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방정책 이대로는 안된다] 무시와 우월감… 아세안은 바보가 아니다

김태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2-20 12: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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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문 대통령,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프락 속혼 캄보디아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 (사진=연합뉴스)

 

[아시아타임즈=김태훈 기자] 지난해 9월 조경태 당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아세안 3개국 순방에 대해 “경제가 위기상황으로 치닫는데 대통령은 태국, 미얀마, 라오스를 간다”며 “더 배꼽을 잡는건 후진국에 가서 4차 산업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6월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외국인은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기여해본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은 임금 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러한 발언에 대해 입장 바꿔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 미국이나 유럽 등 강대국이 한국을 상대적 약소국으로 취급하며, 이들 국가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이 경제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다고 발언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분개했을까. 이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이면서도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상처만 줄 뿐이다.

김영선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등 전문가들도 이러한 태도에 대해  분명하게 비판한다. 

 

그동안 아세안 국가들이 한국과 외교관계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는 한국의 접근법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데다 거래적이며, 북한문제나 강대국 관계가 불거지면 아세안은 뒷전으로 밀어버리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박근혜와 이명박 정권에서는 북한 문제에 대해 아세안에 우리의 입장만 강요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아세안 입장에서는 한국과 북한 중 누구를 반드시 지지할 의무가 없으며,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무조건 찬성할 이유도 없다. 우리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적군으로 내모는 등 행위는 ‘신남방정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해 8월 빌리하리 카우시칸 전 싱가포르 외교차관은 “한국의 정책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일관성이 가장 낮다”고 평가했다. 달리 말해 한국은 아세안을 돈벌이용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으며,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발을 뺄 수 있는 파트너라는 것이다. 아세안 국가들도 최근 한국이 신남방정책을 꺼내들며 아세안에 공을 들이는 것이 실상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안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접근으로는 절대 신남방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에 2년째 불참하는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경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미 요청을 2번이나 거절했고, 방문군 협정(VFA) 파기를 통보했다. 필리핀이 미국 대신 선택한 것은 중국이다. 

 

한국도 이 사례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돈벌이 상대로 내미는 손에 진심을 다해 악수를 하는 이는 절대 없다. 

아세안의 핵심 규범에는 내정불간섭의 원칙, 갈등해결에 있어서 무력 불사용, 지역의 자율성 등이 있다. 즉, 아세안 국가들끼리는 동등한 관계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고, 서로 간 간섭을 하지 않으며, 상대적 약소국들이 강대국의 영향력에 대비해 정치, 경제, 국방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아세안 중심주의’라고 부를 수 있으며, 특히 비공식적 접촉과 체면을 중시하는 전통 아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하길 선호한다. 상대적 강대국이라고 이들을 단순히 도와줄 국가로 인식하거나 투자와 수출 등 경제적 이득만 취하고 버릴 정도의 파트너십만 생각한다면 필패한다. 아세안 국가들은 바보가 아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부산 누리마루에서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문 대통령,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프락 속혼 캄보디아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을 계기로 신남방정책을 발표했으며, 아세안과 인도를 4강 수준으로 격상해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한 신남방정책의 기본원칙으로 3P인 사람(people), 평화(peace), 공동번영(prosperity)을 내세웠다. 

 

그러나 현실은 라오스댐 사건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직원들 임금을 때먹은 채 달아난 ‘미스터 킴’, 가난한 국가에서 왔다고 무시하는 동남아인 차별, 신남방정책인지 신베트남정책인지 모를 베트남 편애현상 등 '신남방정책의 3P'는 허울 뿐인 어젠다일뿐이다. 

 

전문가들은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와 같은 컨트롤타워가 출범하는 등 긍정적인 요인은 칭찬하면서도 여전히 신남방정책에 필요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부족하고, 경제적 교류에만 몰두해 3P가 현실과 지향점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언론사들도 한국 기업이 아세안에서 사업을 수주한 소식은 집중조명하면서도 정작 인적 및 문화교류는 크게 다루지 않는다.

신남방정책이 진정으로 성공하려면 경제적 교류를 넘어 사회적 및 문화적 교류도 이뤄져야 하며, 아세안을 우리의 이득을 위해 이용해먹을 전략적 관계가 아닌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

 

이 인식이야 말로 신남방정책 성공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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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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