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Q] 원유 레버리지 ETN, 괴리율 폭등에도 증권사가 손 놓은 이유는?

김지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04-06 1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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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원유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에 삼성전자만큼 개인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기초자산인 DJCI Crude Oil 2X Leverage TR 등과의 괴리율이 폭증하고 있지만 증권사나 한국거래소나 바로 이를 해소할 방법이 없어 투자자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7일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장에서 개인투자자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의 기초자산과의 괴리율은 61%에 달했다.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역시 괴리율이 61.03%에 달했고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41.08%를 기록했다.

이처럼 원유 ETN의 괴리율이 커지는 것은 개인투자자가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 물량까지 모두 사들여서 가격의 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이 치솟으면 LP가 매도 주문을 내 이를 끌어내려야 하는데, 이를 속속 개인투자자가 다 사들이면서 100원짜리가 160원에 거래되고 있는 꼴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국제유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부진 우려에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6.6%(1.42달러) 미끄러진 20.09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2002년 2월 이후 약 18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장중에는 20달러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사우디는 지난달 6일 열린 OPEC+ 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원유 수요 위축에 대비해 감산 합의의 시한을 연장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러시아의 반대로 협상이 결렬됐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미국의 셰일오일 산업을 압박하기 위해 사우디의 감산 제의를 거절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사우디는 미국의 압박을 무릅쓰고 4월부터 산유량을 하루 970만 배럴에서 123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선언하자 국제유가가 폭락한 것이다.
 

이제는 무조건 오를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개인투자자는 LP 증권사 물량까지 모두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WTI는 3일(현지시간) 28.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불과 며칠 만에 41.07%가 뛰어오른 것이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유가 폭락으로 위기에 처한 자국 에너지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원유 수입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조처를 하겠다고 밝히는 등 유가 안정에 힘을 실고 있다.

에너지 업계 뿐 아니라 미국에서는 최근 벨로시티셰어즈 원유 3배 ETN'(VelocityShares 3x Long Crude Oil ETN) 등 원유 연계 3배 레버리지 ETN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청산과 상장폐지가 잇따르고 있다.

유가급락으로 상장유기 규정을 따를 수 없게 됐고 규모가 작아지면서 자진상장폐지에 나서면서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자진상장폐지 규정이 없어 거래소와 증권사는 별다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다.

이미 신한금융투자와 삼성증권은 원유 레버리지 ETN의 상장 한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추가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아 효력이 발생하려면 최소 3주가량(15거래일)이 걸리기에 당장 상장을 통해 괴리율을 해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LP인 증권사는 ETN 헤지를 위해 기초자산도 구입해야 한다. 레버리지의 경우 ETN 한 개가 팔리면 두 개의 해당 기초자산을 사서 밸런스를 맞추는 식이다. 이래야 증권사로는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을 입지 않게 된다. 증권사로서는 자기자본에 한계가 있기에 무한정 ETN을 상장할 수 없다.

또한 ETN은 ETF와는 달리 만기가 있어 증권사가 향후에 투자자에 모두 만기 시 지표가치(IV·indicative Value)로 사들여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예를 들어,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의 경우 만기가 오는 2026년 2월 27일이다. 만일 그 때에 국제유가가 폭등해 있다면 발행사인 신한금융투자는 높은 비용을 주고 투자자로부터 레버리지 ETN을 사들여야 한다.

이에 따라 높은 괴리율은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원유 레버리지 ETN 투자자가 원유가 조금만 움직여도 향후 대규모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초자산이 10%만 움직여도 레버리지 ETN은 20%가 움직이는데다 60%나 비싼 값으로 사고 있으니 향후 거품이 꺼졌을 때 큰 손실이 우려된다”며 “개인투자자가 마치 불나방처럼 모여들어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래소 측은 워낙 코로나19로 인한 초유의 상황이라 해법을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LP를 ETN 발행증권사가 겸하고 있어 괴리율이 크다고 마구 징계를 내리기도 어려운 모양새다.



안길현 거래소 구조화증권시장팀장은 “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LP 평가를 통해 괴리율이 높으면 점수를 낮게 주고 있고 현행 규정상 최악의 경우에는 LP의 교체도 가능하다”며 “다만, 우리나라에서 ETN의 경우 LP의 교체는 곧 청산을 의미하기에 초유의 상황 속 적절한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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