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 칼럼] ‘독재’ 맞습니다

강현직 주필 / 기사승인 : 2020-07-30 16: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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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요즘 국회에 ‘독재’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슈퍼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독주하면서 이를 저지하지 못하는 미래통합당이 여당을 비난하며 성토하는 절규다. ‘독재’라는 말은 매우 다의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사전적 의미로는 ‘1인 또는 소수자에게 정치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정치형태’를 말한다. 민주적 체제를 갖지 않고 한 개인이나 소수자를 정점으로 하는 집권적 전제정치 즉 헌법의 민주적 제도와 절차에 의하지 않은 권력적 지배를 강행하는 정치를 말한다. 문자 그대로 풀어보면 ‘홀(獨)로 재단(裁)한다’는, ‘홀로 가위질하듯 한다’는 뜻이다.

최근 민주당은 ‘한풀이’라도 하듯 야당을 완전 배제한 채 무더기로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독재의 문자 그대로 ‘홀로 가위질’하는 모양새다. 의사일정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야당의 항변은 묵살되고 토론과 절차도 무시되고 있다. 상임위 안건 심사를 위해 대체토론과 축조심사, 찬반토론을 거친 뒤 소위원회에 회부하도록 돼 있는 국회법 절차는 강제조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추장스러운 장식일 뿐이다.

민주당은 심지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법안 원안을 마음대로 수정하고 야당에겐 내용도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 법사위 야당 의원들은 의사봉을 두드리기 직전에야 곧 통과될 법안을 볼 수 있었고 법사위 전문위원도 당일에야 법안 수정 사실을 통보받았다. 법안 심의도 제대로 하지 않고 '깜깜이' 상태로 처리된 것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법안 내용을 공개하고 최소한의 토론 절차는 거치다 막판에 날치기하듯 강행 처리했다.

법사위에서는 또 법안이 처리되기 몇 시간 전부터 국회 전산망에 관련 법안들이 '처리됐음' 상태로 노출되는 촌극도 있었다.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에 이어 추경 단독 처리, 장관 청문회 무시, 모든 법안 절차·토론 생략 등 슈퍼여당은 못 할 일이 없다는 듯 질주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론 권력의 뜻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고 집행되는 ‘1당 국가’란 지적이 나온다.

우리처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국민들이 '견제 불가능한 절대 권력'을 지지하는 일은 없지만 '다수의 지지'라는 고전적 의미의 독재자들이 다수 존재한다. 권력자나 권력집단은 존재의 많고 적음을 떠나 주관적인 편견으로 판단을 내리고 있다.

‘독재(Dictatorship)’의 어원은 고대 로마의 비상체제 때 관직인 독재관(딕타토르)에서 온 말이다. 국가에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돌파하기 위해 원로원의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생략하고 토의 없이 독재관 1인이 모든 권력을 행사하게 하는 제도, 권력 집중을 일컫는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일부 국가에서는 의도적으로 국가를 비상사태로 몰고 간 뒤 위기 타개를 명분으로 권력을 집중시키고 장기화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독재라는 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견고해 보이나 사실은 위태롭기 짝이 없는 것이다.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소수의 견제 받지 않는 계층인데 비해 결과에 대해서는 다수의 시민이 같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도덕성과 능력이 뛰어나다면 보다 공고히 할 수 있으나 우리 현실에서 볼 수 있듯 권력자나 그 주변 인사들의 불법과 탈법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또 부동산 정책과 같이 모든 국민의 관심사를 일방 결정한 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여파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우리나라는 한때 독재자가 '부국'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국민들의 불만을 억제하고 권력을 장악하는 소위 ‘개발 독재’ 시절을 겪었다. 국민들은 정치적으로 불만족스럽지만 경제 성장이라는 물질적 만족과 미래에 대한 기대로 참고 견뎠다. 그 당시 독재정부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저항한 세력들이 지금의 국회를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국회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독재는 다수의 지지를 받느냐 아니냐와는 다른 개념이다. 설령 다수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라고 할지라도 권력에 대한 견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면 이는 독재에 속한다. 민주당이 균형과 견제,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 민주주의 정신을 버리고 수적 우위를 앞세워 전횡하는 자체가 일당 독재이다.

민주당이 4·15총선에서 국회의석의 59%에 이르는 176석을 얻었지만 득표를 전국적으로 집계하면 과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 총선에서의 여당의 압승이 민의를 완전히 대변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소선구제의 한계를 잉태하고 있는 것이다. 176석을 ‘국민의 명령’이라고 포장하기엔 억지스러운 면이 많다. 국민은 결코 민주당에게 국회를 쥐락펴락할 ‘독재 권한’을 준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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