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 칼 뽑은 윤석헌…금감원의 '오판', 금융권의 '불신'

유승열 기자 / 기사승인 : 2020-01-31 16:33:39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도전'하면 '철퇴' 맞는다…여수신만 해야 산다
나도 모르는 책임 지라는데 누가 CEO 하려 하나
CEO 내리면서 채용비리 직원 승진시킨 금감원 '내로남불'
"낙하산 내리기 위한 자리 마련?"…'정치적 오해' 사기 충분

[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대규모 투자자 피해를 야기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판매상 책임을 최고경영자(CEO)까지 지도록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금감원의 결정은 금융사들을 '보신주의'로 내모는 격이라며 정부가 요구하는 '도전'을 못하게 하는 행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사진제공=연합뉴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3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CEO 중징계를 결정한 데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우선 중징계가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DLF 사태는 불완전판매가 핵심이라 자본시장법을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CEO들을 징계했다.

문제는 지배구조법이 국회에 계류중인 아직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법안이라는 점이다. 금융위원회가 2018년 9월에 발의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을 보면 개정 취지 중 하나로 "대표이사, 대표 집행임원에게 내부통제 기준, 위험관리 기준의 준수 여부를 점검하도록 하고, 관리의무를 소홀히 해 다수의 금융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등의 경우 금융위원회가 해당 임원들을 제재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지배구조법 시행령을 근거로 중징계를 내렸지만, 엄밀히 따지면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의미다.

은행들의 사후 수습 노력이 제재 수위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은행은 금감원이 제시한 배상안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우리은행은 60% 이상, 하나은행은 30~40% 선에서 자율배상이 완료됐을 정도로 속도를 냈으나 이 부분에 대해 감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후 수습 노력은 금융감독 규칙상 제재시 감안해야할 요소다. 지난 2017년 3월 김창수 당시 삼성생명 사장과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은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로 ‘문책 경고’를 통보받았다. 이후 보험금을 전액 지급한 사후적 수습을 제재심에서 인정받아 '주의적 경고'로 징계 수위가 낮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금감원이 현재 소비자 보호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징계를 본보기로 금융사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도전을 권유하던 금감원이 금융사들을 '보신주의'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은행들은 지난 정부의 자본시장법 완화에 따라 펀드를 판매했다. 불완전판매가 발생했지만, 불법적인 판매가 아니었다. 하지만 투자자 피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초고강도 제재를 받게 됐다.

그렇다면 앞으로 규제를 완화한다 하더라도 어느 금융사가 수익성이나 성장성 제고를 위해 도전적인 영업에 나서겠냐는 것이다. 혁신을 위한 포용적 금융을 권장하고자 정부 정책을 마련했는데 여신 문제시 담당자의 책임을 문제시 않는다는 점에서 형평성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CEO까지 중징계를 내리는데 어느 은행이 투자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겠느냐. 은행은 예·적금, 대출만 팔라는 것과 같다"며 "현재 정부가 적극 밀어 은행도 지원하는 '혁신금융'도 다음 정부 때 은행들의 징계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의 판매채널과 규모가 큰데, 현장에서 일어난 잘못을 CEO가 책임지라는데, 어느 누가 CEO를 하려고 하겠냐"며 "금감원 무서워서 CEO들이 적극적으로 기업을 경영하겠느냐"고 토로했다.

금융당국도 잘못이 없는 것도 아닌데 당국은 이에 대한 징계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간 몇 년 동안을 상품을 판매해왔는데, 본연의 업무인 감시감독업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면 미리 체크해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다.

이를 위해 금융사들이 금감원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인데, 금감원은 책임을 회피하면서 돈값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지난 2014년 금감원 변호사 채용 비리가 불거졌을 당시 시험 점수를 조작하는 데 가담한 인물은 책임은 커녕 오히려 설 연휴 전날 금감원 국장 인사에서 본부 부서장으로 승진했다"며 "영국·독일 금리 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판매사들에게 지게 한 점에서 '내로남불'식이다. 금감원 징계는 내리는 곳이 없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중징계 결정이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치명적인 실수라고 평가했다.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에 이어 이제 민간 금융사에게까지 '낙하산'을 내려보내기 위해 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은행장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금융지주 회장은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필요하지 않다. 이전 낙하산들이 지주 회장 자리에 내려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많은 자리에 낙하산들이 내려오는 상황에서 중징계로 CEO를 끌어내리는 것은 정치권이 민간기업에도 손을 뻗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수 있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결정을 내린 것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아시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유승열 기자
뉴스댓글 >

오늘의 이슈

주요기사

+

청년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