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 칼럼] ‘불출마’에도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강현직 기자 / 기사승인 : 2019-11-21 1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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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직 주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일부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10명 가까운 여야 정치인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이철희 표창원 임종석, 자유한국당 김무성 조훈현 유민봉 김성찬 김세연 등이 그 길을 택했고 불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의원도 10명을 넘고 있다.

지난 17일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의원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3선의 김세연 의원이 총선에 나오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은 의외다. 임 전 비서실장은 서울 종로로 이사해 지역구를 찾고 있는 상황이었고 김 의원도 부산지역 민심을 고려하면 4선 확보가 어렵지 않을 텐데 난데없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임 전 실장은 “제도권 정치를 떠나 앞으로의 시간은 통일운동에 매진하고 싶다”며 사실상 정계 은퇴까지 시사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86그룹 용퇴론'과 '인적 쇄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학번으로 학생 운동과 민주화 투쟁에 앞장서온 86그룹은 정치권 중심 세력으로 자리 잡았지만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돼왔다. 임 전 실장의 예고 없는 '깜짝 선언'은 본인이 의도했든 안했든 그동안 막연하게 제기되던 86세대 퇴진론에 불을 댕겼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정치 세대로서의 86세대는 이미 기득권층이 됐고 한 세대로서의 역할을 마감하는 시점에 와있다. 이제 86세대를 새로운 시대의 희망이라고 말하는 국민은 없다. 그러나 당내에선 임 전 실장의 정계은퇴 선언이 '86그룹·중진 용퇴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대 해석엔 선을 긋는 분위기다. 민병두 의원은 “386 집단의 퇴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고 최재성 의원도 “시스템 중심의 공천룰은 86세대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규칙”이라며 인위적인 물갈이나 퇴진을 경계했으나 기득권 내려놓기와 '백의종군'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한국당의 김 의원은 “정파 간의 극단적 대립구조 속에 있으면서 ‘실망-좌절-혐오-경멸’로 이어지는 정치혐오증에 끊임없이 시달려 왔다”며 “한국당은 생명력을 잃은 좀비로 전락해 수명을 다한 만큼 깨끗하게 해체하고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보수 정치세력의 중심인 자유한국당이 ‘죽어야만 살아날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을 가감 없이 드러낸 것으로 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의 경고는 당이 중병에 걸렸고 회복 가능성도 없음을 재확인해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안보 위기가 거론될 정도로 불안해졌지만 한국당은 대안 정당이 되기는커녕 비호감도만 높아지고 있다. 쇄신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고 보수 통합도 진전이 없고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당의 퇴행성과 무전략만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현역 국회의원을 뽑지 않고 교체하겠다는 여론이 우세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구 의원이 출마한다면 교체할 것이라는 응답이 46.9%로 집계됐고 지역구 의원이 자유한국당인 경우 교체 응답은 50.1%로 더 높았다.

한 헤드헌팅 전문기업은 올해 연말 기업들의 임원 인사 핵심 키워드로 폭풍을 뜻하는 '스톰(STORM)'을 제시했다. 스톰은 ▲임원 감축(Short) ▲이공계 인재 두각(Technology) ▲젊은 오너 등장에 따른 세대교체(Owner) ▲평판 조회 강화(Reference) ▲융합 인재 두각(Multiplayer)의 머리글자를 딴 키워드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임원 감축(Short)과 젊은 총수(Owner)들의 등장으로 세대교체가 빠르게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을 꼽혔다. 이미 올해 100대 기업 임원 중 55∼64세 임원은 8% 줄고 45∼54세 임원은 늘었다.

물론 정치권이나 기업에서 물갈이가 개혁의 전부는 아니다. 경륜 있는 중진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중진들이 낡은 정치와 기득권 유지에 급급 한다면 과감히 바꿔야 한다. 청와대를 향해 고언 하는 중진을 찾아보기 어렵고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받을까 봐 몸만 사리고 있다면 물갈이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준다.

정치인이 불출마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어느 경우에서든 당선가능성이 낮거나 선거에 임했을 때 결정적인 공격의 빌미가 될 무엇인가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겉으론 대의명분을 찾지만 자신의 부정적인 일이 불출마 배경이 된다는 것이다. 정치인의 불출마는 인위적인 물갈이 후유증을 줄이고 새로운 인물 출현이란 순기능도 있지만 불출마 배경이 자신이 살기위한 도피성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한다. 정치인의 결심이 아무쪼록 새 정치를 만드는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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