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정치 칼럼] 영화 기생충, 그 검은 상자를 열어보실 건가요

조영태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0-02-14 05: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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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태 청년과정치 칼럼니스트
언젠가 버스를 타고 퇴근하고 있을 때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창가에 앉아 도로에 늘어선 자동차들을 보며 어서 집에 도착하길 바라고 있을 때였다. 차창 옆으로 20대 연인이 탄 포르쉐가 스쳐가는 것을 보며 든 단상. ‘지금부터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으면 저 차를 살 수 있을까?...’ 필시 집 한 채 가격 정도는 할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 수 없는 거대한 삶의 벽,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힌 느낌이었다.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계급의 벽은 실제로 존재한다.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을 통해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이는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대단하다는 걸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의 사회구조가 얼마나 불평등하고 불합리한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대한민국 헌법은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조항은 명문화된 당위성에 지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계급과 계층으로 나뉘어 있고, 불평등과 차별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의 가족은 반지하에서 산다. 반면 글로벌 IT기업 CEO의 가족은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2층 대저택이다. 같은 4인 가족에 자녀는 남매다. 가족의 구성은 같으나 살아가는 모습은 정반대다. 가령 기택 가족이 꿈꾸던 취업을 자축할 때 등장한 소고기, 하지만 대저택의 사람들에게는 기껏 야식 재료에 불과할 뿐이다. 같은 소고기여도 신분에 따라 의미는 하늘과 땅 차이가 된다.

반지하 백수 가정에서 자라 온 청년의 삶과 글로벌 IT기업 CEO의 가정에서 출세하는 청년은 엄연히 다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세대로 나눈다면 같은 ‘청년’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같은 세대라도 엄연한 계급의 벽은 존재한다. 그리고 이 벽은 박탈감이나 무력감을 곧잘 가져오는데, 이는 같은 청년세대 내에서의 불평등과 차별을 경험할 때 더욱 뼈저리게 다가오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은 뭉뚱그려져 논해지며 세대 내 빈부격차는 논외로 치부되곤 한다.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예산과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효과있는 정책은 소수에 불과하고 다수는 가성비가 떨어지고, 청년 당사자들에게 체감도가 극히 낮다. 그 원인 중에 하나로서 ‘세대 내 불평등’에 대한 섬세하고 심도 있는 정책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종종 정부와 지자체 주도의 청년문제토론회 등의 행사에 참석할 때 느끼는 불편함이 바로 그것이다. ‘청년의 대표’로 소개 받을 때 특히 그렇다. ‘청년의 대표성’으로 뭉뚱그려 정책을 설계하고, 불도저처럼 집행하니 효과와 평가가 극명히 나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청년문제의 해결은 세대 내 불평등과 부조리함을 직시하고 접근하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세대 내 불평등과 차별을 인정하고 그 현실적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가야 할 때이다. 영화 기생충이 대한민국 사회 전반의 부조리함을 꼬집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듯이, 이제는 보다 디테일하고 전환적인 접근으로 청년문제 해법을 재설계 해야 할 때다. 세대 내 불평등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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