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강주 칼럼] 머위 나물로 양생하고 머위꽃차 한 잔 놓아두고

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 기사승인 : 2020-04-08 16: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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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1922년에 발표된 영국의 시인 T.S 엘리어트의 장편서사시 ‘황무지(The Waste Land)’는 이렇게 시작된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며, /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 망각의 눈(雪)으로 대지를 덮고, /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생명을 길러주었다.’


난해하기로도 유명하고 434행이나 되는 아주 긴 시이지만 드라마틱하게 시작되는 첫 구절에 꽂힌 많은 젊음들이 문고판 시집이라도 가지고 다니며 머리를 쥐어뜯던 시절이 있었다. 전체적인 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위에 인용한 첫 구절쯤이야 어려울 것도 없는 것이어서 해마다 4월이 되면 꽃샘바람이 유난을 떨 때나 최류탄 가스에 눈물, 콧물을 뽑아내던 70~80년대의 봄에는 여기저기에 잘 갖다 붙이던 구절이기도 하다. 


역사적인 크고 작은 사건들이 왜 4월에 유난히 많이 발생하게 된 것인지 그 이유도 알아내지 못하는 사이에 전쟁에 버금가는 일대 환란(患亂)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그야말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동안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여러 나라들이 코로나19의 확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지는 방역체계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


이에 대조적으로 선진시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우리 국민들과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는 발 빠른 방역체계의 선두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 및 의료진들, 자원봉사자들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 관계당국이 안내하는 대로 개인위생이나 기침 예절, 사회적 거리두기 등 기본적인 생활 형태의 변화로 극복될 수 있을지, 모든 사람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우리 사회가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되기를 기도한다. 


서울에 있는 친구 전화가 안부를 걱정하며 근황을 묻는다. 내가 사는 곳은 비교적 청정지역이라 그저 별 일 없이 산다고 답한다. “친구도 봄나물 이것저것 많이 챙겨 먹고 건강하게 지내다가 코로나19 잠잠해지면 그 때 함 봅세 ㅎㅎ~^” 


산기슭이나 밭둑, 습기가 많은 울타리 주변에서 지금 한창 돋아나 제철인 봄나물이 있다. 머위라는 국화과 식물로 둥글납작하게 생긴 이파리가 곰취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요즘 같은 코로나19 정국에 특히 권장할 만한 식재료이다. 머위는 지역에 따라 머우 또는 머구라 부르기도 하는데 겨울동안 꽁꽁 언 땅속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가 봄이 되면 얼음을 뚫고 푸른 싹을 틔워낸다고 하여 찬동(鑽凍), 顆凍(과동), 관동(款冬)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잎과 줄기, 뿌리, 꽃 등이 모두 식용 가능한 식물인데 잎은 데쳐서 쌈이나 나물로 먹으면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다. 쓴맛을 싫어하는 경우에는 오랜 시간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낸 후에 이용하면 쓴맛이 감해져서 쉽게 머위를 즐길 수 있다. 


머위에는 칼슘과 비타민 A, B1, B2, 베타카로틴 섬유질 등이 풍부해서 골다공증이나 관절염의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되고, 소화기능을 도와 입맛을 나게 하고 식중독을 예방해준다. 기관지를 건강하게 하며 기침 가래를 없애준다. 특히 폐기가 건조하고 허약한 만성기침에 좋다. 심혈관계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으며 두통, 구내염, 설염, 변비에 도움이 된다. 


머위의 꽃을 관동화라고 하는데 기침 가래 천식 등 호흡기 질환에 자주 응용하는 한약재이다. 식재료로 이용할 경우에는 튀김이나 꽃차를 만들어 먹으면 좋다. 머위 나물과 더불어 양생하고 머위꽃차 한 잔 놓아두고 먼 풍경을 관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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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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