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청년의 '서울 태극기 집회' 참여기… "편견? 그냥 평범한 시민들이네요"

김태훈 기자 / 기사승인 : 2019-04-08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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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현장에 설치된 포스터들(사진=김태훈 기자)
집회 현장에 설치된 포스터들(사진=김태훈 기자)

[아시아타임즈=김태훈 기자] 기자는 28년간 부산에서만 살아온 토박이다. 기자가 되겠다고 무턱대고 서울로 올라온 터라 '부산 바깥 세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부분이 태반이다.


그 중에 하나가 '대규모 집회'다. 대부분의 큰 집회는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에 부산에서는 수만명의 사람이 모이는 집회에 참여하기란 사실 쉽지 않다. 물론 부산에서도 가끔 집회가 열리기는 하지만 대부분 규모가 작고, 또한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가서 집회에 참여하는게 보통이다.


그래서 기자는 '서울 탐방'의 첫번째로 대규모 집회 참석에 도전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6일에 신고된 주요 집회는 모두 20개였고, 이 중 오후 1시 서울역에서 열린 '제116회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보았다. 기자의 '정치적 성향'과 별개로 그날 예정된 집회 중 신고인원이 5만명으로 '가장 큰' 집회였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집회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참석자들(사진=김태훈 기자)
집회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참석자들(사진=김태훈 기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책들(사진=김태훈 기자)
이승만·박정희·전두환·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책들(사진=김태훈 기자)
'탄핵 무효' 메시지를 담은 가방을 맨 집회 참석자(사진=김태훈 기자)
'탄핵 무효' 메시지를 담은 가방을 맨 집회 참석자(사진=김태훈 기자)


집회 참석자와 사진을 찍는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사진=김태훈 기자)
집회 참석자와 사진을 찍는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사진=김태훈 기자)

"아이고~ 잘 지내셨습니까?" "충성!" "단결!"


집회 분위기는 친목모임 같았다. 참석자들은 서로를 '동지'라고 부르고, 이미 서로가 안다는 듯이 악수나 경례를 하기도 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우리 건국의 아버지입니다! 우리는 역사를 똑바로 알아야 해요!" "박근혜 대통령 석방 운동에 서명하세요!"


현장은 박람회나 축제의 모습이었다. 집회 장소에 설치된 부스들은 태극기, 성조기, 의류, 선글라스, 책 등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했고, 곳곳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서명도 진행됐다. 대자보 내용은 온통 심각한 내용이었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대부분 여유로웠다.


집회에 참석한 한 아주머니는 태극기를 들지 않은 기자에게도 친철했다. 그러나 정치적 신념은 무척 단단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판결이 나기도 전에 출당을 시켰어! 당시 황교안은 탄핵 판결을 막지도 않고, 지금 자신이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 이렇게 가치가 다른 자유한국당과는 절대 같이 갈 수 없지"


집회에서 한 남자가 나눠준 종이(사진=김태훈 기자)
집회에서 한 남자가 나눠준 종이(사진=김태훈 기자)

집회 현장에서는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종이를 나눠주고 있었는데 제목은 ‘공부 안하는 한심한 우파 지도층’이었다. '지도층에 있다는 사람들은 현 시국에 대한 유튜브를 거의 시청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가 잘났고 똑똑하여 시청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집회 참석자들은 주류 언론과 사법부에 강한 반감을 보였다. 이들은 주류 엘리트 계층이 '비주류 아웃사이더'인 자신들을 무시하고 있고, 거만하며, 진정한 진실을 보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미국과 유럽의 극우 정당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행동이다.


집회를 방해하는 사람을 경찰이 제지하는 모습(사진=김태훈 기자)
집회를 방해하는 사람을 경찰이 제지하는 모습(사진=김태훈 기자)

"어어~ 이러시면 안됩니다" "집회 방해하지 말고 꺼져 좌빨 XX야!"


집회 현장 한 구석에서는 다툼도 있었다. 집회 참석자들과 집회 반대자들간의 실랑이였는데, 경찰이 중간에서 이들을 제지하고 있었다.


"무슨 목사라는 XX라는데 고발을 해도 매번 찾아와서 집회를 방해한다니까! 지가 좋아하는 집회에 참석하면 되지 왜 우리 집회를 방해하는지 몰라"


서로 욕설이 오가면서 분위기는 험악했지만 다행히도 폭력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한애국당 당가를 부르는 모습(사진=김태후 기자)
대한애국당 당가를 부르는 모습(사진=김태훈 기자)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응원단 모습(사진=김태훈 기자)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응원단 모습(사진=김태훈 기자)
행사를 준비하는 응원단 모습(사진=김태훈 기자)
행사를 준비하는 응원단 모습(사진=김태훈 기자)

"힘차게 외쳐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무효!" "죄 없는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라!" "우와~"


연단으로 갈 수록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본격적인 연설이 시작되기에 앞서 트로트풍의 노래가 계속 흘러나왔고, 일부 집회 참석자들은 대한애국당의 당가를 부르거나 이에 맞춰 '탄핵 무효' '박근혜 대통령' '죄없는 대통령을 석방하라' 등의 구호가 터져나왔다. 시위 응원단은 춤을 추고 악기소리를 이용해 축제 같은 집회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참석자들(사진=김태훈 기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참석자들(사진=김태훈 기자)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는 참석자들(사진=김태훈 기자)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는 참석자들(사진=김태훈 기자)

"애국가는 전창을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국기에 대한 경례!" "순국선열과 용사들에 대한 묵념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집회 참석자들은 애국가를 1절부터 4절까지 전창을 했고, 이승만·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을 띄워 국기에 대한 경례를 진행했다. 그리고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으로 이어지면서 축제 같은 집회 분위기와 달리 엄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집회 현장에서 발언을 하는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사진=김태훈 기자)
집회 현장에서 발언을 하는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사진=김태훈 기자)

"여러분, 박정희 대통령을 폄하하는 나쁜 방송들을 규탄해야 합니다!" "맞아요!" "우리가 승리할 때까지 최선을 다 해야 해요!" "네! 맞습니다!"


집회 참석자들은 연설자가 발언을 끝날 때마다 동의한다는 듯 소리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모습도 보였다. 그는 방송이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폄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도 무효라고 강조했다.


"여러분은 외롭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뭐라고 해도 역사는 우리가 올바른 길을 갔다고 기억할 것입니다. 낙담하지 마세요. 힘들어 하지 마세요. 우리가 승리를 이룰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해요"


지지자의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극대화하는 것은 극우 정치인의 대표적인 전략이다.


집회 현장에서 발언을 하는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사진=김태훈 기자)
집회 현장에서 발언을 하는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사진=김태훈 기자)

"반대하는 놈들보다 배신한 놈들이 더 나쁩니다!" "종북세력과 손을 잡은 가짜 보수와 어찌 통합할 수 있겠습니까!"


마지막 순서로 발언을 진행한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자유한국당과 함께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반대하는 놈들보다 배신한 놈들이 더 나쁘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만난 아주머니가 말한 것처럼 집회 참석자들은 자유한국당 정치인을 배신자로 규정해 보수 통합에 반대하고, 자신들이야말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충성할 수 있는 유일한 보수 우파라고 믿는 듯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6일 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에 출연해 "대한애국당 후보가 0.8% 가져간 것이 너무 아쉽죠. 그게 저희한테만 왔어도 이번 창원 성산에서 이길 수 있었어요"라며 '보수통합론'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기자가 집회에서 본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의 모습은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었다. 나 원내대표의 '보수통합론'은 실제 현장 밑바닥에서부터 거센 저항을 받고 있는 모습이었다.


서울역에서 집회를 마치고 광화문으로 이동하는 참석자들(사진=김태훈 기자)
서울역에서 집회를 마치고 광화문으로 이동하는 참석자들(사진=김태훈 기자)

오후 1시에 시작된 서울역 태극기 집회는 3시에 마치고, 집회 참석자들은 광화문으로 이동해 2차 집회를 가졌다. 태극기와 성조기 물결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부산에서는 스크린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집회를 바라보다가 직접 대규모 집회에 참여해보니 참석자들의 감정과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집회 참여 전에는 이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집회 참석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정치적 신념이 강하고,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것이지 정치를 제외하면 모두 평범한 '대한민국 시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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