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미국 대신 중국"… 흔들리는 美·EU 밀착관계

김태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6-01 15: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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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연합뉴스/EPA)

 

[아시아타임즈=김태훈 기자] 유럽연합(EU)이 홍콩보안법과 관련해 미국과 함께 비판은 하고 있지만 경제제재 등 적극적인 동참은 피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경제에 더 이상의 '중국 악재'를 더하지 않겠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전통적인 우방국이었던 미국과는 다소 멀어지는 반면, 중국과는 더 가까워지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외무장관 역할을 맡고 있는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성명을 통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보안법) 제정과 관련 “중국이 홍콩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에 ‘중대한 우려(grave concern)’를 표명한다”면서도 “우리는 중국과 개방적이면서도 솔직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비판도 '우려' 정도로 미국과 비교해 수위를 크게 낮췄고, 오히려 대화를 원한다는 유화적인 제스처까지 보였다.

이를 두고 EU 전문매체 유랙티브 등은 EU가 홍콩 보안법을 두고 중국을 강하게 비판하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 회원국들은 미국의 편에 서 중국을 비판하지만 이를 주저하는 회원국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의 보안법 제정 강행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탈리아를 비롯한 중국의 일대일로 관련 투자를 받고 있는 동유럽은 훨씬 미온적이다.

오히려 경제적 협력관계는 더욱 밀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최근 EU는 대미수출길이 막막해지면서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독일산 돼지고기, 맥주, 자동차, 부품을 수입하는 주요 고객으로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 독일 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EU에서 독일 경제가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중국 수출은 유럽 경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독일 자동차 브랜드인 폭스바겐은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 2곳에 약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말과 오는 9월에 'EU-중국 서밋'이 열린다. 보렐 대표가 유감 성명에 "유럽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무역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문구를 넣은 것도 이 까닭이다.

그 사이 유럽과 미국의 관계는 점점 소원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농업과 자동차, 항공업에서 EU와 무역 갈등을 빚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발을 빼려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3월에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사전 논의도 없이 EU 회원국 26개국에 대한 입국을 금지했다.

또한 이달 열릴 예정이었던 G7 회의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불참 의사를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격노하며 양측의 갈등은 더 격화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G7이 세계에서 벌어진 일들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며 회의를 오는 9월로 연기하고 한국, 러시아, 호주, 인도에 초청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의 의사를 따르지 않는 유럽 대신 다른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과 중국을 대하는 유럽인들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칸타르와 쾨르버 재단이 지난 4월 독일 18세 이상 성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과 가깝게 지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7%에 불과해 지난해 9월 조사결과인 50%에서 크게 낮아진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은 36%로 24%에서 다소 올랐다.

독일인들이 중국을 아주 친근하게 생각한다고 판단하긴 어렵지만 미국과 유대감이 더 멀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을 잠재적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으로부터 코로나19 지원을 받은 이탈리아는 중국에 더 호의적이다. 시장조사업체 SWG가 지난 3월 20일부터 4월 12일까지 이탈리아인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에게 친근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52%였던 반면, 미국은 17%에 불과했다. 또한 반감이 강한 국가들에는 독일(45%), 프랑스(38%), 영국(17%), 미국(16%)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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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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