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김민솔 기자] 한국의 젊은 층이 독일·일본·프랑스·스웨덴에 비해 자녀 출산 결정에 고려하는 요소가 많고, 사회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이들 5개국에 거주하는 20~49세 성인 남녀 2500명씩을 대상으로 지난해 6~9월 결혼·출산·육아·인구정책 등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진행했고, 이를 '보건복지포럼' 8월호에 공개했다.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기준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단기적 현상을 넘어 구조적 위기로 자리 잡고 있다. 연구진은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기존 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재검토와 새로운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연구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비교대상인 독일·일본·프랑스·스웨덴 4개국은 모두 출산율 하락을 겪고 있으나, 합계출산율은 1명대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같은 설문지를 가지고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현재 결혼한 상태가 아닌' 사람들의 결혼 의향은 한국이 52.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스웨덴 50.2%, 독일 46.5%, 프랑스 38.2%, 일본 32.0% 순이었다. 하지만 출산 의향은 스웨덴 43.2%, 프랑스 38.8%, 독일 38.6%, 한국 31.2%, 일본 20.3% 순으로 한국은 5개국 중 4위였다. 다만 일본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생각해 본 적 없다'는 응답률이 한국보다 높았고, 한국은 '낳지 않을 생각'이라는 응답률이 47.3%로 일본(45.9%)보다 높았다. 출산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 계획하는 자녀 수는 한국이 1.74명으로 가장 적었다. 독일은 2.4명, 스웨덴 2.35명, 프랑스 2.11명, 일본 1.96명 순이었다. 출산 계획 시 고려하는 요인들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가정의 경제적 여건'·'주거 여건'·'경력 단절의 가능성' 등 모든 요인을 다른 나라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한국인의 절반 이상(50.1%)은 '미래 불확실성'을 매우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 여기고 있었다. 일본(30.5%), 스웨덴(22.5%)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진다', '나나 배우자가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한국이 가장 높았다. 일과 가사·육아를 병행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묻는 문항에서 한국은 57.6%가 어렵다고 답했다. 일본 55.8%, 프랑스 47.3%, 스웨덴 23.2%보다 높았다. 출산과 관련한 인식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인식도 한국은 부정적인 편이었다. '전반적으로 공정한 사회이다'라는 명제에 동의하는 정도를 5점 만점으로 측정하니 한국은 2.35점에 그쳤다. 독일과 프랑스는 약 2.8점이었다. 하지만 '소득 격차가 너무 크다', '가장 부유한 1%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이 너무 많다'는 데에는 한국인들이 더 많이 동의를 표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인식과 가치관 차이가 각국의 가족 형성과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출산율 제고를 위한 인구정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국민에 대한 단순한 재정적 지원을 넘어 혼인 및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자리·주거·양육 환경에 대한 구조적 문제의 해결과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을 중심으로 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