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 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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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사설에서 최순실 사태와 Nixon 대통령 하야를 비교하며, 미국의 경우에는 그들의 정치 시스템이 느리고 힘들게 그러나 아무도 막을 수 없이 진행된 것을 살펴 보았다. 한국의 최순실 사태와 관련하여는 “60일 내 새 대통령 선거는 안 된다,” “질서 있는 퇴진을 마련해야 한다,” “황교안이 대통령 대행 하는 것은 안 된다” 등등 주장들에 대하여 살펴 봤다. 이 주장들은 겉으로는 이유 있어 보이나 결국 대한민국 헌법 밖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빅딜을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이는, 좋던 싫던, 이미 마련되어 있는 헌법 상의 시스템을 정치권 모두가 한 목소리로 거부한 셈이 된다. 그러면, 미국의 시스템을 움직이는 그들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리는 미국인들에게는 법치주의가 그들의 문화 속에 있다고 생각하며 부러워한다. 미국의 시스템이 한국의 시스템보다 더 잘 운영되는 것은 그들이 법, 룰, 그리고 시스템을 더 잘 지키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법치주의 만으로 미국의 저력이 이해 될까? 우리가 더 깊이 이해하려 노력해 봐야 하는 것은, 미국인들의 이러한 문화적 저력을 그들의 역사 속의 무엇이 뒷받침하는 것인가 이다. 우리는 미국인들의 “미국예외주의” (American Exceptionalism) 에서 이 것을 읽어 볼 수 있다.
많은 세계인들은 미국인들이 현세 세계질서 속에서 자기들 잘난 맛에 세계를 뒤 흔들며 자기들 이익을 챙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예외주의란 단순히 자기들이 잘났다는 뜻이 아니다. 미국예외주의는 자유, 평등, 인권 등을 포함한 자연법 (“natural law”) 그리고 그러한 가치관들을 가장 완벽하게 실현해 주는 민주주의를 채택하여 미국이라는 나라가 설립되었고, 또한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가장 훌륭하게 성공시켰으므로, 전 세계에 이러한 가치관 및 시스템을 전파해야 할 도덕적 의무를 가지는 예외적인 국가요 국민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미국예외주의는 이러한 가치관 및 시스템이 세계의 그 누구에게라도 유익한 것이며, 그 누구라도 일단 접하게 되면 원할 것이라는 믿음 위에 존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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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그들의 미국예외주의 생각을 독립전쟁 당시부터 가져왔다 한다. (미국예외주의 와 백인에 의한 미대륙 원주민 탄압 간의 괴리에 대하여는 다음 기회에 살펴보기로 한다.) 그러나, 미국이 미국예외주의를 세계를 상대로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시작부터다. 그 전까지는, 미국국민은 전쟁으로 얼룩진 유럽의 역사를 한탄스러워 하며 그 것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생각 또한 가지고 있었다. 즉, 미국의 고립주의 (“Isolationism”) 이었다. 미국은 유럽의 국제질서 모델인 세력균형 (“Balance of Power”) 을 경멸하는 분위기였고, 미국예외주의의 우월한 도덕성 하에서 고립주의를 고수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20세기가 동틀 무렵, “Trust Buster” (독점금지법에 의해 대기업 독점체제를 무너뜨린 자) 로도 유명한 Theodore Roosevelt 대통령은 그 당시 미국에서는 드물게 국제정치 상의 현실주의자 (“Realist”) 로 알려져 있었는데 미국을 국제질서 속으로 진출시키려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을 실제로 국제질서 속으로 끌고 나간 이는 Roosevelt 대통령이 아니라, 그의 후임자이며 이상주의자 (“Idealist”) 이고 고립주의자 (“Isolationist”) 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Woodrow Wilson 대통령이었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옆에서 방관하던 미국은 독일이 지치자 큰 힘 들이지 않고 독일의 유럽제패를 막고, 그 후의 세계질서 속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하여 미국은 1차 세계대전 후반에 참전하게 되는데, 이 때 Wilson 대통령이 주창한 참전 이유가 (i) 그 동안 유럽을 지배했던 귀족주의적 (“Aristocratic”) 과두제 (“Oligarchy”) 에서 민주주의로, (ii) 밀실외교 에서 열린외교로, 그리고 (iii) 세력균형에 의한 국제질서에서 법치주의에 의거한 국제질서로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그 일환으로 Wilson 대통령은 국제연맹 (“League of Nations”) 의 설립도 주창 하였으나, 미국 국민들은 전쟁 후 바로 다시 고립주의로 돌아섰고 미국 국회는 국제연맹 가입을 부결하고야 말았다. 그러나 미국의 1차 세계대전 참전은 국민 마음 속에 미국예외주의가 대표하는 가치관들을 세계무대에서 확인하는 계기였고, 이러한 가치관들을 세계에 전도해야 (“evangelize”)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한국의 관점에서 볼 때, 고 이승만 대통령이 1907년 하버드 대학에서 장학생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1910년 프린스턴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바로 미국예외주의가 팽창일로에 있던 그 시절이었던 것이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다시 참전하면서 민주주의병기창 (“Arsenal of Democracy”) 등 구호를 외쳤는데, 미국예외주의 의 가치관이 정점에 오르는 시절이었고, 이는 냉전시대를 거치며 서방은 선 (“good”) 그리고 소련연방은 악 (“evil”) 로 규정하며 20세기 역사 속에서 지속되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미국예외주의의 세계전파에 대한 의무감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는데, 베트남 전쟁에 지쳐 반전운동을 하기 시작하면서였다.
물론 우리는 지난 70여 년 동안 중동으로부터 원활하고 적당한 가격의 오일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중동 내의 세력균형을 만들었고 조종해왔으며, 세계 각지에서 체제변동 (“Regime Change”) 을 시도하는 등 미국이 해 온 행위들이 무슨 미국예외주의의 가치관을 향한 이상주의적 행동거지냐 하는 냉소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우리가 미국에 대해 이해해야 하는 점이다. 미국은 이상주의에 의하여 그러한 가치관을 진정으로 추구함과 동시에, 냉엄한 국제질서의 현실 속에서 생존과 국익을 위하여 유럽 발 세력균형질서에 의거한 현실주의적 행보를 해 온 것이다. 즉, 미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예외주의라는 문화를 갖은 나라이기에, 결국 다중인격적인 운명적 요소를 내포하는 나라 인 것이다. 바로 이 점을 우리는 항상 잊지 않고 미국의 성향과 행동을 분석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미국예외주의에 입각한 이상주의가 진보∙보수 진영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 소련 붕괴 후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장악했던 신보수주의자 (“Neocon”) 들은 보수주의자로서 미국의 가치관을 세계에 전파하고 정착시키려 했고, 심지어 2003년 이라크 침공 때도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심는다는 계산착오를 범하기도 한 것이다. 즉, 미국의 이상주의는 진보 쪽에도 있고, 보수 쪽에도 있다. 그 정치적 시발점만이 다른 것이다.
Nixon 대통령 하야 건을 생각해 보며 우리는 그들의 탄핵 시스템이 느리고 힘들게 그러나 아무도 막을 수 없이 진행되게 한 것을 관찰 할 수 있었다. 즉 법치주의의 진수이다. Wilson 대통령의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이유에서도 본 것처럼, 법치주의는 미국예외주의의 뿌리깊은 가치관들의 일부이다. 그러니, 미국예외주의라는 문화를 갖은 미국인들이 법치를 잘 지키고 그로 인해 그들의 시스템이 잘 작동되는 것은 논리적으로 당연한 연계성을 갖고 있다 할 것이다. 미국국민의 보이지 않는 문화적 저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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