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칼럼] 오케스트라 에피소드

김종호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 기사승인 : 2020-04-08 10: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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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호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현대의 오케스트라는 16세기경 유럽의 왕실과 귀족 가문의 여러 가지 예식이나 행사를 위해 고용된 기악 연주자들을 그 기원으로 본다. 이후 17세기 이태리에서 오페라가 시작이 되면서 오페라의 서곡이 생기고 이 서곡이 교향곡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여기에 발맞춰 오케스트라도 규모가 커지면서 18세기 중반에 프로이센 공화국의 프리드리히 대제 때에 이르러 드레스덴 궁전에서 요즈음과 같은 규모와 체계를 갖춘 오케스트라를 조직하게 된다.

초기에는 전문 지휘자가 존재하지 않았고 작곡자가 자신이 작곡한 곡을 지휘하였는데 연주할 때 악보를 둘둘 말아서 두드리거나 지팡이 같은 물체로 바닥을 쳐서 음악의 템포를 맞추고 시작과 끝을 알리는 정도의 역할을 하였다. 18세기의 음악회 광경을 그린 그림을 보면 음악회가 진행되는데 관객들은 돌아 앉아 잡담을 즐기고 심지어 카드놀이를 하는 이도 있는데 지금의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오케스트라가 음악회를 계획하면 여러 번의 연습을 거치는 것이 당연한데 당시에는 준비하는 연습마저 거의 없이 연주를 하였다니 작곡자가 얼마나 노심초사했을지 짐작이 간다.

17세기 중반에 프랑스 오페라를 이끈 작곡가인 `장 밥튀스트 륄리`는 지휘봉을 처음 사용한 지휘자로서 오케스트라의 발전에 영향을 크게 미쳤는데 루이 14세 때 궁정 음악가로 활동하던 어느 날 지팡이를 이용하여 지휘를 하다가 자기 발등을 찍어서 후유증으로 죽고 말았다. 자기 음악에 대한 열정이 넘쳐선지 아니면 음악에 집중하지 않는 관객들에 대한 화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닥을 세게 내려치다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무대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는데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한다. 무대 위의 모든 오케스트라의 주자들이 튜닝(모든 악기들의 음정을 맞추는 작업)을 마친 가운데 지휘자가 등장하여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음악을 막 시작 하려는 순간이었다. 지휘자 바로 앞에 자리한 단원이 지휘자의 바지 지퍼가 내려간 것을 발견하고 눈짓으로 지휘자에게 그 사실을 알렸는데 깜짝 놀란 지휘자가 몸을 숙여 바지를 쳐다보더니 얼른 뒤로 돌아서 지퍼를 올렸다....

중세시대에 음악가들의 사회적 지위는 떠돌이 생활을 하며 연주를 하고 피에로와 같이 줄타기 같은 오락도 제공해야하는 열악한 수준이었다. 18세기 말, 신동으로 유명하여 황실을 드나들고 귀족들의 초대가 끊이지 않았던 모차르트도 하인과 같이 낮은 사회적 지위와 처우 때문에 울분에 찬 편지를 아버지에게 보낸 기록도 남아있는데 그래서 자유와 평등을 기치로 내세우는 프리메이슨에 가담했는지도 모른다.

음악이 오락이었던 시대를 지나고 후기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예술로 승화한 서양음악에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곡은 고급 음악을 대표하는 장르로 자리 매김을 하였다. 현악기와 금관, 목관 악기 또 타악기가 어우러져 때로는 폭풍이 몰아치듯, 때로는 미풍이 불어오듯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것은 지휘자의 통솔과 각 연주자들이 자기의 역할을 잘 감당하려는 노력, 그리고 서로 간에 한 호흡을 이루려는 마음이 없다면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몸도 마음도 한껏 움츠러들고 있지만 의료인들의 헌신과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회적 참여를 통하여 우리는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사회적 화음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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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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