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강주 칼럼] 냉이와 쑥국으로 단군신화를 이어보자

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 기사승인 : 2020-03-25 13: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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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밤 기온은 아직도 냉랭(冷冷)하여 때때로 옷깃을 여미게도 하지만 강변에서 마주하는 한낮의 봄바람은 포근하고 그지없이 향기롭다. 계절적으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완연한 봄이 되었건만 마음 한구석은 아직 겨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봄 아닌 봄이 되어버린 이 잔인한 봄에 문득, 시인 이상화님이 일제강점기였던 1926년에 썼다는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싯귀가 떠오른다.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중략~ /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나라 안팎에서는 목숨마저 빼앗긴 사람들이 부지기순데 봄타령 인듯하여 부끄럽구나. 자세를 낮추고 들여다보면 보일 듯 말 듯 올망졸망 하얀 꽃송이들이 보이고, 가녀린 냉이꽃대를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이 보인다. 바람이 부는 것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생기(生氣)를 깨워내기 위한 것이라 하니 몇 차례 더 꽃샘바람이 불어대면 모든 나뭇가지에 푸른 잎이 돋아나리라. 냉이에 꽃이 피고 나면 이제 내년 봄에나 다시 냉잇국을 맛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뜻밖에도 고마우신 이웃동네 할머니 한분이 냉이를 한 봉지 가득 담아 오셨다. “꽃 피고 나면 못 먹는 것인데, 두엄자리 옆에서 이것이 나 있길래 생각나서 캐왔구만. 올해는 이게 마지막일거여”

봄나물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냉이와 쑥, 냉이의 꽃말은 ‘나의 모든 것을 당신께 드립니다.’ 쑥의 꽃말은 ‘평화’. 꽃말조차 아름답다. 냉이 꽃이 피면 이제 쑥국을 끓일 차례가 된 것이다. 솜털 보송보송한 새싹을 내밀고 어느새 불쑥 올라와 있는 쑥의 어린 순은 나른한 봄날 최고의 먹거리이며 건강식품이다.

쑥은 마늘과 함께 단군신화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 민족과는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국화과 식물이다. 국화과 식물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여 세계적으로 2만종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민들레, 쑥갓, 씀바귀, 고들빼기, 개망초, 코스모스, 해바라기, 금잔화, 구절초, 캐모마일 등도 국화과 식물이다. 국화과 식물들은 살균, 살충, 구충의 효능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효능이나 활용에서 쑥이 으뜸이라고 할만하다.

특유의 향을 내는 정유 성분인 ‘시네올Cineol’을 포함한 쑥의 성분들은 살균, 살충, 구충효과 및 면역증진과 해독작용에 뛰어난 효과가 있으며, 산모의 자궁수축, 생리통 완화, 부인병 예방에도 좋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나 천식 치료 등 폐 기능 강화에 좋으며 위액분비를 촉진해 소화기능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 B1, B6, 철분, 칼슘, 칼륨, 인 등 비타민과 미네랄 등이 풍부하여 피로 회복, 에너지생성 및 체중감량에 도움을 주며 요통과 신경통 완화에도 효과적이다. 비타민 C, 비타민 A가 풍부하여 환절기 감기 예방에도 좋고, 활성산소를 제거하므로 항산화 작용 및 노화 방지,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준다. 쑥에 함유된 칼륨은 피를 맑게 하고 혈관의 수축과 이완작용을 개선하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적이다. 쑥의 탄닌 성분은 혈중 과산화지질의 생성을 억제하여 세포의 노화를 예방하고 강력한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쑥의 효능을 이용하여 한방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복통, 구토, 지혈 및 빈혈, 진통, 해열, 해독, 구충, 소화작용 등에 중요한 약재로 사용했는데 실생활에서는 샐러드나 무침, 국, 전, 겉절이, 떡류, 밥, 면류 등에 단독으로, 또는 다른 식재료와 어울려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탐구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지금 이 심각한 코로나19 정국에는 제철 나는 보드랍고 신선한 쑥국 한사발로 단군신화를 이어보는 것은 어떨까. 쑥국 많이 드시고 코로나 이겨내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봄다운 봄을 되찾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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