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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박지민 기자] 흔히들 백화점 1층에 자리잡은 명품, 화장품 매장의 직원들을 보면 가끔 갑질 손님을 응대하느라 힘들 뿐, 단정하고 친절한 서비스직의 전형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인천에 사는 신지영(가명·26·여)씨는 지난 3년간 백화점 판매사원으로 일하면서 지점 내 과도한 위계질서로 인한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얼마 전 퇴사했다.
20일 아시아타임즈는 신 씨를 만나 군대 뺨치는 백화점 내 상명하복 등 '백화점 판매직원'이라는 직업의 가려진 민낯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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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살부터 3년동안 아울렛 판매직원으로 일하다 지난 2014년부터 백화점 1층에 입점해 있는 패션잡화 브랜드 매장에서 근무한 서비스직 6년차 베테랑이다.
그는 여러번 다른 매장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을 만큼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음에도 판매직원으로 일하는 동안 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백화점에서 판매직원으로 일하면 소위 '갑질 손님' 때문에 스트레스를 주로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진짜 스트레스 요인은 내부에 있어요. 일반적으로 매장마다 여러 명의 직원들이 함께 일을 하는데 관리자인 매니저 밑으로 둘째, 셋째, 넷째 이렇게 직급이 정해집니다. 그런데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무조건 '선배님'이라고 호칭해야 하고 심지어 매장이 아닌 화장실에서도 깍듯하게 예의를 지켜야 해요. 화장실 칸막이 안에 윗사람이 들어가 있어도 예의를 갖춰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식이죠"
특히 백화점 판매직원을 채용할 때는 경력이 더 많아도 나이로 서열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신 씨의 설명이다.
"아무래도 아랫사람을 부려야 하기 때문에 경력에 따라 서열을 정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아예 경력이 없다면야 밑에서부터 시작해야겠지만, 경력 3년차와 5년차가 있으면 5년차가 나이가 어릴 경우 서열이 밀려요"
매장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매니저' 직급도 30대 초반이 되면 자연스레 달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린 나이 때부터 판매직 일을 시작한 신 씨는 자주 부당함을 느꼈다고 한다.
"어차피 경력은 일정 연차 이상만 있으면 되는 건데, 뭐하러 일찍부터 일을 시작해서 윗사람한테 오랜 기간 치여가며 일해야 하나 싶어 억울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어요. 특히 대기업 브랜드일수록 이런 상명하복이 좀 더 엄격해지는데, 그 때문에 못버티고 나가는 친구들도 많고 우는 친구들도 많아요"
더욱이 보여지는 직업이다 보니 외모를 가지고 지적하거나 인신공격을 퍼붓는 상사들도 굉장히 많다.
"화장품 매장같은 경우는 직원들 외모가 매출에도 영향을 끼치다 보니, 매니저들이 '너 살은 언제 뺄 거니'부터 시작해서 더 심한 인신공격도 거침없이 해요. 제가 알던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매니저 등쌀에 시달리다가 거식증이 오기도 했어요. 애초에 직원을 채용할 때도 조금만 통통해도 바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죠"
보통 백화점 입점 브랜드는 매니저가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고, 거기에서 매장 관리비와 부하직원들 월급, 본인의 급여를 나눠 해결하는 식인데 이때문에 매출에 대한 압박도 굉장히 심하다고 한다.
"어차피 매니저 밑의 둘째, 셋째 직원들은 월급제이기 때문에 매출이 많으나 적으나 받는 급여는 똑같은데 매니저는 많이 팔수록 많이 가져갈 수 있어요. 그래서 아랫사람들에게 매출에 대해 압박을 많이 넣죠. 특히 매니저들은 본사와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일을 하는데 매출이 기대치에 못 미치면 재계약을 못해 실직하게 되는 일도 자주 있거든요. 그래서 더 매출에 민감하죠"
신 씨는 이같은 일들이 주로 백화점 1층에 자리잡은 매장들에서 생긴다고 설명하면서, 보여지는 것처럼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실제 업무환경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뒷얘기도 많이 오가는 편이고, 근거 없는 소문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는 직원들도 많아요. 여러모로 힘들죠. 갑질 손님이요? 사실 직원에게 무릎을 꿇게 한다던지, 폭력을 가한다던지 하는 '슈퍼 갑질 손님'은 잘 없어요. 웬만한 진상 손님들은 여러 번 응대하다 보면 익숙해지고요. 아, 물론 진상을 부려도 괜찮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요. 그런데 백화점 내 직원들끼리의 군기잡기나 신경전은 몇 년을 일해도 도무지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신 씨는 이제 자신을 여러 해째 괴롭히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백화점을 떠나기로 결심했지만, 서비스직 내의 악습이 하루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계질서가 아예 나쁜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워낙 고가의 물건을 팔고,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데다 매출에 예민할 수밖에 없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필요 이상으로 직원들을 스트레스로 몰아넣는 군대식 상명하복 시스템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소중한 '남의 집 자식'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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