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미래 칼럼] 성범죄에 관대한 대한민국의 추한 민낯

청년과미래 / 기사승인 : 2019-12-13 11: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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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실언이 의미하는 것
▲박상아 청년과미래 칼럼니스트
아직 학교 갈 나이도 안된 다섯 살짜리 꼬마 아이가 상습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믿지 못할 사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경기도 성남시 한 어린이집에서 다섯 살 난 남아가 또래 여아를 상습 성추행한 사건은 대한민국을 충격과 분노로 들썩이게 했다. 그런데 뜨겁게 타오르는 분노의 불길에 기름을 왕창 들이붓는 사태가 발생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유아 성폭력이 자명한 본 사건에 대해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운운한 것이다. 피해 아동과 부모를 배려하지 않은 그의 발언은 거센 비판을 받았고, 복지부는 이에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박 장관의 사퇴 요구만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단지 한 개인의 말실수 따위가 아니다. 박 장관은 성범죄 사건을 안일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민주 법치 국가 대한민국의 모순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 사례일 뿐이다.

대한민국은 성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 아무리 끔찍한 성범죄를 저질러도 이곳에서는 가벼운 처벌만 받을 뿐이다. 인간의 탈을 쓰고 해서는 안 될 끔찍한 아동 성폭행을 저지른 조두순은 고작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불법 촬영과 집단성폭행을 저지른 철면피 가수 정준영 역시 1심에서 고작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그들의 무거운 죄질에 비하면 너무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이지 않은가. 아니, 애초에 방망이도 쥐지 않은 채 솜으로 때리는 시늉만 하고 있다. 피해자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흉터를 안고 살아가야 하지만 가해자들은 잠깐의 가벼운 처벌만 받는 구조. 이게 진정 민주주의 법치 국가의 모습이란 말인가.

가해자 중심적인 양형기준 역시 성범죄에 한없이 관대한 대한민국의 구역질 나는 모순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성범죄 사실을 피해자가 직접 증명해 내야만 하고, 항거 불능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이 아니라면 성범죄로 처벌받는 경우가 드물다. 올해 초 발생한 강간미수 사건은 강제적인 성관계를 맺으려고 시도한 범죄사실은 인정됐지만, 과거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호감이 있었다는 이유로 인해 고작 기소유예 처분에 그쳤다. 또, 버스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몰래 촬영한 남성에 대해서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동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무죄 선고를 내렸다. 사회적 범죄를 예방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며 정의를 구현해야 하는 법원이 성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 유독 친절하고 관대한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도 구시대적인 법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성범죄자 감싸기만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에 신물이 난다.

여전히 성폭행 피해자가 손가락질을 받는 시대. 성범죄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옷차림을 단정히 해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성교육이 자행되는 사회. 가해자에 감정 이입하며 피해자의 아픔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답답한 수사기관. 성범죄자에게 한없이 관대한, 가해자가 살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의 추한 민낯이다. 아동 성폭행이 자명한 사건에서조차 성폭행 가해자를 옹호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출현은 성범죄자에게 유독 관대했던 대한민국이 자초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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