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 칼럼] ‘리쇼어링’ 외치면서 규제 강화하는 정부

강현직 주필 / 기사승인 : 2020-06-25 13: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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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리쇼어링 경쟁이 뜨겁다. 리쇼어링(Reshoring)은 기업 U턴 즉 ‘해외에 진출한 국내 제조 기업을 다시 국내로 돌아오게 한다는 것’으로 많은 나라들이 세금 인하와 규제 완화 등을 내세워 기업 유턴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국내 기업 해외 공급망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와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코로나19 사태로 생산 부품 수급에 곤혹을 겪었던 미국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들이 앞 다퉈 생산망 복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리쇼어링이 주목받는 것은 저렴한 인건비와 시장 접근성 등으로 중국, 베트남 등에 생산 시설을 짓은 '국제 분업 시스템'이 국가 생산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제조공장이 몰려있는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되면서 중국 내 제조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며 생산에 차질을 빚어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글로벌 공급망이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 때문에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자연스레 탈세계화와 리쇼어링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포스트 코로나'시대 탈세계화를 통한 산업 재편이 내수를 활성화하고 실업난을 해소할 현실적 카드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한 조사에 따르면 해외 진출 기업의 5.6%만 국내로 돌아와도 20조4000억원의 생산 전환이 이루어져 산업의 직간접 고용효과가 13만명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10%만 국내로 돌아오면 약 20만명가량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셈이니 리쇼어링을 통한 이익이 대단하다.

정부는 수년 전부터 제조업 기반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유턴 기업 지원을 시작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할 '한국판 뉴딜' 정책으로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유턴과 글로벌 첨단기업의 국내 유치를 꼽았다. 그러나 많은 비용을 들여 외국에 공장을 세운 기업이 해외 시장을 포기하면서 돌아오기엔 거부감이 크다.

산업부가 최근 유턴법을 개정해 종전 산업위기지역이나 신설투자 유턴기업에만 적용하던 법인세 최대 7년 감면(5년 100%+2년 50%) 혜택을 증설 투자 유턴 기업에도 적용하고 제조기업 외에 지식서비스산업·정보통신업도 조세감면 등 관련 혜택을 받도록 했으며 비수도권에 입주하는 유턴기업에 국·공유재산 장기임대(50년), 임대료 감면, 수의계약 등을 허용했지만 해외 진출기업들의 관심을 끌기엔 여전히 미흡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매출액 상위 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리쇼어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업체는 단 3%에 불과하고 오히려 정부가 보호무역 기조를 완화해 국가 간 통상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답변이 26.1%에 달했다.

선진국들도 리쇼어링을 장려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내놓고 있다. 탈중국, 탈세계화, 리쇼어링의 추세에서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이다.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시작한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은 유턴 기업에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는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시, 2016년 267곳 2017년 624곳, 2018년 886곳의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왔다. 미국 의회와 재계는 또 250억 달러(약 30조원) 규모 리쇼어링 펀드 조성을 논의 중이다. 일본 정부도 법인세 인하는 물론 22억달러(2조7000억원) 규모의 기금 조성 등을 통해 해외에 진출한 자국기업을 불러들이고 있다. 프랑스도 80억유로 가운데 10억유로는 노후차량 폐차 및 전기·하이브리드 신차 구입 등 소비자 지원 등에 활용해 리쇼어링 기업의 매출 상승 작용까지도 고려한 정교한 정책을 내놓아 주목 받고 있다.

‘정부가 앞으로 리쇼어링 추가 지원책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다수 기업은 “분야를 불문한 전 산업 일괄 적용은 불가능하다”며 집중과 선택을 원했다. 경쟁력을 최대로 높일 수 있는 산업 분야를 엄선해 그에 필요한 최적의 정책과 인센티브를 집중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또 수도권 규제를 대폭 풀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기업의 리쇼어링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를 묻는 질문엔 응답기업 10곳 중 4곳이 ‘노사 갈등과 인건비 격차’ ‘정부의 일시적 보조금 형식의 단기지원’ 등이 걸림돌이라고 응답했다.

정부와 여당은 기업에 리쇼어링을 호소하면서 경제를 위축시키고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성이 큰 반시장·반기업 규제 법안을 무더기로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 감독법 제정안 등 ‘기업 옥죄기’3법을 21대 국회에서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한다. 한편에선 기업유턴을 외치면서 기업 규제 강화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어느 기업인인들 돌아오려 하겠는가.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기업들이 정말 뭘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유인책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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