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 칼럼] ‘백약이 무효’ 부동산정책 실패 시인하라

강현직 기자 / 기사승인 : 2019-11-28 16: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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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직 주필
정부가 상승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규제를 내났지만 서울 아파트값을 잡기는 백약이 무효인 듯하다. 정부는 연말엔 규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하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의 30평대 한 아파트는 분양 당시 14억원이었으나 지금 시세는 24억원, 3년 새 10억 원이 올랐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 중인 마포 소형면적 아파트도 입주권 호가가 15억원으로 두 달새 2억원이상 뛰었지만 새 아파트는 품귀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주택 청약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주택공급 부족 우려로 서울 지역의 청약통장 가입자가 급증하고 더 늦기 전에 내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서울 신규 분양 단지에서는 청약당첨자의 가점이 만점(84점)에 가깝게 나오며 소형 주택의 청약 경쟁률은 수백대1까지 치솟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청약 시장이 이처럼 과열된 것은 역대 정부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문재인 정부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21.75대1로 이명박 정부(3.1대1)보다는 7배, 박근혜 정부(11.61대 1)와 비교하면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면 부동산값이 안정될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도 있으나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화’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혹평한다. 올 종부세 대상 아파트는 지난해보다 50% 급증한 20만3174가구, 예년보다 크게 는 세액에 납세자들은 혼란과 충격 섞인 반응이 나오지만 종부세 회피 매물은커녕 집값이 더 많이 올라 세금 인상을 상쇄시키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검찰에 수사의뢰한 한남3재정비촉진구역도 집값을 잡기 위한 고육책이란 분석도 나온다. 수사의뢰 목적이 건설사들의 불법 홍보행위를 적발하는 것도 있지만 한 건설사가 분양가를 1평 7200만원으로 제시하는 등 집값 상승을 부추길 재개발사업을 중단시키는데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남3구역​은 강북 최대 재개발 지역으로 공사비만 1조8880억, 총 사업비는 7조원에 달하는 서울 집값에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향후에도 계속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심리가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의 ‘2019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가 7개월 만에 기준선을 넘어서며 3개월 연속 올랐는데 소비심리가 개선된 것은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심리가 작용한 탓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주요 6개 CSI의 상승 폭이 적은 반면 주택가격전망CSI는 1년2개월만에 최고치로 상승, 결국 집값이 경기지표를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2년6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의 시가총액이 무려 435조원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현 정부 출범 전 798조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시총은 임기 반환점을 돈 10월 말 현재 54.5% 증가한 1233조원으로 불어났다. 서울 집값 상승률도 2년 반 동안 무려 15.7% 올라 같은 기간 박근혜 정부 2.6%, 이명박 정부 5.4%보다 훨씬 높으며 아파트매매가격지수도 2017년 5월 97.3에서 10월에는 108.1로 최고치에 근접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반환점을 맞아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며 “현재 방법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면 보다 강력한 여러 방안을 계속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잡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 이유는 역대 정부가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라며 “우리 정부는 성장률과 관련한 어려움을 겪어도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에 대한 진단으로는 참으로 참혹한 수준이다. 정확한 현실인식도, 처방도 없는 안이한 답변이다.

한국은 전체 국부의 85.5%가 부동산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부동산자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7배 수준에 달해 일본(4.8배) 영국(4.4배) 미국(2.4배)보다 훨씬 높다. 지금처럼 부동산 쏠림 구조를 방치할 경우 확장재정으로 나랏돈을 풀거나 통화정책을 완화해 유동성을 공급해도 생산 활동과 주식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기가 힘들다. 부동산으로 더 많은 자금이 흘러가는 현상만 키울 수 있다.

단번에 부동산값을 잡는 묘책은 없다. 현 정부 들어 18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지방 주택시장은 침체되는 양극화가 더 뚜렷해졌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데 수요와 공급보다 가격을 통제하는 반시장적 정책은 시장 자체를 왜곡시킬 뿐이다. 이제라도 부동산 정책의 완전한 실패를 인정하고,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해야 한다'는 시장 원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 실수요자 위주의 공급 정책으로 전환해 재건축·재개발에 대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보유세 실효세율을 대폭 강화하고 양도세를 낮추는 것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대상지역 확대 등도 즉시 시행해야 한다. 더 이상 시장상황을 오판하고 어설픈 대책을 남발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은 혹독한 심판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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