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게임위? 그게 뭔데”

이수영 기자 / 기사승인 : 2020-02-21 15: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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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앞에 위치한 애플스토어 입구 모습.(사진=이수영 기자)

 

[아시아타임즈=이수영 기자] 애플이 국내 게임 시장의 룰을 어기며 물을 흐리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게임을 자체 검열하고 앱스토어 플랫폼에서 강제적으로 내리는 등 고삐 풀린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1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 스마트조이는 모바일게임 '라스트오리진'의 앱스토어 재출시를 위해 플랫폼 운영사 애플로부터 게임 수정을 강제 당했다. 

앞서 지난 1월7일 애플은 선정적인 콘텐츠라는 이유로 라스트오리진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한 바 있다. 즉각 애플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묵살 당했다는 게 스마트조이 측의 설명이다. 

스마트조이 관계자는 "게임위 심의를 거쳐 한 달 이상 서비스를 진행하던 게임이 한순간에 서비스 불가 상태로 전환됐다"며 "본사에서는 애플 측에 수많은 항의와 재심사를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진행했다. 하지만 애플은 느리고 안일한 대응과 구체적인 수정 요청없이 모르쇠 식으로 대응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구글 버전 이미지로 재검수를 진행했는데 애플은 이마저도 선정적이라고 판정해 더 강력한 이미지 수정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며 "향후 지속적인 이미지 수정 작업으로 애플 측의 검열 수위에 맞는 정상적인 이미지로 수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라스트오리진은 앱스토어에 다시 올라온 상태다. 다만 애플 입맛에 맞도록 여러 차례 이미지 수정을 거친 탓에 원스토어에 서비스 중인 버전과 급격한 차이가 발생했다. 같은 게임인데도 서로 다른 게임으로 느껴질 만큼 이미지 수정이 과도했다.

 

▲ (왼쪽부터)라스트오리진의 구글 안드로이드·원스토어 버전과 수정된 애플 앱스토어 버전. 같은 게임이지만 서로 다른 게임 같다.


라스트오리진은 출시 전 게임위로부터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판정을 받은 게임이다.

국내에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의 모바일게임을 유통하려면 게임위로부터 사전 심의와 등급 분류 절차를 받아야 한다. 이외 등급 게임은 자율등급분류사업자 애플이 자체적으로 매길 수 있다.


문제는 애플이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에도 손을 대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위에서 라스트오리진의 국내 유통을 허락했으나 애플은 자체 가이드라인을 내세우며 갑질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과 달리, 애플은 국내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게임위 결정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위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에 속해 있다.

 

▲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분류에 대한 세부 기준.


애플의 갑질로 다른 게임사들 역시 불편을 겪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사실상 게임을 출시하려면 게임위와 애플, 두 번의 검열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서다. 이 때문에 게임위의 영향력과 등급 분류 효력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진 애플의 갑질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게임위 관계자는 "애플에서도 앱스토어 내 정책 규정이 있다보니 (게임위) 등급을 받더라도 애플 사규에 안 맞으면 출시가 어렵다"며 "게임위에서 등급을 매기더라도 유통을 해달라고 요청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애플이 독단적으로 행동하고 나서면서 업계는 해외 사업자에 대한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는 애플 등 해외 사업자가 국내에 대리인을 두면 이중 검열 관련 규제 등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난 18일 넥슨 아레나에서 문체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국내 대리인 지정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문체부는 현 게임산업법을 전체적으로 손보고 있는데, 개정안 45조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애플 같은 자체 등급 분류사업자의 등급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게임위원회가 사후관리감독 기관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입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망 사용료 공정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전기통신사업법에서도 국내 대리인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법률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입법화되지 못했다.

일단 문체부는 향후 논의를 거쳐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보완한 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상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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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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