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채 칼럼] 연이은 연예인 자살! 궁극적인 대책은 없는가?

정순채 서울중랑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공학박사 / 기사승인 : 2019-12-11 12: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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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순채 서울중랑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공학박사
금년 10월 스물다섯의 가수 겸 배우 설리의 자살에 이어 11월 24일에는 스물여덟의 가수 구하라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들은 중학생 나이에 아이돌로 연예계에 진출해 한때 절정의 인기를 누리다가 생을 마감한 것이다. 이들의 극단적 선택은 무차별적 댓글(악플)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2019. 11 29. KBS 9시 뉴스 내용 중 구하라 자살과 관련한 뉴스 댓글 1만 3천건 분석보도는 악플이 얼마나 무서운 사이버폭력인가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 내린 혐오 때문은 아닌지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취재진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올라온 구씨의 사생활과 관련된 기사 5개를 선정해 댓글 1만 3,700여건을 모두 읽고서 분석한 결과는 놀라웠다.

막말과 저주, 조롱 등 날카로운 말의 칼날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건전한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 댓글은 그녀가 허덕였을 그 혐오의 늪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그녀가 그동안 삼켜 왔을 슬픔과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내용의 댓글들은 충격적이었다.

댓글 중 의도적 비방이 전체의 19%에 달하는 2,600여건에 이르렀다. 댓글 5개중 1개가 악성 댓글을 넘어선 범죄성 댓글에 해당되는 얼굴이나 성형 수술, 외모를 비하하는 글들이었다. 다짜고짜 구씨의 외모를 비하하면서 독종이라거나 얼굴 성형에 실패해서 자살한 것은 아니냐는 극한 표현도 있었다.

작년 5월 구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병원에 실려 갔을 때는 비방의 수위가 더 높았다. 구씨의 진정성을 의심하거나 성관계 동영상을 언급하는 내용도 있었다. “자살시도가 실패한 게 아깝다, 다음에는 성공하라”며 저주를 퍼붓고, 인격을 말살하는 내용도 상당했다. 거친 욕설과 인신공격이 담긴 내용도 60%에 달했다.

광주에서 태어난 구씨는 성공한 연예인으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댓글은 출신지역과 여성이라는 점도 집중 공격했다. “전라도는 거르는 것이 답이다”라는 지역 편파적인 내용도 있었다. 근거 없는 비난과 거친 표현도 이어졌다. 여성에 대한 편견과 여성의 권리나 평등을 주장하는 페미니즘을 비꼬는 댓글들은 혐오 그 자체였다.

심지어 성관계 동영상을 언급하며, 언어적 성폭력도 빠지지 않았다. 구씨에게 쏟아졌던 악성 댓글 뒤에는 혐오와 폭력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기사에 작성된 악성 댓글은 또다시 기사의 소재가 되어 포털에 올라오는 악순환도 계속됐다. 그때마다 구하라라는 이름은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고, 또다시 기사로 만들어진 것이다.

포털사이트에 난무하는 혐오 표현은 피해자의 심신을 무너뜨린다.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할 정도의 사회폭력이다. 구씨의 사망도 ‘사회적 타살’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2008년 최진실, 2017년 샤이니의 종현도 악플과 맞서 싸우지 못하고 생을 포기했다.

이런 악플에 대한 관련 기관 대응은 한계가 있다. 방송심의위원회는 혐오성 댓글이 달린 해당 포털사이트에 법적 구속력 없이 시정을 요구할 뿐이다. 댓글의 욕설과 심의를 맡고 있는 직원도 단 1명으로서 분명한 한계가 있다. 네이버도 지난달부터 AI 프로그램으로 악성 댓글을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기계어와 같은 혐오 표현을 모두 거르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10. 27. 댓글을 달 때 아이디 및 IP를 공개하는 설리법(악플 방지법)도 발의됐지만 현재 국회통과를 기대할 수 없다. 대한가수협회도 네이버에 연예기사 댓글 서비스 중단과 법안 통과를 국회에 촉구했다. 어떻게 해서든 악플로 인한 비극의 꼬리는 끊어져야 한다. 사회적인 공감대도 상당히 형성되었지만 결정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아래와 같이 구씨가 사망 5개월 전에 SNS에 호소한 내용이 가슴에 와 닿는다. “아픈 마음 서로 감싸주는 그런 예쁜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 누구보다 가족과 친지들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앓고 있어요. 악플 달기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볼 수 없을까요?”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는 것과 같이 무심코 달은 댓글이 남의 가슴에 못을 박게 되는 사이버공간이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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