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자영업자의 돌직구 "이럴거면 거리두기 2.5단계 왜 했나"

신도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5 08:27:06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서울 성동구 한양시장 방문…가게 대다수 '개점'
지난달 19일 유학생 확진되며 상권 타격 '현실화'
상인들 '자신감·불안감' 교차…"상권 안사라질까"
일부 상점 "추석 이후 다시 2.5단계 되돌아갈 것"
매출 기준 넘어 지원금 어렵다는 말에 '박탈감'도

[아시아타임즈=신도 기자] "가게를 열흘 쉬다가 열었으니까,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니 좋죠. 하지만 이번에도 매출이 회복되지 않으면 사장님이 가게를 다시 쉴 수도 있다고 걱정했어요." (호프집·20대 남자 직원)


"지난주 2.5단계 거리두기 당시에는 밤 9시만 되면 이 주변에 사람 다니지 말라고 가로등도 전부 소등했어요. 저녁 8시 반에 자리 앉아서 먹어도 되냐며 찾아왔던 고객에게 금방 일어나 달라는 얘기까지 했다니까요." (편의점·40대 남자 사장)

서울 성동구 소재 한양시장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하향된 기대감을 반영하듯 점포마다 문을 열고 손님을 맞으려는 기대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인들의 속내는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근심과 걱정이 컸다. 가게를 열게 된 이번 추석 대목이 끝나면 다시 2.5단계 거리두기로 돌아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상인들은 여전히 절반의 희망과 깊은 절망이 공존했다.

 

▲ 14일 방문한 서울 성동구 '한양시장' 거리. 왕십리역으로 통하는 도로에도 사람이 없는 모습이다./사진=신도 아시아타임즈 기자

 

지난 14일 오후 한양대 인근에 위치한 한양시장은 대학가로 유명한 곳이다. 식당과 술집, 카페 등 대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매장들로 가득했다. 이곳은 코로나19 이전 북적이는 대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실제 해당 시장은 코로나19 확진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19일 한양대 제1학생생활관에 거주중이던 외국인 유학생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근처 생활권에 위치한 한양시장 매출에도 큰 타격을 입힌 바 있다.
 

▲ 서울 성동구 한양시장에 위치한 '음식문화 거리'의 모습. 대다수 가게는 개점 준비에 들어갔지만 그에 무색하게 방문한 고객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사진=신도 아시아타임즈 기자
코로나19의 확산세가 한 풀 꺾여 2.5단계 거리두기가 해제된 다음날 한 가게 사장은 드물게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더 드리겠다"는 등 자리 안내와 장사에 여념이 없었다. 대다수 가게가 개점해 손님맞이에 분주했고 점주들은 늦은 시간에도 가게를 열수 있어 '다시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곳 대다수 상인들은 "굳이 2.5단계 거리두기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60대 여주인은 "이럴거면 모두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3단계 거리두기를 하고 확산세를 잡았으면 더 나았을 것"이라며 "우리같은 가게들만 힘들고, 장사는 여전히 안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후 4시 30분까지 쉬는 시간을 가지는 술집에는 20대 남성 직원 두 명이 전부였다. 이 술집은 2.5단계 거리두기가 내려진 후 매출이 바닥으로 떨어져 가게를 열흘간 쉬고 지난 11일부터 장사를 재개했다. 직원들은 만약 이번에 매출이 오르지 않으면 다시 가게를 쉴 수 있다며 걱정했다.


직원들에게 최근 매출을 묻자 바로 어두운 표정을 보였다. 그들은 코로나19 재확산이 일어난 이후 그마저 오던 고객도 끊어진 판국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은 입을 모아 "코로나19 초창기 매출이 급락했고, 6월 진정기 들어 재난지원금과 동행시장으로 잠깐 반짝했다가 재확산 이슈가 터지면서 가게를 닫았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 매출도 문제지만 다시 문을 닫게 되면 돈을 벌 수 없어 또 다른 일을 찾아야 할 판"이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소상공인에게 지원되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걱정도 나왔다. 이곳의 주요 소비층인 대학생들이 대다수 비대면 강의로 외출을 꺼리는 상황이다. 각 소상공인에게 200만원씩 지급하기로 책정된 2차 재난지원금이 큰 효과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추석 전 지급하겠다는 부분만 강조해서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업종인지 여부를 파악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 서울 성동구 한양시장에 위치한 한 일식 라멘집. '개인사정으로 내일부터 정상영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날 한양시장에 위치한 대다수 가게는 개점했지만 일부 가게는 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사진=신도 아시아타임즈 기자

한양시장 주변의 임대료는 점포당 500만원에서 20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곳도 있다. 민간역사로 증축된 왕십리역 인근은 '부르는 게 값'이다.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아서 생긴 결과인데 결과적으로 "200만원의 지원금으로는 가게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불만들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커피 점포를 운영하는 여사장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준다고 하는데 더 큰 문제는 임대료"라며 "영업도 못해 매출은 제로에 가까운데 재난지원금으로 임대료도 못 내는 실정이다. 이미 대출을 받은 상황이기 때문에 가게를 꾸려나가려면 어디서 다시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왕십리역 인근에서 개인 편의점을 운영하는 40대 남성 사장은 "2.5단계 거리두기 당시 사람들 일찍 귀가하라고 당시 오후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거리에 가로등을 전부 소등했다"며 "8시 30분에 술과 안주를 사면서 옆에 있는 야외석에 앉아도 되는지 문의하는 고객이 있었는데, 고객에게 '곧 9시라 빨리 드시고 일어나셔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해당 사장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조건이 안돼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구청에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를 하러 갔는데 나보고 연매출 4억원이 넘으니까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데 속상하더라"며 "코로나19 이후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이 술과 담배인데, 이 품목들은 대부분 세금으로 나가 사실상 수익에는 보탬이 안된다"고 했다. 액수가 중요한게 아니라 나라에서 지원을 해준다는 게 중요한데, 업종과 조건에 따라 지원 여부가 갈린다는 게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한 카페 지점을 운영하는 30대 여성 점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권을 걱정했다. 그는 "지금 당장 해제가 되도 방문하는 고객이 없는데 2주간 실시했던 2.5단계 거리두기가 상권의 맥을 완전히 끊어버린 건 아닌가 걱정"이라며 "코로나19로 우리 가게 뿐 아니라 다른 가게의 경우에도 추석 대목을 붙잡으려는 자신감이 크게 사라진 상태"라고 털어놨다.


정부의 코로나19 확진 대책에 대한 불신도 컸다. 식당을 운영중인 한 50대 남성은 "결국 이번 2단계 거리두기는 추석용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며 "추석 이후 확진자가 늘면 다시 2.5단계 거리두기로 회귀한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며 비관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이날 방문했던 한양시장은 상인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동시에 코로나19에 따른 '생계 위협'을 걱정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좋지만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장사를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모는 듯한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한푼의 지원금보다도 장사를 계속 꾸려나갈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절실히 원하고 있었다.

[저작권자ⓒ 아시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신도 기자
뉴스댓글 >

오늘의 이슈

주요기사

+

청년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