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석 칼럼] 한지의 원형 보전 시급하다

김 호 석 수묵화가·문학박사 기자 / 기사승인 : 2019-11-27 13: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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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호 석 수묵화가·문학박사
최근 한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한지는 한지가 아니다’는 전통한지에 대한 책이 출간 되는가하면 국제 규모의 한지 토론회가 있었다. 지자체들은 한지를 홍보하기 위해 외국의 박물관 보존처리 관계자를 불러 발표와 현장 답사를 진행했다. 이런 노력은 한지 홍보와 수요 창출이라는 점에서 눈물겨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행사에 앞서 생각해야 할 문제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세계에 자랑 할 만 한 한지가 생산되고 있는가. 문제는 현재 국가 중요무형문화재가 만든 한지의 수준이 조선시대에 만든 한지 보다 물리화학적인 측면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다는데 있다. 이런 원인에 대한 연구와 조사 없이 옛 명성에만 기대어 홍보에만 열을 올린다면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지금 우리는 한국 고유의 전통한지의 원형을 알고 있는가. 전문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지의 원료가 되는 닥나무부터 원형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지 제조 방식도 변질되어 원천 기술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한지의 표면 처리 방식도 사라졌다. 표면처리는 한지산업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우리만의 비법이다. ‘현재 우리 수준은 조선시대에 국제적 명성을 가진 한지의 원형조차 재현 해 내지 못한다’고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질기고 두꺼우며 희고 광택이 있는 그러면서 보존성이 가장 우수했던 한지가 어두운 역사 속에 갇혀있다.

외국에 한지를 홍보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좋다. 그러나 우리나라부터 한지를 사용하고 실용화하는 정책적 방안을 강구 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 등 4대 궁궐에서 조차 전통한지를 사용하지 않고, 한지 분야 국가중요무형문화재를 지정해 놓고도 한지 한 장조차 사가지 않는 나라, KS 기준은 전통 방식과 크게 다르며 심지어 한지에 대한 정의조차 잘 못되어 있는 현실, 한지 중요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에서 조차 한지를 구입.사용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점, 한지로 만들어진 문화재의 수리.복원에 전통한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조차 없음에도 외국에 한지가 우수하다며 판매하러 다니는 모습을 보면 참람하기 그지없다. 내실이 부족한 현실에서 홍보에만 열을 올려 명예와 이윤을 창출하려는 행위는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것이다.

정부는 민족 자산인 원형을 지키고 보존하는데 전력해야 한다. 원형은 우리가 이 토양에서 만들어 낸 경험이요 축적을 통해 얻어낸 최상의 결과물이다. 거기에는 많은 사람들의 공력이 숨어있다. 원형은 시대를 조감 하면서 변천해 왔고 가장 본질적인 핵심만 남아 있다. 그러기에 이 원형은 시대를 만나 새롭게 변화 했고 또 다른 원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문화의 원형 보존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지의 원형을 찾는 일에 소홀했다. 안타깝게도 전통 한지에 대한 연구와 실증적 검토가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최근 5년 동안 한지와 관련하여 사용한 돈은 89억이다. 해외 홍보와 시설투자 그리고 물품구입 연구용역 등에 사용했다. 이중 한국고유의 한지 원형을 찾는데 사용한 돈은 거의 없다. 닥나무를 육종한 적도 없고 제조 방식을 추적 조사한 실적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문헌조사 조차 제대로 한 일이 없다. 그러면서 용역을 위한 사업에만 집중했다. 이를 관리해야 할 국가도 다르지 않다.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국제적 인지도와 관련이 있다. 중국의 선지는 2009년, 일본 화지는 201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보존성을 자랑한다는 한지는 등재되지 못했다. 그 사이 한지 생산 업체는 1996년 64곳에서 2019년 21곳으로 줄었다.

종이는 문화의 바탕이요. 근본이다. 이 위에 인류의 역사가 있다. 문화의 기본을 중시하고 대접 하는 정부는 아직 더 기다려야 하는가? ‘소신과 의지를 가지고 일하는 자가 단명한다’는 말이 적폐의 언어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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