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방과 일대일로] 중국의 '머니파워' vs 한국의 '제조업·소프트파워'

김태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1-16 15: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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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은 6억500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거대한 글로벌마켓이다. 그 큰 성장 가능성에 주요국들은 일치감치 아세안을 주목해 왔고, 특히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속에서 더욱 주목받는 신흥국으로 떠올랐다.  


대한민국은 일찌감치 '신남방정책'을 표방하며 이러한 아세안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무가 아세안 시장에 '일대일로'라는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신남방정책과 일대일로는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적극적인 투자로 커져가는 아세안 시장에서 선점적 지위를 획득하겠다는 방향성에서는 일맥상통한다. 두 정책이 아세안이라는 거대한 파이를 나눠먹어야 하는 태생적 경쟁관계라고 판단하는 아시아타임즈는 3회에 걸쳐 중국 자본이 잠식하고 있는 아세안 시장의 현황을 점검하고 신남방시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대일로'와 협력해야 할지, 아니면 경쟁관계로 뛰어넘어야 할지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2월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타임즈=김태훈 기자] 중국의 신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와 한국의 신남방정책은 사실상 '머니 파워'와 '소프트 파워'의 대결로 압축된다. 

 

중국은 오랜 기간 동안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고, 지난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기축통화로 편입 이후 막강한 머니파워를 바탕으로 아세안 시장을 점점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가 중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라고 판단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말부터 무역과 투자에서 달러화 의존도 줄이기에 들어갔다.  

 

중국이 그토록 위안화 위상 높이기에 집착한 이유는 뭘까.

 

화폐 발행은 국가의 주권으로 한국 정부가 달러화를 발행한다거나 일본이 원화를 발행할 수 없다. 다만 공식화폐가 있음에도 실제 경제주체들은 다른 국가의 화폐를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짐바브웨 등은 달러화를 공식화폐로 채용하고, 미얀마, 캄보디아, 라이베리아 등은 공식화폐가 있지만 실제로는 달러화가 널리 이용된다. 다만 이들 국가들은 기업과 가계가 자국의 공식화폐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마음대로 펼치기 어렵다. 

이렇게 화폐는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요한 요소지만 자국을 넘어 다른 국가에서 널리 인정받기 쉬운 것은 아니다. 우선 경제 규모가 충분히 커야 되고, 외부 충격에도 경제가 버틸 수 있도록 제조업부터 서비스업까지 다양한 산업이 육성돼야 한다. 만약 석유 등 원자재 의존도가 높아 최근 발생한 미국과 이란 간 갈등과 같은 충격에 휘청거리는 국가의 화폐는 인정받기 어렵다.

이밖에 금융시장이 개방돼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화폐를 거래할 수 있어야 하고, 해외무역과 투자에 쓰이는 비율이 높아야 한다. 그리고 다른 국가의 침략에 자국을 보호할 수 있는 막강한 국방력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하는 것이 '기축통화 편입'이었고, 중국은 오랜시간의 준비 끝에 2016년 원하는 결과를 손에 쥐게 됐다. 

 

달러화나 유로화와 비교해 위안화의 위상은 아직 작지만 분명히 커지고 있다. 외국인이 보유한 위안화 표시 자산은 지난 2018년 4조8500억 위안(약 816조원)으로 5년 전 2조9000억 위안(약 488조원)에서 65% 이상 증가했다. 또한 중국과 해외에서 발생한 위안화 표시 투자액은 지난 2018년 2조6600억 위안(약 448조원)으로 8년 만에 95배나 늘었다. 


지난해 8월 기준 위안화를 거래하는 금융기관은 전 세계 2200곳 이상으로 위안화 표시 예금액은 2129억 달러(약 247조원)에 달해 전체 예금액의 1.95%를 차지했고, 위안화 표시 해외채권은 지난 2018년 1조800억 달러(약 1253조원) 10년 전 9억 달러(약 1조466억원) 수준에서 크게 늘었다. 

다만 지난해 3월 기준 국제결제화폐에서 위안화 비율은 1.22%로 달러화(45.58%), 유로화(32.80%), 파운드화(4.37%), 엔화(4.28%)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이럼에도 전문가들은 향후 위안화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는 “위안화는 언젠가 달러화의 라이벌이 될 것”이라며 “경제학자들은 국제화폐 중 위안화의 중요도가 커지는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위안화는 '일대일로'와 맞물려 적어도 아세안 투자시장에서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세안 각국의 인프라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막대한 위안화를 쏟아부었다. 이를 통해 위안화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중국 인민은행은 중국 남부 광시와 아세안 국가 간 국경무역과 금융투자에서 위안화를 사용하게 하는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지난해 5월 한중일 3국은 2400억 달러(한화 약 278조원) 규모의 역내 다자간 통화 스와프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에 달러화 외 역내통화를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본래 CMIM는 위기가 발생한 국가가 자국통화를 제공하는 대신 지원국이 분담비율에 따라 달러화를 제공하지만 여기에 원화, 위안화, 엔화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세안에서는 달러보다 위안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 권평오 코트라 사장과 베트남 부 바 푸 무역진흥청장이 지난해 11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한국의 신남방정책은 제조업과 도소매업 등 소비자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산업자본’과 ‘소프트파워’에 주력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한국의 동남아시아·오세아니아에 대한 투자액은 55억2000만 달러(약 6조4048억원)로 전년대비 16.6% 감소했지만 지난 2018년 상반기에만 33억5000만 달러(약 3조8870억원)를 기록해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아세안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87.7%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산업별로 제조업 투자(42.50%)가 가장 많았고, 금융 및 보험업(20.46%), 광업(9.68%), 도매 및 소매업(7.23%), 부동산업(6.35%) 등이 다음을 이었다.

이에 코트라는 경제성장으로 구매력이 확대되는 아세안에서 농수산품, 화장품, 패션의류, 생활유아용품, 의약품 5대 유망 소비재를 중심으로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고, 급속도로 성장하는 온라인과 홈쇼핑 시장을 공략할 것을 조언했다. 실제로 아세안은 전체 인구의 절반(50.9%)이 30세 이하로 중위연령이 높은 선진국보다 인구구조가 훨씬 젊다.

특히 저렴한 스마트폰이 시장에 많이 출시된 덕분에 청년층을 중심으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SNS) 이용률은 크게 늘어 케이드라마와 케이팝 등 문화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코트라는 설명했다. 지난 2018년 기준 아세안의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보급률은 각각 58%, 141%로 집계됐고, SNS 사용률도 55%에 달했다. 

 

이에 아세안 콘텐츠 시장은 지난 2014~2019년 연간 평균 성장률이 8%대를 기록했고,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의 지난 2018년 기준 콘텐츠 시장규모는 570억 달러(약 66조원)였다.

 

스포츠도 한국과 아세안의 연결고리를 강화할 수 있는 분야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1월 열린 아시안컵에서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8강에 오르게 하고, 최근 '2019 동남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해 베트남 국민들이 구글을 통해 가장 많이 검색한 키워드는 아시안컵과 한국 드라마인 '기황후'로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이어 최근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을 맡아 베트남의 '박항서 바람'을 이어갈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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