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 칼럼]과테말라에서 벌어진 21세기판 마녀사냥을 보면서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0-06-25 11: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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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마녀사냥(witch hunt)은 15세기 이후, 특히 중세시대에 기독교를 절대화하여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종교적 상황에서 비롯된 광신적인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 이교도와 무신론자들을 억압하기 위한 마녀사냥은 15세기 초부터 산발적으로 시작되어 16세기 말~17세기가 전성기였다.  

 

당시 유럽 사회는 악마적인 마법의 존재, 곧 마법의 집회와 밀교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었다. 이러한 마법을 부리고 전달하는 자가 바로 마녀다. 초기에는 희생자의 수도 적었고 특별한 종교재판소가 마녀사냥을 전담하였지만 세속 법정이 마녀사냥을 주관하게 되면서 광기에 휩싸이게 되었다.


원래 이교도를 박해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종교재판은 악마의 주장을 따르고 다른 사람과 사회를 파괴한다는 마법사와 마녀를 처단하기 위한 지배수단으로 바뀌게 되었다. 온갖 고문을 자행하고 본보기로 가장 참혹한 화형에 처했다. 그래서 고문의 역사의 기원을 바로 마녀사냥에서 찾는 학자들도 많다.

 
17세기 말 마녀사냥의 중심지였던 북부 프랑스 지방에서는 3백여 명이 기소되어 절반 정도가 처형되었다. 마녀사냥은 극적이고 교훈적인 효과 덕분에 금방 번졌고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시켰다. 이미 사라진 마녀사냥이 21세기에 일어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과테말라에서 전통 종교 추종자를 화형에 처해 죽인 21세기판 종교적 마녀 사냥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고대 마야의 종교와 의학을 연구해온 학자 겸 영적 가이드(guide)가 고문을 받은 후 결국 화형에 처해 사망했다는 소식이다.


희생자인 도밍고 초크 체(Domingo Choc Che) 마야 종교를 추종했지만 소위 주술을 부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전통 약초 연구가였다. 55세의 그는 영국의 유니버시티 런던 칼리지(UCL)의 과학자들과 공동으로 전통 약초 연구에 참여한 의학자였다.


그는 초크는 지난 6일(현지시간) 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산루이스 페텐의 치마이(Chimay) 공동체 구역에 있는 그의 집을 침입했다. 괴한들은 이날 밤 초크의 자택을 급습해 끌어낸 후 밤새도록 그를 다니면서 최소한 10시간 이상 집단 폭행과 고문을 했다. 그리고 날이 밝자 그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죽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비디오에 따르면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인 초크는 비명을 지르며 사력을 다해 자리에서 일어나 "도와 달라, 살려 달라"고 고함쳤지만 아무도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초크는 결국 길에 쓰러져 숨을 거뒀다.


현지 검찰은 납치범들은 초크에게 가족 무덤에서 행사를 치르게 하고 고문을 하고 10시간 이상 그를 때렸다고 밝혔다. 검찰은 괴한들이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 건 그의 마법(magic)에 대한 복수였다고 한다.


검찰은 괴한들이 “우리 가족의 무덤에서 저주를 내리는 마법을 부린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말하면서 이와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21세기판 종교적 마녀사냥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그의 살인은 과테말라 원주민과 전통 종교인 사이에 커다란 분노를 일으켰으며 원주민 모두가 잔인한 대량 학살의 대상이 되었던 36년 동안 벌어진 과테말라 내전의 어두운 기억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1960년에서 1996년 사이에 벌어진 내전으로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4만5000명이 행방불명 되었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이 민간인이었다. UN이 지원하는 진실위원회에 따르면 내전 중 피해자의 80%가 토착 원주민이었으며 가톨릭 교회는 원주민 집단에 대한 폭력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 내전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자 토착민의 전통과 영성에 대한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마야의 영매술을 실천하는 사람들에 대한 종교적 박해는 계속되고 있다. 보수적인 기독교 종교 단체에서는 이를 “마법”으로 부르며 이들을 억압하고 있다. 21세기 세계화 시대에도 광신적인 마녀사냥은 언제 어디서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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