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T 수리기사 '생명줄' 불량에 '케이블타이' 묶어라

임재덕 기자 / 기사승인 : 2020-05-29 11: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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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주상안전대 죔줄 마감불량 발견돼 교체 진행 중
미교체 지점엔 일단 '케이블타이'로 고정 후 작업 투입
수리기사 "접합문제, 작업 중단해야"…KT "안전과 무관"

[아시아타임즈=임재덕 기자] KT서비스(KTs)가 최근 현장 직원들에게 제공한 안전장비(주상안전대)의 심각한 결함을 알고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케이블타이로 임시처방 한 뒤 작업할 것'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작업자 생명과 직결되는 줄(일명 죔줄)의 마감(접합) 불량을 단순히 케이블타이로 막아보려 했다는 내용으로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KT서비스는 줄의 접합 부위를 가려주는 '열수축튜브'가 벗겨지는 문제라 안전과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다만, 현장 직원들의 염려를 고려해 케이블타이를 사용하라고 한 것이라는 해명이다.

 

KT서비스는 KT 통신서비스인 전화, 인터넷, IPTV 등의 설치 및 수리를 담당하는 계열사다. 업무 특성상 주상안전대에 의지해 고공에서 하는 작업이 많다.

 

▲ KT 수리기사가 주상안전대(구형)을 차고 고공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KT서비스 노동조합

 

◇안전대 불량에 순차교체…미교체 지점엔 '케이블타이' 

 

29일 KT서비스 노동조합에 따르면, 사측은 최근 배전, 송전, 통신공사 등 작업에 사용되는 주상안전대(높은 곳에서 작업 때 작업자 안전을 위한 허리보호대)의 줄을 새 제품으로 순차 교체하고 있다. 이 줄의 마감이 불량으로 확인돼서다. 


앞서 KT서비스는 올해 초 작업자의 허리만 감싸는 '벨트식'에서 어깨까지 커버하는 '전체식' 주상안전대로 교체했는데, 이때 보급된 제품의 줄이 문제 된 것으로 보인다.

주상안전대는 줄과 벨트를 연결해 사용하는 안전장비다. 고공 작업 시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된다. 벨트를 몸에 착용한 후 여기에 연결된 줄로 전신주를 감아 지탱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불량으로 지목된 건 줄의 끝부분, 벨트와 연결되는 부위다. 이 줄은 여러 개의 선을 복합적으로 꼰 형태로 접합해 제작된다. 벨트와 이어줄 주상훅을 걸기 위함이다. 접합 부위는 미관상 열수축튜브로 덮는다.

 

▲ KT서비스가 올해 초 보급한 신형 주상안전대. 최근 주상안전대의 줄에 마감불량이 발견돼 새 제품으로 교환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아직 교체 받지 못한 직원들이 케이블타이로 고정시킨 모습. 사진 왼쪽은 KT서비스 수리기사들 사이에서 접합이 쉽게 풀어진다며 공유된 이미지. 사진=KT서비스 노동조합

 

문제는 KT서비스가 일부 교체 받지 못한 직원들에게 당분간 '케이블타이'로 접합 부위(열수축튜브 부분)를 고정해 사용할 것을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현장직원 "추락 우려…작업 멈춰야" vs KT "안전과 무관"

 

KT서비스 노동조합은 주상안전대 줄의 '접합' 자체가 잘못된 건데, 케이블타이 처방은 '어불성설(말이 사리에 맞지 아니함)'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실제 이들 사이에서는 접합 부위가 쉽게 풀어졌다는 사례와 사진도 나돌고 있다.

홍성수 KT서비스 노동조합 위원장은 "줄의 접합이 쉽게 풀리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데 여전히 새 제품을 받지 못한 인원에게 케이블타이로 묶은 뒤 전신주를 타라고 한다"면서 "마감 부위가 풀리면 바로 추락하는 건데…. 장비가 불량이면 작업 중지를 시켜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T서비스는 단순히 주상안전대 줄의 접합 부분을 가려주는 '열수축튜브'가 벗겨지는 불량이라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 제공된 안전대 마감 부분(열수축튜브)이 벗겨지는 결함이 발견돼 교체하고 있다"면서 "주상안전대 제조사로부터 안전상에는 문제가 없다고 확인받았다"고 강조했다.

 

케이블타이 임시조치에 대해서는 "현장 직원들의 염려를 감안해 케이블타이로 접합을 강화하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홍성수 위원장은 "새로 지급받은 줄도 열수축튜브가 쉽게 빠지거나 늘어난다"면서 "줄의 접합 불량을 감추기 위한 사측의 꼼수"라고 재차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사측의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상안전대의 불량은 작업자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5월 강원도 인제에서 고압전선 가설공사를 하던 30대 청년이 추락사고로 사경을 헤매다 뇌사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당시 유가족은 "사고 당시 착용했던 안전장비(주상안전대)가 불량이었음에도 교체 요구를 뭉갠 탓에 일어난 인재(人災)"라고 주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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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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