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석 칼럼] 문화재 복원, 예산 따먹기여선 안 된다.

김호석 수묵화가 문학박사 / 기사승인 : 2020-03-25 13:03:3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김호석 수묵화가 문학박사
필자는 초상화 보존 처리 전 과정을 깊숙이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다.

물론 수리하기 이전에 연구를 위해 직접 작품 상태를 봤다. 이 그림은 최적의 보존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장황(비단이나 두꺼운 종이를 발라서 책이나 화첩(畫帖), 족자 따위를 꾸미어 만듦)에 대하여 독특한 제작 과정이 숨어 있는 점을 발견하고 그림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비밀스런 이야기도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품 해체 과정은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 문화재 보존 수준이 이정도 인가?

문화재 관계자는 “초상화에 곰팡이가 피어 있어 보존 처리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여기에 국가 예산이 배정되었다. 작품 해체에서 복원 마무리까지 약 2주가 걸렸다. 100년의 세월을 잘 견뎌낸 작품 수리, 복원을 단 14일 만에 끝냈다.

단언컨대 이 작품은 곰팡이가 피지 않았다. 작품의 뒷면에 습기가 침투한 흔적조차 없었다. 해충의 침입도 없었다. 무지와 예산에 대한 욕심이 소중한 작품과 조상의 얼을 망친 것이다.

또 하나 그들은 수리 대상 작품에서 흰색 안료가 칠해진 부분이 검게 변했다는 사실을 잘 못 파악했다. 그것은 흰 안료로 연백을 사용한 결과이다. 연백은 납을 가공하여 인공으로 만든 알카리성 탄산수산화연이다. 이 안료는 공기 중에 노출되면 검게 변한다. 이것은 수리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저명한 작품에 이런 예는 많다 특히 중국 둔황 벽화에서 초현실적으로 보이는 독특한 색감도 알고 보면 안료의 숙명이 만든 미완성의 한계이면서 동시에 세월이 완성시킨 문화유산인 것이다.

자문위원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사업을 진행 하면서 그들이 무얼 했는지 묻고 싶다. 모두가 공범이다. 무지가 낳은 이런 문화재 훼손은 막아야 한다. 이에 필자는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문화재 수리는 각 대상과 분야에 맞는 기술자나 기능자에게 맡겨야 한다. 지류, 금속, 목공, 석조 부문에 특화된 기능자는 그 분야에 필요하다. 더 이상 지류문화재 수리에 석조나 금속 기술자가 투입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둘째, 문화재 사업은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후 일정한 연수과정을 통과한 자에게 맡겨야 한다. 지금처럼 교수나 국가기관의 직원이 불법으로 사업을 해도 관계전문가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무혐의를 만들어 풀어 주는 것은 문화재청이 할 일이 아니다.

셋째, 문화재청은 자문을 담당할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인력풀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비전문적이고 철학도 부족한 사람들이 교수라는 직함을 내세워 연구 실적용으로 참여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자문위원은 문화재 수리 복원 과정에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잘못을 방지하기 위해 감시하고 지도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 땐 자문위원에게도 공동책임을 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화재 수리 복원에 대한 ‘감시평가단’을 운용해야 한다. 사업자 선정부터 완성까지 과정을 판단하고 시비를 가려 줄 전문가 평가단이 필요하다. 납품한 완성품에 대해 문제가 발생 했을 때 훼손인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 기술의 문제인지 아니면 재료의 특성을 잘 못 파악한 후유증인지를 감시하고 평가해야 한다. 여기에는 해당 문화재 전문가는 물론 재료전문가, 법조계, 수사관 등 전문가 집단이 최종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 시켜야 한다.

지금처럼 문화재청이 문화재 훼손이 발생해도 처벌은커녕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죄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저작권자ⓒ 아시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호석 수묵화가 문학박사
뉴스댓글 >

오늘의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청년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