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 기자의 전셋집 구하기①] 청년 주거 빈곤율 37%…지·옥·고 탈출 방법 없나요?

이선경 / 기사승인 : 2019-01-31 02: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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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평균 월세 54만원…주거빈곤 몰리는 청년들
정부 지원 주거 정책도 '경쟁'의 연속
연 1.2% '중소기업 청년전세자금대출'
기자가 지난해 2월까지 살았던 옥탑방 월세 계약서 (사진=이선경 기자)

[아시아타임즈=이선경 기자] 필자는 지난 3월 입사해 건설부동산부에서 약 1년을 지낸 사회 초년생 기자다. 또래 친구들은 관심이 전무할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하루에도 수십억이 오가는 시장의 매커니즘에 적응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지금도 시장을 이해한다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초년생일 뿐이다.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은 부동산 시장 만큼 인간의 본능적 욕구가 깃든 곳도 없다는 것이다. 투기가 부동산 시장의 근간이라 욕하며 결국 '돈 때문 아니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좋은 집에 살고 싶은 욕구가 시장을 돌아가게 만든다. 흔히 사람들은 의(衣)·식(食)·주(住)가 인간의 기본 요소라고 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몇 만원이면 의·식을 배불리 충족할 수 있지만 주는 다르다. 과연 몇이나 되는 사람들이 자신이 만족할 만한 위치, 크기의 집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20살에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상경해서 처음으로 산 곳은 회기동의 작은 원룸이었다. 보증금 1000만원에 50만원의 월세를 내고 살았는데, 옆 동네 학교로 같이 상경한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1년을 살았다. 처음 한 달 간은 공간 분리가 되지 않은 좁은 공간에서 이상 증세도 많이 겪었다. 침대에 가만히 누우면 벽이 점점 가운데로 몰려들면서 숨이 턱 막히는 경험을 했다. 그래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한 달 뒤 부터는 나름 집에 오면 편안함을 느꼈다. 또 당시에는 월세를 부모님이 내주셨기 때문에 이 돈이 얼마나 큰 돈인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알지 못했다.


두 번째로 이사를 간 곳은 공용 주방을 쓰는 세 평 남짓한 좁은 방이었다. 같이 살던 친구가 학교 근처 하숙집으로 이사가면서 집을 구하게 됐는데 침대, 책상을 제외하고는 사람 하나 누울 공간이 없었다. 두 발자국만 걸으면 책상, 화장실 어디든 갈 수 있었다. 그래도 창문이 양 면으로 트여 있어 '고시원보다야 낫지'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 이 집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3만원이었다.


마지막으로 살았던 집은 학교 정문에서 1분 거리에 위치한 3층 집이다. 말이 3층이지 옥상을 불법 증축한 옥탑방과 다름 없어 겨울엔 많이 추웠다. 그나마 전 집보다 넓고 편의시설과 가까워 세 집 중 가장 만족스럽게 살았다. 가격도 착했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2만원이었다.


기자가 지난해 2월까지 살았던 옥탑방 모습. 추웠지만 나름 넓고 저렴해 1년간 잘 살았다. (사진=이선경 기자)

기자가 "지금껏 나는 이런 집에 살았어요 ㅠㅠ"라고 호소하고 싶어 이사 일대기를 장황하게 적은 건 아니다. 기자와 같은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청년들이 지하, 옥탑방, 고시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거다. 다방이 지난 8일 발표한 2018년 서울 월세 시세 자료에 따르면 서울 대학가의 전용면적 33㎡ 이하 원룸의 평균 월세 가격은 54만원이다. 보증금 1000만원을 기준으로 산출한 시세다.


보증금 1000만원과 54만원을 부담 없이 낼 수 있는 청년은 몇 없을 거다. 그렇기에 청년들은 좁더라도, 역에서 멀더라도, 곰팡이가 끼고 바퀴벌레가 나오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싼 집을 향해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제 발로 찾게 된다. 실제 지난해 7월 발표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서울 1인 청년가구의 주거 빈곤율은 37.2%(2015년 기준)로 점점 악화되고 있다. 집 다운 집에서 살지 못하는 청년들이 세 명 당 한 명 꼴이란 소리다. 정부가 정한 1인가구의 최소주거면적 기준은 14㎡(4.24평)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집에서 살고 있는 청년들이 널리고 널렸다. 부동산에 가면 세 평도 안 되는 집을 보여주는 경우가 허다하고 실제 주변에 3평이 채 안되는 집에서 사는 친구들이 많으니까.


그렇다고 매달 월급의 5분의 1을 월세로 갖다 바치며 살 순 없는 노릇이다. 이대로라면 몇 년 못가 모은 돈 한 푼 없이 부모님이 계신 고향집 대문을 두드리게 될 것만 같았다. 서울에서 살아남기 위해 SH공사나 LH에서 공고하는 청년을 위한 정책들을 눈여겨 봤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청년을 위한 행복주택, 역세권 청년주택, 청년전세임대주택, 청년 매입임대주택, 보증금지원형 장기안심주택 등 무수한 이름의 정책들이 나와 있다. 헷갈리겠지만 아무튼 이들 정책의 요점은 청년들에게 시세 60~80% 선에서 월세를 주거나, 전세를 마련할 수 있게 대출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기자는 그 중에서도 SH공사에서 실시하는 청년 매입임대주택을 신청했다. 서류 심사 결과가 약 한달 후 발표되는데, 깔끔하게 1차부터 탈락했다. 이 또한 경쟁의 연속인지라, 수 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다. 서류를 계속 넣어봤자 가점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떨어질 것이란 생각에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다 대출을 받고 전셋집을 얻는 것이 오히려 월세보다 싸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이자가 저렴한 상품은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대출'이다. 연 1.2% 금리로 최대 1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고 월 10만원 안팎의 이자만 내면 4회 연장해 최대 10년까지 살 수 있다.


기자가 올해 초 집을 구하고 이사를 하기까지 참 많은 일을 겪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허탈감에 마음 속으로 포기를 새기고 또 새겼다. 이렇게 청년들이 연애, 결혼, 출산에 이어 인간관계, 내집마련까지 '5포세대'로 전락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기자는 결국 대출을 받아 10평 조금 넘는 9000만원의 투룸 전셋집을 구했고, 한 달에 이자 7만원을 내면서 집 다운 집에서 잘 살고 있다. 물론 내 집은 아니지만 아파트 견본주택을 다니면서 느꼈던 부러움은 사그라들었고 집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져 삶의 질이 향상됐다. 누구라도 기자처럼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


다음 편은 주거 빈곤을 겪는 우리 세대 청년들이 부동산에서 집 구하는 방법과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과정 등을 다룰 예정이다. 집 없어 서럽고, 집 구하기 힘들다면 많이 기대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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