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DLF 중징계 집행정지…체면 구긴 금융당국

유승열 기자 / 기사승인 : 2020-06-30 15:23:16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잘못된 관례는 고쳐야…"순응의 시대 지났다"
금감원, 청와대·금융위 갈등도 '요구 불응 탓'

[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에 대한 금감원의 중징계 처분에 대해 법원이 하나은행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금융당국이 체면을 서지 못하게 됐다. 우리은행에 이어 금융위의 중징계 처분이 현실에 맞지 않게 너무 과도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과거와 달리 금융권에서는 당국의 불합리한 행정상 제재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관행이 줄어들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하나은행이 금융당국의 DLF 중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29일 받아들였다. 함 부회장과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박세걸 하나은행 전 WM사업단장이 낸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받아들여졌다.

법원 결정에 따라 본안 사건의 1심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징계의 효력이 정지된다.

재판부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처분의 내용과 경위, 하나은행의 활동 내용, DLF 상품의 판매 방식과 위험성 등에 관한 소명 정도, 절차적 권리의 보장 여부 등에 비춰보면 본안 청구가 명백하게 이유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지 않을 경우 하나은행은 신용 훼손과 신규사업기회의 상실 우려가 있고, 다른 신청인들도 상당 기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취임할 수 없다"며 "이후 본안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우려가 적지 않으므로 이를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함 부회장은 연말 차기 하나금융 회장직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징계 관련 소송을 제기하고 1심 소송 결과까지 나오는데 통상 1~2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차기 하나금융지주 회장 인선이 올해 말을 시작으로 내년 3월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결정되는 만큼 향후 1심에서 패배한다고 해도 회장 임기를 채우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이같은 법원의 판단은 이미 예고된 바 있다. 앞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금융위 제재에 불복해 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는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연임을 앞두고 있는 손 회장에 대해 "취임 기회의 상실은 금전적 손해만이 아니라 직업의 자유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 금융전문경영인으로서 사회적 신용·명예의 실추 등 참고 견디기 곤란한 손해를 수반한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징계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의무를 위반했다는 징계 사유가 명백하다거나, 징계 양정이 적정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금융권은 시대가 변한 데 따른 것으로 받아드리고 있다. 실제 이전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되면 금융사들은 일단 이에 응했으며 제재를 받은 임원의 경우에도 퇴임한 뒤 명예회복을 위해 개인적으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지금은 잘못된 관례는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당국의 불합리함을 주장할 수 있게 됐고, 함 부회장과 손 회장도 이들의 명예와 미래가 걸린 만큼 즉각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불합리한 것을 '울며 겨자먹기'로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금융당국도 시대가 변한테 따라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와 청와대에 대해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반은 최근 4개월간 진행한 금융감독원 감찰을 종결하면서 금감원 간부 2명의 중징계를 요구하는 내용의 감찰 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을 봐줄 목적으로 우리은행 영업점 직원들의 고객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변경 건과 또다른 금융회사 관련 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는 감찰반이 징계를 요청한 간부 2명은 애초 감찰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며 이들의 직접 징계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월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금융위와의 갈등도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사기판매 의혹 사태와 관련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사모펀드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자 금감원 노조가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25일 금감원 노조는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꼴'이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원인은 금융위의 무분별한 규제완화 때문"이라며 "투자요건 완화, 인가 요건 완화, 펀드 심사제 폐지로 잇단 사모펀드 사태는 예견된 재앙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 상황에서 전수조사를 언급한 것은 비난의 화살을 금감원으로 돌리고 금융위의 원죄를 덮으려는 얄팍한 술수"라고 비난했다. 이같은 원색적인 비판에도 금감원은 별도의 해명이나 입장일 내지 않은 것은 노조의 성명 내용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청와대의 무리한 요구가 비판받는 점과 금감원 노조가 이전과 달리 강도 높은 비판을 한 것은 그만큼 금감원도 상위기관의 불합리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라며 "각자의 독립성을 중시하면서 잘못된 것은 시시비비를 바로 따지려 하는 모습을 보면 정부와 당국, 당국과 금융회사의 관계는 수직적이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아시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유승열 기자
뉴스댓글 >

오늘의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청년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