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에 입학하면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건 이제 옛말이 된지 오래다. 교대를 졸업해도 2명 중 1명은 '임용고시'라는 첫 관문에서 좌절하고, 피땀흘린 노력 끝에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학교에서 선생님을 뽑지 않는 '임용절벽'에 또 다시 눈물을 흘려야 한다. 이 문제는 지역별, 학제별 교사 수급의 불균형으로 이어져 비단 교대 졸업생뿐만 아니라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학습권 격차'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에 아시아타임즈는 오래된 '임용절벽'로 사회적 문제를 짚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담은 기획기사를 연속 연재한다. [아시아타임즈=양혜랑 기자] 도시에는 교사 임용 대기자가 쌓이고, 농촌 도서 지역은 교사 부족으로 수업 공백이 발생하는 이중 불균형이 고착화되고 있다.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를 근거로 '교원 총량 감축' 기조를 유지하는 동안, 학제별 지역별 수요 차이를 세밀하게 반영하지 못해 현장의 괴리가 심화된 것이다. 초등 단계에서는 학생 수 감소로 여유 인력이 발생하지만, 고등 단계에서는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선택·소인수 과목 담당 교사가 급증하는 등 구조적 수요도 이런 문제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보직 이동과 교사 임용 감축 등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박정인 단국대학교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교수는 "교원 수급은 남는 교사를 부족한 지역에 '옮겨 꽂는' 수준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학생 학습권 보장, 교사 전문성 강화, 지역 균형 발전의 세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수요 맞춤형'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농촌 지역 교사 확보와 장기적 안정화를 위한 단계별 로드맵, 데이터 기반의 탄력적 임용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촌 확보, '단기·중기·장기' 3트랙으로 접근해야 농촌 근무 기피의 핵심은 생활 여건과 경력 관리의 불확실성이다. 박 교수는 단기적으로 △교사 관시 및 주거·교통·보육 지원△지역 근무 가산점·승진 가점·특별전형 혜택 △동반 근무·가족 동반 지원과 같은 현실적 인센티브를 '패키지'로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청이 주도하는 '원격 공동교육과정' 확대도 단기 처방으로 제시된다. 우수 교사가 거점 학교나 교육청 스튜디오에서 실시간 원격수업을 제공하고, 농촌 학교는 실습·평가·생활지도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중기적으로는 해당 지역 출신 학생을 선발·양성하고 일정 기간 의무 복무를 부여하는 '지역 기반 교원 양성'이 효과적이다. 장학금·기숙사·현장실습을 묶은 트랙을 만들고, 임용 후 일정 기간 지역 근무를 수행하면 연구휴가·해외 연수·석·박사 학위 연계 같은 경력 자산을 보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는 지역사회와 학교, 대학이 함께 설계·운영하는 '지역 인재 순환시스템'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 장기 해법으로 박 교수는 국가 또는 시·도 교육청이 운영하는 전국 단위 인력풀, 즉 '순환 교원단' 도입을 제안한다. 교사는 정규 신분을 유지한 채 2~3년 단위로 교원 부족 지역·학교·과목에 순환 배치되며, 근무 종료 후 원 소속지로 복귀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순환 대상은 농촌·도서 지역과 소규모 학교. 신설·소인수 과목을 우선한다. 운영의 관건은 설득력 있는 보상이다. △승진 가산점 △연구 휴가·연구비 △주거·생활 지원 △특수지 수당 등 실질적 인센티브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박 교수는 "순환근무를 '인력 보충'이 아니라 교사의 경력 개발·전문성 확장의 기회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환배치의 정당성과 수용성은 제도 설계의 균형에서 판가름난다. 박 교수는 "공공서비스의 평등 제공이라는 원칙 아래, 국가공무원은 재직 중 일정 범위의 근무지 이동이 제도적으로 수반될 수 있음을 사회적으로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생활권 변화가 큰 제도인 만큼 사전 공지, 희망제 병행, 가족·주거 지원, 복귀 경로의 예측 가능성, 충분한 보상 등을 통해 자율성과 안정성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는 순환·파견 제도를 보상과 결합해 운영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일본은 교원 인사 교류제를 통해 도서·벽지 학교에 일정 기간 파견 후 원 지역 복귀를 허용하고, 지역 가산수당·주거 지원으로 실리를 보전한다. 독일이 주(州) 차원의 ‘임시 배치(Abordnung)’로 타 지역 파견을 실시하며, 복귀와 경력 인정 체계를 명확히 둔다. 핀란드는 농촌 근무를 전제로 하는 교원 양성 코스를 운영하고, 지역 수당·연구 지원을 결합한다. 박 교수는 "강제 배치는 반발을 키울 수 있다"며, "인센티브와 자발성 병행, 경력 인정과 복귀 경로의 명확화가 지속가능한 설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총량 감축'에서 '수요 맞춤형'으로⋯ 시나리오 기반 예측과 '탄력적 임용'으로 돌파 초등에서는 여유, 고등에서는 부족이라는 학제별 비대칭이 뚜렷하다. 고교학점제로 선택 과목·소인수 과목이 확대되면서 과목 단위의 세밀한 배치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총량 위주의 감축은 초등 잉여 해소에는 도움될 수 있으나 고교의 과목 미개설·축소 문제를 방치한다"며, "과목별수업 개설률과 학생 선택권 보장률을 핵심 성과지표(KPI)로 삼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원격 공동교육과정의 순환교원단을 연결하면, 물리적 거점과 디지털 전달을 결합한 '이중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정적 수급을 위해 정책 입안자가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로 박 교수는 △학령인구 예측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다중 시나리오 설계 △학제·지역별 차별화 대응 △교직의 안정성과 매력 유지를 꼽았다. 첫째, 학령인구 예측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다중 시나리오 설계이다. 통계청·교육청 공공데이터를 결합해 지역 이동, 전·출입, 산업단지 조성, 주거 공급 변화 등 변수를 반영한 예측 모델을 구축하고, 3·5·8년 중기 전망을 상시 업데이트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학제·지역별 차별화 대응이다. 초등·중등, 일반고·특성화고, 도시·농촌 등 층위별 수요를 따로 산정하고, '과목×지역×학제' 매트릭스로 배치·임용을 조합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정기 간행의 교육백서를 법정 기반으로 상시 발간·공개하는 체계가 바람직하다. 셋째, 교직의 안정성과 매력 유지이다. 경력 경로가 불안정하면 유입이 급감하고 질이 하락한다. 국가 차원의 교원 인력풀을 데이터로 관리하고, '정원=학령인구'가 아니라 '정원=실질 교육수요(과목·지역·학제)×정책목표'에 따라 탄력적 임용제를 시행해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 간 갈등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평가도 있다. 박 교수는 "전문성 보장 원칙을 전제로, 역량 있는 학부모를 '일일강사'로 제한적 활용하는 시범 사업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교사 앞에서 수업능력을 검증받고, 교육적 효능이 입증된 수업만 학령기에 투입하는 엄격한 품질관리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는 교사의 전문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상호 이해를 높이고 협력 생태계를 복원하는 실험적 접근이라는 취지다. 실행 로드맵(안), 3개년 파일 5개 권역 확대 전국 정착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로드맵은 10년 단위의 단계적 정착 방안이다. 우선 1단계(13년)에서는 농촌·도서 지역 교육지원청 3곳 내외에서 '순환교원단'을 시범 운영한다. 교사가 2~3년 주기로 순환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관사·주거·교통·보육을 포함한 생활 지원 패키지와 승진·연구 활동 인센티브를 즉시 적용한다. 동시에 거점학교와 원격 수업을 결합한 공동교육과정을 가동해 과목 개설 공백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이 단계의 성과지표(KPI)는 △과목 미개설률 0% △학기 중 결원 보충 기간 50% 단축 △학생 선택권 보장률(수강 희망 대비 개설률) 95% 이상 달성이 목표다. 2단계(4~6년)에는 5개 권역 거점 교육청을 중심으로 순환교원단을 확대하고, '지역 출신·지역 복무' 교사 양성 트랙을 본격화한다. 또한, 과목·지역·학제별 수요와 공급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 대시보드를 구축해 결원 예측과 신속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이 단계에서는 △농촌 신규 임용 충원률 90% 이상 △순환 근무 종료 후 원 소속지 복귀율 95% 이상 △교사 이탈률 전년 대비 30% 감소라는 성과 지표가 설정된다. 마지막으로 3단계(7~10년)에서는 전국 정착을 목표로 한다. 교원 수급 현황을 법정 '교육 백서'로 상시 발간하고, 탄력적 임용제를 제도화한다. 나아가 순환교원단과 일반 임용· 전보 체계를통합한 '국가·시도 연계 인력운영 플랫폼'을 완성해 교원 배치의 효율성을 높인다. 최종적으로는 △지역·학제 간 교원 배치 격차 지수 50% 이상 개선 △학습권 격차 지표(과목 개설률·교사 1인당 학생 수 등) 전국 표준편차 축소가 주요 성과 목표로 제시된다. 세 가지 목표 한 가지 해법, '수요 맞춤형'으로의 대전환 도시·농촌, 초등·고등 간의 비대칭은 '총량 감축'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농촌 확보를 위한 생활·경력 인센티브, 지역 출신 기반 양성, 전국 단위 순환교원단, 데이터 기반의 탄력적 임용과 법정 교육백서 체계를 결합해야 한다. 박 교수는 "학생 학습권 보장, 교사 전문성 강화,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세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교원 정책의 패러다임을 총량에서 수요로 바꾸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사의 역할은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이 삶과 진로를 주체적으로 설계하도록 돕는 촉진자로 확장되고 있다. 박 교수는 "교사에게 다양한 학교·지역·과목 경험을 제공하면 교육과정 설계 역량과 융합적 안목이 커진다"며, "순환교원단이야말로 미래형 교사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장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