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Q]메자닌펀드 '원조집'에 라임사태 물어보니..."제도 아닌 사람이 문제"

김지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02-14 00: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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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수단이 잘못된 것이 아니죠. 주방 칼이 사람을 죽이는데, 쓰였다고 해서 칼이 문제인가요? ‘라임 사태’ 역시 사람의 문제인 것입니다.”


선형렬 에이원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최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아시아타임즈와 인터뷰를 갖고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손실 사태에 대해 “최근 증권사 지점에서 사모펀드 판매를 사실상 중단하고 있다”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선 대표는 국내 메자닌(주식 성격을 가진 채권) 펀드의 ‘원조’나 ‘시조새’ 등으로 불린다. 그는 지난 2005년 KTB자산운용에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메자닌 펀드를 선보였다. KTB자산운용에서 수 많은 메자닌 펀드를 만들고 운용했지만 그가 편입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채권(BW) 단 하나도 디폴트(부도)가 나지 않았다.

또 2015년 회사를 설립하고 지금도 메자닌 펀드를 운용하고 있지만 단 한번도 손실 상태로 펀드를 청산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의 펀드는 메자닌에서 나오는 이자로 만기가 다가올수록 잉여현금이 쌓이기에 목표수익률을 달성해 조기 청산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오는 18일에도 40%가량의 수익을 낸 4개 펀드가 조기청산된다.

그런데도 라임 사태로 금융감독원이 모든 메자닌 운용사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어 그의 심경은 더욱 복잡하다. 알펜루트자산운용에서도 환매 연기가 발생하는 등 메자닌 운용사 전체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14일 발표되는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시장에 시끄러운 사람이 한둘 있다고 전체 시장을 축소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자칫 국가경쟁력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 대표는 라임 사태가 제도가 아닌 운용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라임자산운용이 메자닌 펀드를 개방형으로 운용한 데 대해 “고객은 수익률이 높고 은행처럼 바로 돈을 찾기를 원하는데 그런 저는 그런 능력이 없다”며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만들려면 개방형 펀드를 포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형렬 에이원자산운용 대표이사/사진=아시아타임즈

그는 라임 사태에서 문제가 된 총수익스와프(TRS)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으면 증권사가 굳이 TRS 자금을 회수할 이유가 없다”며 “투자할 기업을 잘 선택하고 TRS를 톶제할 수 있는 번위 내에서 적절히 사용하는 건 결국 펀드매니저의 역량에 달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본적 분석이 잘된 포트폴리오로 이뤄져 있고 자신이 있다면 TRS를 쓰는 것”이라며 “펀드매니저는 만기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포토폴리오나 TRS 등 모든 것을 고려해 펀드 전체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메자닌 분야를 잘 해보지 않고 주식이나 계량적 분석만 하던 매니저가 메자닌 펀드 운용을 잘하기는 어렵다고 단정했다. 잠적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CIO)은 퀀트(계량 분석)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리던 인물이다. 2014년 HSBC 재직 시절 베스트 퀀트 애널리스트 부문 아시아 2위로 꼽히기도 했다.

선 대표는 “A급이 아닌 B등급 채권이다 보니 여러 가지 변수가 있고 중소기업 메자닌은 단순히 숫자만으로 판단해 투자할 수 없고 정성적 분석이 필요하다”며 “에이원자산운용 메자닌 투자기업의 3분의 1이 적자가 나지만 적자가 났다고 반드시 나쁜 기업이 아니고 여러 자금 회수 가능성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라임 사태가 발생하기 전 이종필 부사장이 잠시 회사에 찾아왔지만 운용 스타일이 너무 달라 채 30분도 안돼 자리를 박차고 가더라”며 “최근 2~3년간 전문성도 없으면서 메자닌에 투자한다는 사모펀드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에이원자산운용이 아직은 작은 회사지만 메자닌 투자를 제대로 하는 곳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며 “사람이 하는 일이나 보니 펀드의 기본을 모르는 사람이 펀드를 설계하고 만들다보니 잡음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그는 메자닌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금리가 아닌 발행 규모를 꼽았다. 선 대표는 “메자닌 투자를 잘 모르고 제로 금리인데도 투자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발행 규모”라며 “발행 규모가 시가 총액의 20%를 넘어가면 회수 가능성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고 봤다.

이어 “한해 400개 기업의 메자닌 투자 의뢰가 들어오지만 그 중 15%가량만 선별한다”며 “일부 펀드는 고객을 위해 2년 후부터 환매수수료를 받고 환매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있지만 메자닌을 통해 현금이 충분히 쌓여있어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선 대표는 “오래가기 위한 목적으로 회사를 만들었지 커지기 위해서 설립한 것이 아니다”면서 “메자닌, 사모펀드, 메자닌 모두 제도가 아닌 펀드매니저 등 사람이 문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라임 사태의 경우 메자닌과 같은 B급 채권은 오히려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데 TRS를 통해 리스크를 키웠다”며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가 청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산가격이 펀드 기준가에 반영이 되지 않아 투자자가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봤다.

이어 “정부가 사모펀드를 육성한 데는 해외 금융사에 대응케 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며 “일부 사건으로 인해 제도를 개선하더라도 이런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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