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 칼럼] “스페인 독감은 왜 젊은이를 특히 좋아했을까?”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0-04-01 11: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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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풀리지 않은 거대한 미스터리
▲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유럽을 초토화시켰으며 1차대전의 종전의 계기가 된 스페인 독감은 이상하게도 젊은이들의 목숨을 많이 앗아갔다. 당시 이 독감으로 5000여만 명의 유럽 희생자 가운데 무려 70%가 25~35세 사이의 건장한 젊은이들이다. 그러나 지난 90년 동안 눈부시게 발전한 의학도 이에 대해 만족할만한 해답을 주지 못하고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해 저항력이 가장 강한 시기의 젊은이들이 왜 허약한 노인이나 어린이들보다 사망률이 더 높은 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아마 상당 시간 동안은 미스터리로 남을 것이다. 바이러스를 해부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희생자 가운데 젊은이가 많다는 이유를 전쟁에서 찾는 사람들도 있다. 전쟁 중에는 환경이나 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쉽게 이야기 해서 못 먹어서 영양이 부족하고 위생시설이 좋지 않아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당시 전쟁 중 대부분의 국가는 동원 체제이기 때문에 군대는 오히려 최고의 의료진과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었다. 고립되는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간인들보다 의료 보급이 더 풍부했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따라서 열악한 환경이나 의료시설 부족으로 젊은이들이 많이 죽었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미국은 1차대전 참전국이지만 본토에는 아무런 전쟁 없이 평온했다. 당시 미국은 68만 명이 스페인 독감으로 목숨을 잃었다. 감염자의 3분의 1로 사망률이 33%였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어린이나 노인들보다 젊은이들이 훨씬 더 많이 죽었다. 


다소 설득력이 있는 주장은 있다. 당시 이렇다 할 정보전달 체계가 없었고 통계 관리도 미비했으며, 또한 1차대전이 막 끝나갈 무렵이라 전쟁 중에 사망한 젊은이들이 독감 희생자에 포함됐을 거라는 추측이다. 상황이 어쨌든 적어도 수치에서 다른 질병과 비교할 때 스페인 독감으로 젊은이들이 더 많이 죽었다는 지적에 토를 다는 학자들은 거의 없다. 


다른 주장도 있다. 병력(病歷)은 저항력을 키운다. 노인들은 병약하지만 독감을 수십 차례 겪으면서 면역 능력이 생겼고 젊은이들은 그런 과거 경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면역 능력이 부족해서 많이 사망했다는 주장이다. 


의학적으로 보면 얼핏 그럴 듯하게도 보인다. 그러나 이 주장도 설득력을 잃는다. 젊은이들과 생활을 줄곧 같이 해온 노인들의 면역 능력이 30년 정도 많다고 해서 특별히 더 강하다는 것은 생물학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억지 논리다. 


과학 매체 사이언스 위크(Science Week)는 이렇게 지적했다. “진화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있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하등 생물인 바이러스는 더욱 그렇다. 아마 몇 초 간격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가운데는 젊은이만 공격하는 바이러스도 생길 수 있다”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 재생 프로젝트를 이끈 제프리 토벤버거 박사가 “자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서운 테러리스트가 될 수 있다”고 한 말을 실감나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지금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는 코로나19를 두고 한 말이다. 


해답은 바이러스도 생존을 위해 부단한 ‘혁신’을 하고있다는 거다. 인간의 잔인한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도전에 대한 응전은 인간의 역사가 아니라 바로 자연의 역사다. 찰스 다윈의 주장을 인용하면 평범한 자연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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