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균화 칼럼] 완벽한 거짓말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기사승인 : 2020-01-12 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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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뛰어난 지식으로 거짓을 그처럼 멋지게 장식하여 훌륭히 마무리한 것은 진정 아름다운 예술이다.” 셰익스피어와 벤 존슨의 말이다. 인간이 말하는 법을 배우기 이전부터 거짓말하는 법을 배웠을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말을 시작함과 동시에 거짓말을 배웠을 것 같다. 따라서 거짓말하는 능력은 언어기능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지금까지 인간은 거짓말을 하게끔 진화해왔다. 이는 동물도 마찬가지다. 모든 유기체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자신의 몸을 변화시키고 꾸미면서 진화한다. 동물들은 자연과 닮은 보호색을 만들고 서로 생존경쟁을 한다. 때로 새의 어미는 새를 지키기 위해 포식자 앞에서 죽은 것처럼 위장함으로써 포식자의 시선을 자기에게로 집중시킨다. 이렇게 거짓은 동물에게까지도 중요한 생존수단 중 하나이다. 

 

"거짓말을 반복하면 뇌에서 제동장치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점점 더 정도가 심한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英國 런던大 심리학과 ‘탤리 샤롯’敎授는 국제 學術誌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거짓말을 할 때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 촬영장치(fMRI)로 관찰했다. 연구팀은 18~65세의 자원자 80명에게 '거짓말 보상 게임'을 시켰다. 참가자들이 처음 거짓말을 할 때는 뇌 측두엽 안쪽에 있는 '편도체'가 활성화됐다. 편도체는 부끄러움, 공포감 등을 느끼거나 윤리적인 문제를 판단할 때 주로 반응한다. 하지만 거짓말을 거듭할수록 편도체 신호가 점점 약해졌다. 거짓말을 막는 제동장치가 제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샤롯 교수는 "거짓말을 많이 할수록 자신에게 부끄럽거나 거리끼는 감정이 줄어들면서 더 능숙해지는 것"이라며 "정치인이나 부패한 금융업자, 연구 결과를 조작하는 과학자 등이 왜 엄청난 거짓말을 서슴없이 하는지 이번 실험이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폴 에크만’敎授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평균적으로 약 8분에 1번, 하루에 200번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단하지 않은가? 우리 모두는 대단한 거짓말쟁이인 것이다. 물론 이것은 ‘요즘 어때요?’하는 물음에 ‘괜찮아요.’라고 대답하는 식의 의례적인 인사부터 사실을 위장한 표정과 태도 등을 모두 포함했을 때의 결과이다. 거짓말이 반드시 필요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직업은 바로 간호사들이라고 한다. 왜냐면 간호사들은 환자를 돌보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수많은 상황을 겪어야만 함에도 환자를 안정시키기 위해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아야 하는 직업이다. 

 

영국 w.앤밀트 博士는 사람들이 거짓말할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을 네 가지로 언급했다. 과장된 웃음이나 얼굴의 근육 즉 얼굴 표정이 부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거짓말 하는 순간 손이 얼굴이나 눈을 가리는 형상이 많다. 거짓말 하는 경우에 눈을 오래 동안 감는 행동이나 눈의 깜박임이 많다. 손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말과 다른 행동을 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 중 많은 부분은 이득을 얻기 위해서거나 처벌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란다. 이득의 크기가 커질수록, 처벌의 강도가 강할수록 거짓말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고 거짓말에 대한 반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누구나 손쉽게 하는 ‘사소한 거짓말’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 오는지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누구나 겉으로 보기엔 별 무리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가정들도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결코 온전하지만은 않다는 것,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 삶을 살면서도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는 인식 속에 거짓된 허상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는 ‘우리 스스로 얼마나 거짓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가?’를 되묻게 한다. “오, 거짓이란 얼마나 그럴듯한 겉모습을 가지고 있는가!” “뛰어난 지식으로 거짓을 그처럼 멋지게 장식하여 훌륭히 마무리한 것은 진정 아름다운 예술이다.”

 

얼마 전 국정혼란 상태로 빠지게 한 공직자의 가족들을 보면서 ‘모르쇠’로 일관한 그들의 거짓말, 의혹을 몇 달간 지켜보며 분노를 느꼈다. 결국 거짓은 진실 앞에서 무릎을 끓는 것이다. “거짓말쟁이는 어지간히 기억력이 좋지 않은 한 언젠가는 들통 나기 마련이다.”<퀸틸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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