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 칼럼] 제비뽑기, 집보기 단체투어, 집비우기 위로금…

강현직 주필 / 기사승인 : 2020-10-15 16: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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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 앞에 9팀 10여명의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순서대로 집을 둘러보고 현장에서 계약 의사를 밝힌 5팀이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려와 제비뽑기로 아파트 임차인 한 팀을 뽑았다. 전세매물로 나왔던 전용 49㎡ 매물은 2억6200만원에 계약 완료됐다. 아파트 전세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줄지어 매물을 확인하고 급기야 제비뽑기를 통해 임차인을 정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 아파트, 최근 전세 호가가 12억5000만원에 달한다. 2년 전 6억~7억원정도에서 2배가 올랐다. 한 세입자 “집주인이 6억5000만원인 전세 보증금을 10억원이상으로 올려주지 않으면 실거주할 테니 집을 빼라고 한다”며 주변에 갈 수 있는 전셋집도 없다고 한숨을 내쉰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전세 난민’ 처지가 됐다. 현재 마포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홍 부총리는 집주인이 전세 계약이 끝나는 내년 1월부터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통보해오면서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근처에 다른 아파트 전세를 알아보고 있지만 들어올 당시 6억원대였던 전세 시세는 현재 9억원이 넘는 데다 전세 매물도 찾기 어렵다. 또 홍 부총리는 1가구 2주택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지난 8월 의왕 아파트(전용면적 97.1㎡)를 9억2000만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임차인이 “더 살겠다”고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부메랑이다.

#서울 아파트를 전세로 내준 한 임대인, 세입자로부터 집을 비울 테니 이사비로 3000만원을 요구 받았다. 일시적 2주택자인 임대인은 내년 1월까지 집을 팔지 못하면 양도소득세를 1억원 넘게 내야하는 입장이다. 입주 여부가 불투명해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없자 세입자에게 ‘1000만원 합의’를 제안했지만 답을 못 받고 있다. 보통 500만원에서 1000만원 수준에서 위로금 시세가 형성되어 있고, 세입자들 사이에선 ‘위로금 안 받으면 바보’라는 인식도 퍼져 있다.

#. 서울 서초구의 신축 아파트를 전세매물로 내놓은 한 임대인은 ‘세입자 면접’을 4팀 봤다. 4년 동안 거주할 세입자인 만큼 깐깐하게 가려 받겠다는 취지다. 임대인은 신축 아파트인 만큼 자녀가 성인이고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는 세입자를 원한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전세 시장에선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황당한 일들이 일상이 되고 있다. 집주인에게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세입자가 있는가 하면 세입자 면접, 제비뽑기, 단체 집 보기 투어, 위로금 지급 등 웃지 못 할 광경들이 벌어지고 있다.

전세시장은 더욱 극심한 혼란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이 매주 조사하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8주 연속 상승했고 서울 아파트 전세물건은 80% 가까이 급감했다.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물건의 ‘씨’가 말랐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전세난에 지친 무주택자들이 집값은 내리지 않고, 전셋값은 감당이 안 되니 더 늦기 전에 집을 사는 ‘패닉 바잉(공황 구매)’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4일 역대 정부 중 문재인정부에서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셋값 역시 급등한 아파트값을 뒤따라 가파른 상승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문재인정부 3년 동안 30평대(전용면적 84㎡) 기준 강남 아파트값은 13억4000만원에서 21억원으로 7억6000만원 상승해 역대 정부를 통틀어 가장 많이 올랐고 전세가도 6억3000만원에서 7억3000만원으로 1억원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전·월세 관련 규제는 임대인과 세입자 모두를 힘들게 하고 불필요한 분쟁만 부추긴다며 대책 없이 밀어붙인 정책이 결국 서민의 주거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시장에 안착하고 3기 신도시 등 공급 효과가 나타나면 전세 시장 불안이 사그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3기 신도시 입주는 최소한 5년이 소요되는데 참으로 안일한 분석이다. 또 시장에서는 정부가 표준임대료 도입 등 또 다른 통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임대차 3법 등 규제 위주 정책을 유지하면서 통제를 더해 전세난을 해결하려 한다면 이는 오산이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공급 확대와 전세 수요를 매매로 이동시킬 수 있는 한시적 양도세 완화 등 거래 정상화를 위한 친시장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결국 규제를 풀고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 말고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부동산 시장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책임지는 사람 한 명 없는 문재인정부, “부동산은 자신 있다”던 문 대통령의 호언은 국민을 기만하기위한 ‘립서비스’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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