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 토크] 내가 누구 게?…트래버스·콜로라도 '불매운동'은 내 작품

천원기 기자 / 기사승인 : 2020-09-29 05: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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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한국지엠 노조가 진행한 트래버스-콜로라도 불매운동 관련 기자회견. 사진=천원기 기자.
[아시아타임즈=천원기 기자] 여러분 안녕? 요즘 나 때문에 자동차업계가 시끄럽다고 하던데, 정말 그래? 사실 난 피부로 느끼지는 못해. 뉴스를 안 봐서 그런가…. 솔직히 말하면 내 욕을 자주 듣긴 해. 조금만 잘 못해도 여론이 들끓는데 내가 왜 모르겠니? 그렇지만 나도 억울한 게 많아. 내 이야기 좀 들어볼래?

 

참 내 소개를 안 했구나. 난 말이지. 지난해 한국지엠이 출시했던 신차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불매운동'을 벌인 당사자야. 그때도 욕 참 많이 먹었지. 내가 바로 한국지엠 노동조합이야. 당시엔 말이야. 지엠이 우리나라 시장을 외면하니깐 항의 차원에서 했던 건데, 그런 속사정도 모르고, '자승자박'이라는 욕을 엄청 먹었지. 어떤 신문사는 내가 "회사를 죽인다"는 자극적인 제목을 단 곳도 있더라. 에휴~ 정말 답답하다.

 

불매운동 말고도 내 활약상이 또 있지. 바로 지난달 말에 있었던 일이야. 글쎄 회사에서 우리 허락도 없이 부평2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를 늘리지 않았겠어. 이게 말이 되니?

 

부평2공장이 어떤 곳인지는 알지? 한국지엠의 주력 수출 모델인 트랙스와 뷰익 앙코르를 생산하는 공장인데, 생산대수를 28대에서 32대로 늘리겠다는 거야. 아무리 생산라인이 자동화됐다지만, 한 시간에 볼트를 4번이나 더 조여야 하는데, 얼마나 힘들겠니. 참 우리 회사인 한국지엠은 수출기업이야. 수출이 한 80%가 넘을걸. 우리가 자랑스럽지?

 

아무튼, 내가 화가 나서,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게 하는 버튼을 '확' 눌러버렸지. 회사도 '깜놀'했지. 이런 '돌발변수'를 생각이나 했겠어? 그리곤 공장 안에 있는 집기를 밖으로 다 내다 버렸어. 당연히 공장 가동은 중단됐지. 아마 수출에도 차질이 있었을걸. 그렇지만 내 뜻은 이뤘잖아. 이렇게까지 안 하면 회사는 꿈쩍도 안 한다고.

 

근데 알고 보니 1년전부터 회사랑 나랑 생산량을 늘리자고 의논을 해왔더라고. 내가 깜박했지 뭐야. 급 미안했지. 그래서 회사는 32대까지 늘리자고 제안했지만 내가 고집을 부려 30대로 최종 합의를 봤지. 내 활약상 대단하지? 나한테 밉보이면 회사는 아무것도 못해.

 

이 참에 고백할 것도 있어. 자꾸 사람들이 내가 변했다고 하는데, 나는 변하지 않았어. 올해의 내 모습을 상기해봐. 올해 현대차와 쌍용차 노조는 자진해서 임금을 동결했어.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파업 찬반투표 같은 것은 아예 하지도 않았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생해야 한다나 뭐라나…,

 

그런데 나는 어땠니? 이미 파업하기로 마음의 준비는 끝냈지. 그리고 코로나고 뭐고 임금동결은 말도 안 된다고. 그런데도 자꾸 내가 변했다고 하면 부담스러워. 그리고 제발 현대차 노조랑 비교 좀 하지마.

 

나는 임금이 2년 연속 동결됐단 말이야. 2018년에는 연봉이 1700만원이나 깎였다고. 이런 사실을 너희는 알고 있니? 물론 회사는 6년째 적자야. 내가 듣기로는 적자 규모가 3조원이 넘는다고 하던데, 근데 그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어쨌든 난 힘들어. 내 나이가 벌써 50을 넘었어. 애들 대학교도 보내야 하고 이것저것 쓸곳도 많아.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회사의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정말 미안해. 올해는 꼭 임금을 올려 받아야 해.

 

최근 한국지엠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놓고 16차 교섭을 벌였습니다. 아시아타임즈가 입수한 교섭 회의록을 통해 노조가 어떤 마음으로 이번 협상에 임하는지 유추해 볼 수 있었는데, 이번 주 뒤끝 토크는 교섭 회의록을 통해 투영된 노조의 마음을 주어로 잡아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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