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 지부장, 7000만원 법원 판결에 ‘남긴 말’

김영봉 기자 / 기사승인 : 2019-11-05 1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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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법원이 지난 2014년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 “대한항공은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에게 7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당사자인 박창진 지부장은 판결에 대해 상당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 (사진=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5일 박창진 지부장은 아시아타임즈에 보내온 판결 입장문과 전화통화를 통해 “오늘 나의 인간적 존엄 가치를 법원은 7000만원으로 판결 지었다”며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나의 가치가 어느 정도 인지 짐작 가능하게 해준 판결이라 끝없이 슬프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어떤 사람들은 그래도 이기기 힘든 싸움에서 이긴 것이니 자축하라고 하지만 무수한 사건과 기업의 가치를 훼손하고도 수십억의 퇴직금을 받아 챙기고 또 적자투성이라며 내부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던 이가 퇴직금으로 수백 억 원을 받는 모습을 목도했다”며 자신의 판결과 비교하며 슬퍼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인간의 존엄은 절대로 가치로 인정되지 않음이 명확해 졌다”며 결국 어떤 수단을 쓰던지 더 많은 권력을 가진 자들만이 그 본연의 가치가 인정되는 사회”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특히 오늘 판결은 요사이 회자되는 선택적 정의의 한 자락을 보는 듯 했다”며 “세습경영과 자본권력으로 무장한 이들의 목소리를 더 듣는 사회, 인간의 권리와 존엄은 인정하지 않는 사회라는 신호가 점차 많아지고 있으며, 가진 것이 많고 적음으로 신분이 나눠진 사회라는 착각을 일으키는 정말 실감나는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옳지 않다. 인간의 권리와 존엄한 가치가 돈 보다 권력보다 가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오늘 판결은 저의 전의를 더욱 불타오르게 한다. 이는 사람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박 지부장은 당초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재벌이라는 자본권력에 대항해서 제대로 된 피해보상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깨트리고, 작은 승리를 했다는 점에서는 위안을 삼았다.

끝으로 박 지부장은 “제가 소송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엄청나게 욕을 많이 했다”며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재벌을 상대로 노동자가 이런 판결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측면에서는 작은 승리이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박창진 대한항공 지부장의 항소심 판결 입장 전문이다.  

오늘 법원은 저, 박창진의 존엄을 7천만 원으로 판결했습니다.

땅콩회항 사건이 발생하고 약 1년 후, 미국에서의 소송 진행 여부를 판결해 달라는 요청을 뉴욕 주 법원에 냈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이 한국에 알려지자, “낯짝도 두껍게 그까짓 갑질을 이유로 욕심 부리는 나쁜 놈”이라는 비난이 난무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언론들은 ‘박창진, 미국 소송 액이 무려?’ 혹은 ‘헉! 어마어마한 거액요구!’ 등으로 제목을 뽑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법원에 제출한 요청에는 소송금액을 전혀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그런 소송이 아니었거든요.

당시 많은 분들은 우리나라 재벌에게 대항한 저의 삶을 걱정해주셨습니다. 삶이 깡그리 망가질 것이 분명하니, 손해배상을 받아서 남은 인생을 위한 정착금을 마련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배상을 받을 수 없을 거라는 진단을 덧붙였습니다.

저 또한 그런 현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한번 쓰러지면 재기가 힘든 우리 사회 구조에서, 자본권력을 상대로 저항을 한 제가 겪을 미래는 자명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저의 미국 소송을 두고 국내에서 쏟아지는 험악한 비난들은 저의 현실을 더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무렵 미국 한인 식당에서 저를 알아보는 노신사 한 분을 만났습니다. 그 분은 한국에서 저를 비난하는 분위기를 알고 있었습니다. 위로와 격려를 해주시면서, 제가 미국인이었으면, 전혀 다르게 상황이 흘러갔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 날의 대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인간의 가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두고 한국과 미국은 왜 다른 판단을 하는지부터, 우리 사회가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등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인간의 가치가 함몰된 사회, 그렇게 인간가치가 가벼워지는 만큼, 제 머리는 더 무거워졌습니다.

오늘 판결 이후, 어떤 분들은 그래도 싸움에서 이겼으니 자축하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적자를 이유로 경영책임을 노동자에게 넘기며 희생을 강요하고, 무수한 갑질로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도 노동자는 생각도 하지 못할 금액의 퇴직금을 챙기는 것을 목도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늘 판결은 요사이 회자되는 선택적 정의의 한 자락을 보는 듯합니다. 세습경영과 자본권력으로 무장한 이들의 목소리를 더 듣는 사회, 인간의 권리와 존엄은 인정하지 않는 사회라는 신호가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진 것의 많고 적음으로 신분이 나누어진 사회라는 착각을 일으키는, 정말 실감나는 판결입니다.

이것은 옳지 않습니다. 인간의 권리와 존엄한 가치가 돈보다, 권력보다 가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 판결은 저의 전의를 더욱 불타오르게 합니다. 이는 사람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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