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협력이냐 돈이냐'… 美中사이서 주판알 튕기는 필리핀과 캄보디아

김태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6-03 11: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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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美 대통령(왼쪽)과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사진=연합뉴스/EPA)

 

[아시아타임즈=김태훈 기자] 필리핀과 캄보디아가 자국 이익을 위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외교를 펼치고 있다. 


3일(현지시간) 필리핀 경제매체 비즈니스미러 등에 따르면 필리핀은 미국과 지난 1999년 체결한 방문군 협정(VFA)를 파기하겠다고 통보했다가 이를 다시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VFA는 미국이 필리핀에 군대와 장비를 배치할 수 있는 근거로 이를 통해 양국은 연합군사훈련을 펼쳐왔다.

하지만 지난 2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을 지휘하며 상당한 공을 세운 델라 로사 의원의 비자를 미국이 아무런 설명 없이 취소한 일을 계기로 미국을 맹비난했다.

또한 미국은 중국, 러시아와 달리 필리핀의 자주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VFA를 파기하고 중국과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히려 많은 돈을 아끼게 됐다며 맞받아쳤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미 초청도 거절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격화됐다.

필리핀이 이번에 VFA 파기 통보를 철회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필리핀 영해를 침해한 중국 군함을 쫓아내기 위해 필리핀 해군이 군함을 출동시키자 중국 군함은 필리핀 군함을 사격 조준하는 등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자 필리핀은 아직까진 미국과 군사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독립적인 외교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다른 강대국 눈치를 보지 않고, 스스로 국가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지만 반대 측은 의도만 좋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강대국에 의존하지 않은 채 가난한 국가가 국방력을 강화할 수 있는지 로드맵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미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경제적 투자를 받은 상황에서 과연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필리핀 국민들은 중국의 영향력에 이미 위협을 느끼는 듯하다. 시장조사업체 SWS가 지난해 9월 27~30일 필리핀 성인 1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는 필리핀에서 일하는 중국인 노동자가 늘어나는 현상이 우려스럽다고 응답했다. 또한 52%는 이러한 현상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5월 18일부터 10월 2일까지 33개국 3만6923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필리핀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문제를 올바르게 처리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7%에 달해 인도(56%), 인도네시아(30%)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동안 국민들은 오히려 미국과 더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캄보디아는 ‘친중’ 이미지 지우기에 힘쓰며 중국과 경제적 협력은 강화하겠지만 그렇다고 미국과 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캄보디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훈 센 캄보디아 총리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국가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고, 다른 아세안 회원국들은 외국인에 의한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미국 유람선 ‘암스테르담호’ 입항을 거부할 때 캄보디아만 이를 허용해 중국이 사태를 처리하도록 도왔다.

또한 캄보디아 해안도시인 시아누크빌은 사실상 중국인 도시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많은 중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레스토랑과 호텔, 카지노 등은 대부분 중국인이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캄보디아는 유럽연합(EU)이 인권과 노동법 침해를 지적하며 캄보디아산 의류에 일반특혜관세를 부분 철회하기로 결정하자 연말까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위기를 타개할 방침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양국은 연합군사훈련인 ‘골든 드래곤’을 강행해 친밀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서방언론들은 지난해부터 캄보디아가 시아누크빌의 리암해군기지를 중국이 30년 간 독점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는 등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캄보디아 해군부사령관인 오크 세이허 중장은 리암해군기지는 미국도 중국도 아닌 캄보디아가 통제하고 있다며 사태 진정에 나섰다. 

하지만 의혹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캄보디아 남서부 코콩 부근 중국 기업이 리조트 사업을 개발하고 있는 지역에서 중국제 무인기(UAV)가 추락한 채 발견되자 중국이 캄보디아에서 군사기술을 시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 리조트 사업이 사실은 해군함정의 근거지인 군항을 개발하는 사업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렇게 캄보디아가 중국 편으로 완전히 돌아설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최근 센 총리는 캄보디아가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국가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며 어떤 국가든 군사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센 총리는 “캄보디아는 미국, 프랑스, 캐나다, 인도, 영국, 일본, 호주 등 국가들과도 군사력 협력을 강화할 의지가 있다”며 “리암해군기지는 중국에 독점된 것이 아니며 미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의 군함 입항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캄보디아가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치고 싶어도 이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미중 모두 리암해군기지에서 상대국의 군함이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태국 나라수완 대학교의 폴 챔버스 국제관계 전문가는 “동남아시아에서 미중 간 냉전 분위기는 더 커지고 있다”며 “만약 캄보디아에 중국 군함이 들어올 경우 미국은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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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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