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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속 은행, 예대마진 비판 잇따라
수익 다각화 위한 금산분리 완화 '시동'
리브엠·땡겨요 등 비금융 진출 물꼬트이나
[아시아타임즈=정종진 기자] 은행을 향한 '이자 장사'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수익 대다수를 예대 마진으로 벌어들이는 은행의 구조적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고금리 기조 아래 은행들이 막대한 이자 수익을 거둬들인 반면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부담에 국민들의 지갑 사정은 갈수록 얇아지자 원성이 배가 되는 모습이다.
특히 정부에서도 이자 이익에 치중된 은행의 수익 구조를 바꾸기 위해 칼을 빼들자 은행들의 수익 다각화를 위한 '금산분리' 제도 완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산업간 경계가 장벽이 없어지는 '빅블러' 시대를 맞아 은행들의 비금융 사업 확장을 도모해 체질 개선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산분리는 은행 등 금융 자본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 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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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재벌 사금고화'를 막겠다는 취지로 지난 1995년 도입된 이래 은행의 비금융산업 진출에 가장 큰 장벽이 되고 있다.
현재 금융지주는 비금융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가 불가능하며 은행과 보험사들은 다른 회사 지분에 15% 이상 출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시대에 접어들면서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핀테크들은 앞다퉈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지만 은행들의 금융혁신은 여전히 금산분리 원칙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들이 예대마진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던 배경도 금산분리가 꼽힌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미국 4대 금융그룹 2022년 실적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웰스파고 등 미국 4대 금융그룹이 지난 2021년에 거둔 비이자이익은 1876억 달러로, 이자이익(1735억 달러)보다 많았다.
지난해엔 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려 이자이익이 2128억 달러로 비이자이익(1608억 달러)을 다시 넘어섰지만 여전히 비이자이익이 그룹의 총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수준이다.
특히 올해는 이자이익 상승이 점진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이자이익 창출과 비용관리 능력이 미국 4대 금융그룹의 실적 차별화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총영업이익(48조4038억원)에서 이자이익이 39조6739억원가량으로 82%를 차지했다. 비이자이익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유가증권 손익 감소와 더불어 자본시장 및 부동산 시장 악화에 따른 관련 수수료 감소 등으로 8조7249억원에 그쳤다.
4대 금융지주가 호실적 행진을 이어갔지만 대부분은 계열사 맏형인 은행의 이자수익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이자 수익에 치중된 금융지주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업 다각화를 통한 비이자이익 창출이 필요하다는 대목이다.
금산분리 완화는 올해 금융당국이 주도적으로 밀어붙이기로 한 정책 과제다.
김주혐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6월 위원장 지명 당시 소감 기자간담회에서 "해외의 경쟁사들은 할 수 있는 일이 국내 금융회사들은 규제로 막혀 못한다거나 빅테크는 할 수 있는 일을 기존 금융회사가 못하는 사례 등을 살펴 타당한 이유가 없다면 규제를 풀겠다"며 "필요하다면 금산분리, 전업주의 규제까지도 건드릴 수 있다"며 금산분리 완화의 신호탄을 솼다.
이어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관련 안건을 여러 차례 논의한데 이어 올해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금융산업 관련 규제 재정비·합리화'로 금산분리 제도 완화를 꼽고 상반기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과 산업자본의 결합을 제한하는 대원칙을 지키면서도 디지털화와 빅블러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 맞춰 시대에 맞춰 근산분리 제도를 바꿔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세부적으로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비금융 업무의 범위를 법령에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해 현행 포지티브를 추가 보완하는 방식부터 네거티브 전환을 하면서 위험총량을 규제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과 같이 부수업무, 자회사 출자가 가능한 업종을 열거하되 기존에 허용된 업종 외에도 디지털 전환 관련 신규업종, 금융의 사회적 기여와 관련된 업종 등을 추가하는 '포지티브 리스트 확대'(1안) △상품 제조‧생산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전면 허용하되 위험총량 한도(자회사 출자한도 등)를 설정해 비금융업 리스크를 통제하는 '네거티브 전환+위험총량 규제'(2안) △자회사 출자와 부수업무를 분리해 자회사 출자는 제2안에 따라, 부수업무는 제1안을 따르는 3안을 놓고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규제혁신회의 민간위원인 박병원 전 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은 금산분리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일본은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 이 정도면 건너갈 거 같은데도 한 번 보고 안 건너 가는 나라다. 그런 나라보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늦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 3일 발표한 '금산분리 규제 완화와 일본은행들의 비금융 비즈니즈 진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금융당국은 2016년 이후 두차례에 걸친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행내 또는 자회사에서 비금융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먼저 비금융자회사 유형으로 은행업 고도화, 이용자 편익 향상, 지역경제 활성화, 기업생산성 향상, 지속가능사회 구축에 기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은행업고도화등회사'를 도입했다.
자회사 업무 범위는 업종이나 업무를 열거하는 방식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은행업고도화등회사는 인가신청시 신청회사의 업무가 운영취지에 부합하는지 당국이 판단하는 방식으로 환경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은행업무와 관련된 종속업무를 수행하는 종속업무회사에 적용되는 수입의존도 규제를 완화해 은행이 종속업무회사를 적극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들은 기술개발, 시스템‧앱 개발, 데이터분석 등 디지털 관련 회사나 지역상사를 만들고, 종속업무회사 규제 완화로 광고, 인재소재, 기업연결 등 다양한 비금융회사가 설립될 수 있었다.
주목할 점은 은행이 운영취지에 맞는 다양한 비금융업무를 발굴해 직접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은행들은 핵심기술 확보 및 육성을 위해 핀테크회사를, 지방은행들은 시스템·앱 설계 및 판매로 비금융수익 창출 목적의 설립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 SMBC의 인증회사 폴라리파이 설립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14개의 핀테크 기반 은행업고도화등회사가 설립됐고, 훗카이도은행 등 20여개 지방은행들은 야채, 술 등 특산품 판로 개척과 마케팅을 지원하는 지역상사를 자회사로 설립해 기업 고객들의 편익을 제고하는 한편 지역경제 활성화에 공헌하고 있다.
보고서는 "일본의 경우 2016년 이후 은행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면서 은행들이 경제 성장과 지속가능사회 구축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비금융사업에 진출하고 있다"며 "국내 은행도 디지털화에 대응하고 경제 성장에 지원하도록 업무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비금융업 리스크 전염가능성이 낮은 사업영역을 중심으로 해 은행의 비금융업 영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금산분리 장벽은 무너지지 않았지만 은행들도 예외적으로 금융당국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금융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엠'과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가 대표적이다.
2019년말 기대와 우려 속에 모습을 드러낸 리브엠은 5G 서비스 및 워치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알뜰폰 사업영역을 넓히고 고객 서비스 품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며 최근 가입자수 40만명을 돌파했다.
더욱 지난해 하반기 제휴통신망을 LG U+에 이어 KT, SKT까지 확대해 이동통신 3사망을 모두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고객 연령층별 트고하 요금제 출시 등 '가심비'를 중시하는 MZ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가입자 중 60%가 2030세대를 차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지난해 1월 탄생한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 역시 출시 1년만에 가입자수 165만명을 넘어서며 흥행 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땡겨요는 '혜택이 돌아오는 배달앱'이라는 슬로건처럼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서비스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공공배달앱으로 확장을 꾀하며 이달초 서울 구로구청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구로 땡겨요'를 선보였다. 구료 땡겨요는 고객이 땡겨요 앱에서 구로구로 지역을 설정하면 '맞춤 서비스 화면을 통해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고 가맹점에겐 할인쿠폰을 발행할 수 있는 '사장님지원금'을 기존보다 10만원 더 추가해 30만원 제공한다.
또 구로구 소재 가맹점에서만 사용가능한 '구로땡겨요상품권'도 발행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경영 실천을 위해서는 상생이 답이라 생각한다"며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먹거리를 연결고리로 삼아 지자체와 땡겨요가 함께 ESG 경영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금산분리의 벽이 여전한 상황에서 특례사업의 기간이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리브엠은 2019년 처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이후 2021년 기간을 2년 더 연장받았고, 올해 사업특례 기간이 만료된다.
땡겨요의 경우 지난해 말 지정기간 연장을 통해 2024년 12월 21일까지 특례를 확보해뒀지만 관련 법 개정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업을 종료해야 하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결국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해 해당 분야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나가고, 다른 은행들도 보다 다양한 혁신금융서비스에 진출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것이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0월 한국금융연구원과 금융권협회가 개최한 '금융규제혁신 세미나'에서 "금산분리 규제는 금융지주나 금융복합기업집단 등의 기본적인 규제 틀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개선을 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내의 경우 기업 확장에 관한 부분 등이 제도화가 돼 있는 만큼 전체적인 금산분리 체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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