로 돌려줬을 뿐이었던 것이죠.
advertisement
advertisement
그러나 조종사들은 비행기가 충분히 높은 고도에 있을 것으로 판단해 기체를 조금씩 하강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속도나 하강속도 모두 관제탑에서 날아오는 무전에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심지어 그중 하나는 잘못된 정보였던 것이죠.
그사이 관제사는 보잉 707 여객기 한대를 이륙시켰습니다. 계기가 모두 고장난 사고기를 유도하기 위해서였죠. 그러나 조종사들이 비상선언을 하고 25분 후, 사고기의 왼쪽 날개 끝이 수면을 강타했습니다.
그제서야 조종사들은 고도가 생각보다 매우 낮았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비행기를 다시 띄우려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20초 후 사고기는 바다 위에 추락했습니다.
이후 페루 해군은 사고기의 잔해를 수거했고, 미국 해군은 페루 정부의 사고 조사 협조 요청에 따라 가라앉은 기체와 블랙박스를 찾을 장비를 빌려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조사가 진행된 결과 사고기의 계기가 오류를 일으킨 원인은 고작 테이프로 밝혀집니다. 사고기가 이륙하기 전, 세척을 했어야 됐는데 고도나 속도를 측정하는 정압공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덕트 테이프로 막아놓고, 떼지 않은 채로 이륙시킨 것이었죠.
당시 조종실은 혼란의 도가니였습니다. 밤에 바다 위였기 때문에 조종석에서 보이는 시아로는 판단이 어려웠고, 속도, 고도 등의 계기반은 모두 잘못된 수치를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결국 조종사들은 계기 수치를 잘못됐다고 판단하지만, 관제탑이 보내온 고도값은 계기와 일치했죠. 심지어 블랙박스와 조종실음성기록(CVR)에서도 모순되는 경보들이 울리거나, 경보와 계기반의 수치가 잘못돼 있었기 때문에 혼란은 가중됐습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 단 하나의 계기만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지면에 전파를 쏘아 고도를 측정하는 레이더 고도계였는데요. 그러나 대부분의 계기반이 오류를 범하며, 온갖 잘못된 정보가 난무해 조종사들이 레이더 고도계만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긴 힘들었을 것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advertisement
李 정부 "AI 3대 강국·연 3% 성장…미래 5년, 대전환 이룬다"
"어디까지가 필수품목이냐"… 프랜차이즈 업계 '고심'
“도약에서 질주로”...르노코리아 신임 CEO, 오로라·미래차 ‘적임자’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