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코로나19발 일자리 사태”...실직위기에 떠는 ‘7만 항공 종사자'

김영봉 기자 / 기사승인 : 2020-03-23 17: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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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위협에 시달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천공항공사 하청업체 직원들
대한항공 청소노동자, 청와대에 탄원서 제출

[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텅 빈 인천국제공항에 80여명의 항공업계 종사자들이 근무복 대신 사복을 입고 모였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그들의 근심은 마스크 밖으로 그대로 드러났다.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계 하청업체 직원들이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8번 게이트에서 '인천공항 특별고용지원 사각지대해결! 영종도 고용위기지역 지정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23일 오전 인천공항 내 공기는 어느 때 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천공항공사 등에서 정규 직원들을 대신해 힘든 일을 도맡아 하던 하청업체 직원들이 실직위기를 토로하며 어두운 표정으로 서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들 80여명은 인천공항에서 상주하는 7만여 직원을 대표해 이 자리에 나온 만큼 어깨는 상당히 무거워 보였다.

이날 오전 11시 ‘인천공항 특별고용지원 사각지대 해결! 영종도 고용위기지역 지정요구’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들이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한 이유는 단 하나다. 정부가 특별고용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자신들을 보호해달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동안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항공사들이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은 언론을 통해 익히 보도되고 주목도가 높았지만, 이들은 항공사의 경영위기에 가려져 있었다. 코로나19의 먹구름 아래 항공사들이 있었다면 그 항공사 그늘 아래, 가장 열악한 위치에 이들 하청업체 종사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흥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피켓을 들고 “코로나19 사태로 인천공항에서 상주하는 7만 직원들은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현재 항공 및 공항 종사자들은 사용자들에 의해 강제연차는 물론 희망휴직, 심지어 희망퇴직까지 강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부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정부나 사용자, 온 국민이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정부가 영종도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고 한시적으로 해고금지를 선언해 달라”고 호소했다. 

 

▲ 대한항공 하청업체 청소노동자들이 23일 청와대에 보낼 탄원서. 탄원서에는 대한항공 하청 노동자들도 특별고용지원에 포함시켜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해고위협에 시달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천공항공사 하청업체 직원들 

현재 대한항공을 비롯한 아시아나항공, 인천공항 면세점, 호텔 등 하청업체 직원들이 무급휴직을 강요받는 가하면 권고사직 위협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시아나항공 협력업체 KA는 무급휴직 시행을 확정하고 전 직원 2주 무급휴가를 권고한 것은 물론 지난 20일에는 위로금 없는 권고사직을 공지하기도 했다. 사측은 권고사직 메일을 방송하면서 신청자가 적어 인력 운용이 불가피할 경우 본사 주도로 정지될 예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하청업체들도 다르지 않았다.

대한항공 항공기 기내청소를 하는 EK맨파워 소속 노동자들은 강제연차는 물론 정리해고 위기에 놓였다. 이날 만난 청소노동자는 근무복 대신 사복을 입고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지켜봤다. 비행기가 날지 못하면서 청소하는 인력이 최소화 됐기 때문이다. 회사는 노조에 긴박한 경영상 위기에 의한 정리해고를 협의하라고 통보했고, 직원들은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었다.

기자가 만난 대한항공 청소노동자는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비행기가 뜨지 않으니 일할 것이 없다고 나오지 말라’고 하더라”며 “그저 일방적인 통보로 인해 이달은 6일 밖에 출근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이달 월급은 40만원”이라며 착잡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전원 해고당한 직원들의 사례도 소개됐다.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과 용역을 맺은 ‘서빅’에 관한 건이었다.

호텔 손님들을 공항이나 관광지 등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운전원 39명을 고용한 도급업체인 서빅은 코로나 19사태로 급감한 고객 수 때문에 원청과 도급계약이 해지 됐다며 전원 해고를 통보했다.

한 해고노동자는 “확인 결과 원청과의 도급계약 해지가 근로계약 해지의 법적으로 부당하고, 실제 원청과 하청 간 계약해지가 없었다”며 “사측이 거짓으로 통보한 것은 물론 끝까지 근로자를 속이고 기망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문제는 정부의 손이 이들에게 까지 닿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항공사들은 최대 5400억원의 금융지원을 비롯해 공항사용료 감면 및 정류료 전액면제(3월~5월), 착륙료 감면(최대 20%) 등의 지원이 예정돼 있는데도 말이다.

이날 7만 인천공항 상주 노동자들을 대표한 기자회견 핵심은 노동자들을 해고시키지 말라는 것으로 간명했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기자회견 후 “정부가 특별고용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우리들을 위해 사용자들이 한시적으로 해고할 수 없도록 조치해줬으면 한다”는 한 마디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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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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