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대담] "저번엔 중동 가라더니 이번엔 동남아요?"

백두산 / 기사승인 : 2019-01-30 02: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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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간담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타임즈=백두산 기자] “국문과(를 전공한 학생들) 취직 안 되지 않느냐. 그런 학생들 왕창 뽑아서 태국·인도네시아에 한글 선생님으로 보내고 싶다. 여기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여기(아세안)를 보면 '해피 조선'이다”


김현철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다. 극심한 취업한파 속에서 한탄하고 있는 취준생들에게 '아세안에 가서 일자리를 알아보라'라는 의미로 읽힌 이 발언이 전해지자 청년은 물론 언론과 야당에서 질타가 쏟아졌다. '문송합니다'로 대변되는 인문계열 졸업생들이 취업을 위해 과도한 스펙을 쌓고 '경력직 같은 신입'이 되기 위해 각종 인턴 지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해외로 나가라는 청와대 주요 인사의 이같은 발언은 매우 부적절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현재 신남방지역의 한류 열풍으로 해당 지역의 10~20대들이 대한민국을 동경의 나라,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라며 “우리 젊은이들도 우리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자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라 해명했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미 차가워질대로 차가워졌다.


신남방정책을 주도하는 책임자로서 아세안 시장에 대한 홍보 차원의 발언일 수도 있지만 정부의 주요 관계자가 청년과 중장년층이 마주한 차가운 현실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처사라는 점에서는 더더욱 안타깝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동 순방 후 가진 제7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한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 진출을 해보라. 다 어디 갔느냐고, 다 중동 갔다고" 발언과 비교된다.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제대로된 청년 고용정책도 내놓지 않고 청년들을 중동으로 내보내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우윤근 원내대표는 "청년이 우선 국내에서 살 길을 찾게 하는 것이 도리"라고 비판했고,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새정치민주연합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4년이 채 되지 않아, 바뀐 정권에서 똑같은 취지의 발언이 반복된 것이다.


이재성(28·직장인)씨는 “이번 정부는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배운 게 정말 없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동으로 가라’ 발언이 나왔을 때 비판을 한 정당이 지금 여당 아니냐”며, “당시 청년들의 현실도 모르고 그런 발언을 하느냐고 비판하더니 똑같은 행동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년과 중·장년층의 분노의 이면에는 정부 관계자들의 몰이해가 그 바탕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고용 지표를 비롯한 각종 부정적 경제지표들이 발표되고 있는 와중에 마냥 해외로 진출하면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외 취업에 도전해 봤던 청년들은 더 강한 반발심을 보였다.


김형철(25·대학생) 씨는 “국가에서 케이-무브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며 “그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에 나갈 기회를 가졌는데, 막상 가보면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해피조선’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국가들에 대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한 줌도 안되는 국가에서 마냥 나가라고 하는 처사는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선 기가 막힐 뿐”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청년들의 취업 현실을 전혀 몰라서 나왔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해외 취업에 대한 바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지에서 일하기 위한 외국어 습득 기회는 대학에서 외국어를 전공하거나 국내에는 몇없는 제2외국어 전문학원에 다니는 것 뿐이다. 설사 외국어를 배웠다고 하더라도 현지 문화나 역사 등에 대해서 무지하면 단순한 '외국인 노동자' 취급 이상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 해외 취업에 나섰다 돌아온 청년들의 말이다. 그래서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위해서는 국가가 나서서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강혜경(31·직장인) 씨는 "청년들의 해외 취업은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국내 시스템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며 "정부가 청년의 해외취업 증가를 바란다면 국가가 나서서 외국어와 현지 문화 등을 알려주는 전문기관을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강소영(26·취준생) 씨도 “해외에 나가기 위해선 그 나라의 언어·문화·역사 등을 알아야 하는데 단지 그 나라의 언어를 조금 할 줄 안다고 나가게 한다면 그냥 그 사람의 인생을 국가가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며 "김 위원장이 한국어 교사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는데, 그 한국어 교사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알고나 말씀하셨던 건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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