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니켈 전쟁 중-①] 가진 자들의 속내… "더 적게, 더 비싸게"

김태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9-30 08: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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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먹거리로 '배터리 산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니켈 확보를 위해 전세계가 전쟁 중이다. 니켈은 전기자동차와 ESS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핵심소재다. 게다가 스테인리스스틸 생산이 증가하면서 미래 산업에서 니켈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러자 니켈의 주요 생산국들이 이를 '전략 무기화'하고 있다. 이들이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수출 규제에 나서고, 늘어난 수요 증가와 맞물려 최근 국제시장에서 니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중국, 일본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3강'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에게 니켈은 경쟁국들을 따돌리기 위해 반드시 많은 양을 확보해야 하는 자원이다. 아시아타임즈는 니켈 생산국들의 현황과 한국과 중국 일본의 니켈 확보전을 2회에 걸쳐 분석한다.  (편집자 주)   

 

▲ 인도네시아 니켈광산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로이터)

 

[아시아타임즈=김태훈 기자] 전세계 니켈 최대 생산국은 인도네시아다. 

 

캐나다 투자전문매체 인베스팅뉴스네트워크(INN)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니켈 생산량은 인도네시아가 80만 메트릭톤(MT)으로 가장 많았고, 필리핀(42만 MT), 러시아(27만 MT), 뉴칼레도니아(22만 MT), 호주(18만 MT), 캐나다(18만 MT), 중국(11만 MT), 브라질(6만7000MT), 쿠바(5만1000MT), 미국(1만4000MT) 등이 다음을 이었다.


다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뉴칼레도니아에 매장된 니켈 광석은 라테라이트 광석이므로 전기차 배터리보단 중국에서 주로 생산되는 니켈선철(NPI)과 스테인리스 철강 수요가 가격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니켈 광석은 크게 황화 광석과 라테라이트 광석으로 구분되며 황화 광석에서 추출된 클래스1 니켈은 순도가 높아 전기차 배터리에 주로 사용된 반면, 순도가 낮은 라테라이트 광석에서 추출된 클래스2 니켈은 NPI나 스테인리스 철강 생산에 투입됐다.

문제는 유럽 자동차업체들이 오는 2026년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2030년이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황화 광석 공급이 전기차 생산량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황화 광석은 캐나다와 러시아 등에 매장된 것이 고작이므로 이것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전기차와 배터리 가격 안정은 상당기간이 걸릴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결국 라테라이트 광석이 전기차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본다.

캐나다 상업은행 몬트리올은행(BMO)은 이달 초 열린 컨퍼런스에서 전 세계 니켈 공급량에서 황화 광석이 차지하는 비율은 오는 2025년까지 약 30% 수준으로 떨어지는 반면, 라테라이트 광석은 약 7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BMO는 황화 광석만으론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자신의 몸값이 오를 것을 직감한 인도네시아는 오는 2022년부터 니켈 광석 수출을 금지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8월 이를 앞당겨 올해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는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가 제련소 경쟁력을 키우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강대국들이 광석만 쏙 빼가도록 놔두는 대신 자신들이 직접 채굴부터 제련까지 모두 담당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니켈 가격은 지난해 7월 18일 1만1871달러에서 9월 10일 1만8128달러까지 치솟았다. 주요 니켈 수입국이자 이중 상당부분을 인도네시아에 의존하던 중국도 수출 금지가 시행되기 전 재고 비축에 나섰다. 지난해 중국의 인도네시아에 대한 니켈 수입량은 2390만 톤으로 전년대비 무려 72%나 증가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내에서도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광산업계는 올해부터 수출길이 막힌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생산 활동이 크게 위축되자 사실상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돈을 벌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정부는 소규모 제련소를 살리겠다는 명목으로 일정 가격을 넘지 않는 선에서만 광석을 팔도록 허용해 광산업계는 죽을 맛이다.

그러나 업계의 비판에도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출 금지 결정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더 이상 해외 기술력에 의존하지 않고, 전기차 사업을 기점으로 자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루훗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장관은 “인도네시아에서 굴러다니는 자동차 중 96%는 일본 브랜드이며 솔직히 말해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기술적 식민주의’를 당하고 있다”며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생산이 훨씬 더 간단하며 우리는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원자재인 니켈을 바탕으로) 전기차 사업을 육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캡쳐)

인도네시아가 이렇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잠재적인 니켈 공급국으로 필리핀이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필리핀 내 광산들이 생산 재개에 들어가고 업계가 생산량을 적극적으로 늘린다면 인도네시아의 수출 금지에 따른 니켈 공급 부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5월 22일 기준 중국의 필리핀에 대한 니켈 광석 수입량은 750만 톤으로 인도네시아(209만 톤)를 넘어섰다. 필리핀이 인도네시아를 제치고 중국의 주요 니켈 수입국으로 떠오른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생산이 중단됐던 광산들이 조업을 재개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필리핀이 인도네시아의 수출 금지에 따른 니켈 공급 부족을 얼마나 해소할진 미지수다. 필리핀은 지난 2017년 광산 개발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우려하며 광산 23곳에 문을 닫도록 정부가 지시하고, 지난 2018년에는 50헥타르 크기의 광산에서 한해 니켈 광석 생산량을 100만 톤으로 제한하는 등 환경규제를 적용했다.

필리핀이 경제를 살리겠다는 등 이유로 환경오염 우려를 정면돌파해 생산량을 과감하게 늘린다면 니켈 공급 부족이 약간이나마 해소되겠지만 환경 이슈에 계속 묶여있다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다소 꺾일 수 있다.

뉴칼레도니아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대두된다. 프랑스령인 뉴칼레도니아는 지난 2018년 분리독립 투표가 부결되긴 했지만 여전히 독립을 지지하는 정당과 주민들이 있으며, 이는 니켈 광석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뉴칼레도니아에서 광산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아시아로 니켈 광석을 수출하려고 하자 독립을 지지하는 정당인 ‘팔리카’가 이를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니켈 광석이 자신들에게 소중한 자원인 만큼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수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폴 네오티인 팔리카 대표는 “뉴칼레도니아인들이 제련소의 다수 지분을 보유한다면 낮은 품질의 니켈 광석 수출을 허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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