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개편' 알맹이 빠진 한전 이사회…김종갑 사장 뚝심 어디로

정상명 기자 / 기사승인 : 2019-11-28 1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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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인상 의견에도 정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 6년만에 적자전환…올해도 1~2분기 적자 지속
에너지업계 "김 사장, 보다 적극적 자세 보일 필요 있어"
▲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아시아타임즈=정상명 기자] 원전 이용률 저하와 연료 가격 상승으로 적자 수렁에 빠진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개편안을 이사회에 상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김종갑 한전 사장의 기조와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28일 한전은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고객센터 자회사 설립 및 출자(안)' 등 의결 안건 7건과 보고 안건 1건을 다룬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다뤄질 핵심 안건으로 관심을 모았던 '전기요금 개편안'은 공식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한전 김종갑 사장은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지속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지난달 김 사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새로운 특례할인은 원칙적으로 도입하지 않겠다"며 "현재 온갖 할인 제도가 전기요금에 포함돼 누더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운영 중인 한시적 특례제도는 일몰시키는 방향으로 가겠다"며 한전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주는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전은 전기차 충전 할인을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 할인, 신재생에너지 할인, 전통시장 할인 등 12개에 달하는 특례할인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만 1조원을 초과해 한전의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김 사장의 발언에도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단호한 모습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전 사장이 언급한 요금체제 개편을 협의한 바 없고,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개 한전 사장들이 산업부와 잘통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그래서 이같은 발언을 하기 전에 산업부와 조율을 하는데 김 사장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한전의 재무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영업손실 2080억원을 기록하며 6년만에 적자전환했다. 분기 기준으로 봐도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적자가 올해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이어졌다.

한전의 적자는 전기를 생산해 판매하는 사업특성상 원가비가 상승하면서 발생했다. 우선 가장 저렴한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력발전의 이용률이 감소했다. 적자를 기록한 작년 원전 이용률은 73%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65.2%에 머물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가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탈(脫)원전 정책을 위해 원전 계획예방점검 기간을 의도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원전의 부실시공 발견으로 일부 원전의 점검 일수가 늘어난게 사실이지만 통상적 기간보다 장기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한전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황에서 김 사장은 최근에도 전기요금 개편에 대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 사장은 지난 6일 '2019 빛가람 국제전력기술엑스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기요금 특례할인을 비롯해 전기요금과 관련한 전반적인 사항을 이달 말 이사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전기요금 개편 초안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국 불발됐다.

이밖에도 김 사장은 언론과 본인의 SNS를 통해 전기요금의 필요성을 꾸준히 역설해 왔다. 지난해 7월 김 사장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두부공장의 걱정거리'라는 글을 게시했다. 여기서 그는 "저는 콩을 가공해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며 "그런데 수입 콩값이 올라갈 때도 그만큼 두부값을 올리지 않았더니 이제 두부값이 콩값보다 더 싸지게 됐다"고 했다.

이를 두고 에너지 업계에서는 전기생산에 필요한 연료비가 상승했음에도 전기요금을 올릴 수 없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전의 모습을 비유했다고 해석한다.

김 사장이 한전의 이익을 위해 나름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에너지 업계는 기대한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이 글로벌 기업에서 일했기 때문에 바른말을 하는 사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무기력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며 "전기요금 개편에 대해 강하게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또한 "한전공대도 마찬가지"라며 "향후 10년간 1조원 가량의 운영비가 들어가지만 한전공대 설립은 또 꾸역꾸역 따라가고 있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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