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 칼럼] ‘비공개’ 인사청문회

강현직 주필 / 기사승인 : 2020-11-19 1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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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인물 검중이 아닌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여야는 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정책 능력 검증은 공개로 하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기로 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에 합의했다. 비공개 세부 내용은 더 논의하고 개선안은 다음 정부에서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법 개정 논의는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도덕성 검증 비공개 방안은 지난달 국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청문회 기피 현상이 있어서 좋은 인재를 모시기가 쉽지 않다”고 발언한 데 이어 나왔다. 청문회에서의 도덕성 검증 때문에 인재 발탁이 어렵다는 주장인데 발상부터가 안일하다. ‘적합한 인재’를 발탁하기보다 ‘편한 인재’를 쓰기 위한 궤변으로 들린다. 인사청문회 개정 시도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국회에서도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해 윤리청문회를 비공개로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나 폐기됐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행정부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 검증 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장치로 인사권의 남용을 막고 공직 후보자가 적합한 직무 능력과 자질, 도덕성을 갖추었는지를 검증하는 제도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어 이한동 국무총리가 헌정 사상 첫 인사청문회를 치렀다.

인사청문회는 그동안 지나친 신상털기와 인신공격으로 부작용이 없지 않았지만 고위 공직자에 대한 자질과 도덕성 검증의 기회이자 무엇보다 대통령의 인사권 전횡을 견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순기능을 해왔다. 또 국민의 알 권리를 확대하고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잣대의 수준을 높임으로써 고위 공직에 나가려는 이들의 자기 관리와 처신에도 긍정적 효과를 냈다.

물론 흠결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실 지난 20년 동안 많은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시비가 있었지만 국민은 웬만하면 양해했다. 도덕성 문제로 탈락한 인사는 누가 보더라도 공직 부적격자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들어서는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음에도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이 무려 23명이나 된다. 좋은 인재를 널리 찾는 ‘탕평 인사’보다 권력 주변의 말 잘 듣는 ‘코드 인사’를 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다.

문 대통령은 청문회 과정에서 딸의 위장전입, 피감기관 건물 입주 의혹, 지방의원의 사무실 월세 대납 의혹, 후원자 지방의원 공천 의혹, 대학교수 경력 의혹, 남편 재산 축소신고 의혹 등 각종 의혹이 불거져 임명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야기됐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했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도 줄줄이 임명을 강행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와 표창장 위조, 부인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비리가 드러났으나 임명을 강행하면서 국민이 두 진영으로 나뉘는 극심한 홍역을 겪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현재의 인사청문회법은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감사원장·대법관 13인, 헌법재판관 3인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3인 등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하나 장관은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온갖 비리 의혹을 제기됐다 해도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한다면 이 조항부터 먼저 보완해야 한다. 국회가 본회의에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의결하지 않을 경우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18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소관 상임위인 국회운영위 상정조차 되지 않았고, 논의 한 번 없이 폐기됐다.

미국 의회 인준청문회처럼 정책 능력 검증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미국의 인사 청문과 검증은 체계적인 시스템에 따라 운영된다. 200개가 넘는 항목을 스스로 점검하고 이를 기초로 백악관 인사국, FBI 신원조회, IRS(국세청) 세무조사, 공직자 윤리위원회 등에서 다방면으로 후보자를 검증한다. 검증 범위도 경력, 재산, 음주운전은 물론이고 가정생활, 이성 관계, 가족 배경, 교통법규 위반 여부 등 제한이 없다. 문제 있는 후보들은 이 과정에서 이미 탈락한다.

리더십의 고전인 정관정요에서 당 태종은 “선발한 인재를 보니 단지 그들의 언사가 적당한지, 문장이 엄한지 만을 보고 취했을 뿐 그들의 품행이 고상한지 그렇지 못한지는 알 수 없소. 몇 년이 지난 후 사악한 행적이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을 징벌하고 참수까지 할지라도 백성들은 이미 그 해악을 입은 뒤일 것이오”라며 인재의 품행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간 있고 능력이 뛰어난 인재라 해도 ‘나쁜 사람’을 임명한다면 국민들이 입는 패해는 아주 크다.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한다면 검증 자체가 무력화되거나 취지가 후퇴될 수 있다. 국민의 지탄을 받아야 할 부적절한 인물이 자리에 오르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질 수 있다.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면 인사청문회를 더 철저하게 내실화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해 국민을 납득시키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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