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도, 갑질도 그저 참지요"… 진상승객 칼 된 카카오택시 '별점시스템'

박고은 기자 / 기사승인 : 2020-11-19 16: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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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박고은 기자] "술에 취해 운전 똑바로 하라며 머리를 툭 치거나 무작정 핸들을 잡아 돌리는 승객, 볼에 뽀뽀해주고 택시비라며 내리는 승객, 종착점에 서자마자 문 열고 도망치는 승객까지 정말 죽겠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카카오택시 운전기사 50대 김모씨가 한숨을 푹푹 내쉬며 내뱉은 하소연이다. 20년째 택시 핸들을 잡고 있다는 김씨는 다양한 승객들을 만나며 별의별 일을 다 겪어봤다고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갑질하는 승객들이 진짜 많아요. 오늘만해도 한 승객이 휴대전화를 놓고 내렸으니 지금 당장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라고 소리치더군요. '영업 중이라 불가하다'고 말씀드렸지만 자신이 변호사라면서 협박하며 폭언하는 사례까지 있어요." 김씨의 하소연은 이어졌다.

 

그는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분함을 꾸역꾸역 집어넣고 결국 휴대전화를 가져다 줬다고 한다. 이른바 '별점 시스템'이 그에게는 '쥐약'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 사진= 카카오T 택시 '별점 시스템' 캡처

 

택시기사에 대한 폭행·폭언 피해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발생한 택시·버스 기사 등 운전자 폭행 사건은 총 8000여건에 달한다. 하지만 이 중 구속된 이는 74명으로, 채 1%도 되지 않는다. 

 

반면 택시기사를 보호할 만한 안전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지난 6월 국민의힘(구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택시 내 격벽설치 지원 근거를 담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발의했지만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벽이 높기만 하다. 

 

일부 설치한 택시 격벽에 대한 승객들이 불만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나를 믿지 못하느냐'며 오히려 기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승객들이 흔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택시기사들은 격벽 설치를 주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설치비와 좁아지는 택시 내 공간도 한 몫한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카카오택시 기사들이 카카오택시의 '별점 시스템'까지 신경써야 한다는 부분이다. 낮은 별점을 피하기 위해서는 왠만한 폭언은 참아야 한다. 무리한 요구도 들어줄 수 밖에 없다는게 기사들의 하소연이다. 

 

승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도입된 이 제도가 오히려 진상·갑질 승객의 무기가 되고, 택시기사들에게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택시 승객들은 하차 후 기사 만족도를 평가하는 '별점 시스템'을 통해 점수를 매긴다. 별점을 낮게 주거나 불만사항을 적으면 택시기사들은 불이익을 받게 되는 구조다. 

 

한 카카오택시 기사는 "낮은 벌점을 계속 받게 되면 자격이 정지되고, 본사에서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이 재교육을 받는데만 4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답답해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평점(별점 시스템)은 평균이다. 따라서 많이 쌓이거나 중대한 신고건이 있을때 재교육을 실시한다"며 "승객이 악의적으로 기사에게 평점을 줄 경우에는 직접 소명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폭행·폭언 피해와 관련해서는 "법인운수사에서 보상한다"며 "그 부분은 운수사마다 차이가 있어서 정확히 말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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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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